PRESS (2006-12 인터내셔널 피아노) 자연스러운 음악을 만나다, 피아니스트 허원숙
2007-11-26 13:2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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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인터네셔널 피아노 2006년 12월호

 


<stage>

자연스러운 음악을 만나다,

                        피아니스트 허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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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허원숙이 그동안 연 독주회는 한결같이 ‘특별함’을 드러낸다. 바로 주제를 정해 그가 관객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12월 15일로 다가오는 그의 서른 번째 무대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자신의 목표를 위한 움직임을 시작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게다가 그에 합당한 정성과 노력을 겸비해 처음을 열어야 하는 것도 목표에 이르기 위한 필수 요건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시작’은 더욱 자신의 가치를 높인다. 하지만 시작하는 것보다 더욱 어려운 일은 그것을 꾸준하게 옮겨 목표한 바에 한 걸음씩 가까이 걸어가는 것이 아닐까? 여기 피아니스트의 이름으로 목표한 것, 바로 자신의 이름을 걸고 ‘허원숙의 피아노 이야기’라는 기획 연주를 시작해 무려 서른 번째 무대를 기다리는 열정적인 연주자가 있다.

허원숙, 그를 만나 최근의 소식과 12월 15일로 다가오는 서른 번째 무대인 ‘울며, 애통하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허원숙의 피아노 이야기

“‘산이 있어 산에 간다’ 는 말이 있지요? 음악이 있으니 연주를 하는 거겠죠.”

화려한 미사여구를 사용해 자신의 음악에 대한 애정을 설명하는 대신, 허원숙은 명쾌하되 연주와 음악에 모든 생각을 담은 짧은 대답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는 그가 추구하는 예술이 어떤 색(色)을 지닌 것인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작년 10월의 독주회 이후로 지난 2월과 6월에 각각 다른 프로그램을 선택해 독주회를 가졌습니다. 이제 다가오는 12월 15일에 서른 번째 무대를 준비하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정말 바빴다는 말로 요즘의 근황을 설명할 수 있겠네요. 게다가 작년 10월에 열었던 독주회를 마친 뒤로는 매주 토요일에 방송되는 KBS 제1FM <당신의 밤과 음악>에서 ‘허원숙의 생활을 노래함’ 코너를 맡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를 위해 주말도 반납하고 보낸 지가 벌써 1년이 넘었지만 힘든 줄 모르고 지내고 있습니다. (웃음)”

현재 호서대 교수로 재직 중인 피아니스트 허원숙은 학교에서는 선생으로, 무대에서는 연주자로, KBS 제1FM <당신의 밤과 음악>의 고정 코너 ‘허원숙의 생활을 노래함’에서는 진행자로 활동하며 쉴 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방송국에 드나들면서 그 쪽 분야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는 그는 이번 인터뷰의 화두인 ‘허원숙의 피아노 이야기’, 그의 독주회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나열하는 연주회’보다 ‘깊이 들어가는 연주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자니 동심원을 긋는 작업이 필요했고, 그 동심원을 주제로 해 청중과 함께 깊은 곳까지 들어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준비해 온 연주회들의 아이디어는 바로 이러한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비롯된 것이겠지요.”

그가 원하는 연주는 청중과 더불어 깊은 심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채로운 주제의 선별은 필요한 작업이었다고. 이어서 그는 이번 무대의 주제인 ‘울며, 애통하며’에 대해 설명한다. 이번에는 <변주곡>을 골랐다.

“내가 이번 연주회에서 변주곡을 택한 이유는 ‘왜 작곡가는 변주곡을 쓰는 것일까’하는 의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기존에 내가 연습하던 레퍼토리와 어울리는 새로운 작품들로 구성했고, ‘울며, 애통하며’라는 부제를 정하게 되었습니다. 본래 ‘울며, 애통하며’는 바흐의 <칸타타 12번> ‘울며, 애통하며, 고뇌하며, 두려워하며’에서 차용한 것입니다. 또 리스트가 이 작품의 반음 간격으로 하강하는 주제와 함께 <B 단조 미사>중의 16번 합창 (Crucifixus, 십자가에 달리신)의 모티브를 섞어서 변주곡 <울며 애통하며>라는 곡을 완성한 바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리스트의 <울며 애통하며>는 당시 26세였던 그의 딸 블란디네의 죽음을 애도해서 작곡한 것이라고 전해집니다. 이렇듯 이번 연주회의 곡들이 대부분 슬픔에서 비롯된 것들이라 감히 ‘울며 애통하며’라는 제목으로 결정하게 되었지요”

이번 무대에서 허원숙은 멘델스존의 <엄격 변주곡>,브람스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 라흐마니노프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리스트 <바흐의 모티브 ‘울며, 애통하며’에 의한 변주곡>을 선택해 보다 깊은 ‘슬픔'을 감동으로 그려낼 준비를 마쳤다.

 


생활을 노래함

“학생들이 나를 생각할 때, ‘우리 선생님은 무슨 곡을 가져가도 명쾌한 수업을 해 주신다’, ‘우리 선생님은 우리들이 연주 할 때만 큰소리치시는 분이 아니라 본인 연주도 훌륭하다’, ‘우리 선생님은 아무리 바쁘셔도 내 레슨을 꼭 챙겨주신다’, ‘나도 이다음에 우리 선생님 같은 스승이 되고 싶다’라고 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사제지간에는 그 무엇보다도 ‘신뢰’가 우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허원숙은 선생으로서 학생을 대할 때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들이 만난 목적, 바로 ‘배움’을 위해서는 서로의 믿음과 신의가 바탕이 되어 있을 때 더욱 값진 것을 만들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어서 허원숙은 방송 일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는다.

“우연히 내 독주회 프로그램에 내가 적은 음악에 관한 글을 본 KBS FM의 관계자로부터 음악 작가 제의를 받아 KBS FM <가정음악>의 원고를 쓰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학교에서의 역할과 병행해 글을 쓰는 일이 무척 힘들었고, 여러 가지 이유로 방송일은 몇 년간 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 가을부터 ‘허원숙의 생활을 노래함’ 코너의 진행을 제안 받고 지금까지 해오고 있어요. 방송을 위해 글을 준비하고 소재를 찾는 과정이 힘겨울 때도 있지만 청취자들의 격려를 받을 때 더욱 힘을 내곤 합니다.”

허원숙은 내년 가을에 독주회를 계획하고 있으며 그 외에 실내악과 다른 연주 일정이 생길 것 같다고, 또 방송일도 변동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며 앞으로의 일정을 언급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앞으로 피아니스트 허원숙이 만들어갈 서른한 번째, 서른두 번째의 이야기가 기대되는 것은 그가 노래할 ‘감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일 것이다. 올 연말로 다가오는 무대 ‘울며 애통하며’가 토로해 낼 이야기가 그러하듯 말이다.

 


글 _ 정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