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1997-12 음악춘추) 올해 두번째 독주회 여는 피아니스트 허원숙
2007-11-26 13:21:51
관리자 조회수 2954

1997-12 음악춘추

 

interview........................................글:장인호 기자

 

올해 두 번째 독주회 여는 피아니스트 허원숙

 

-평생 성실하게 연주하는 모습 가장 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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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들은 평생을 그 나름의 꿈을 먹고 산다. 그 꿈은 실현 여부를 떠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본 빛을 잃어가곤 하는데, 아마도 그건 현실에의 안주가 빚어내는 안락함 때문이리라. 다수의 피아니스트들이 그저 일 년에 한 번 의무적인 (?) 연주회를 무사히 치르고 있는 가운데 꾸준히, 정말 열심히, 당당하게 무대에 서는 연주자가 있어 그 빛을 더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허원숙 (호서대 부교수). 그를 무대로 이끄는 힘은 무엇일까.

 

"연주자로서 정말 해보고 싶은 것이 하나 있어요. 세계적인 대가들이 자신의 70, 80세 생일 기념 음악회에서 젊은이보다 더 힘있고 정확하며 농익은 연주를 하는 것을 보고 전 제 꿈을 60세가 돼서도 연주를 잘해보는 데에 두었습니다. 욕심을 더 내자면 70세구요. 꾸준히 무대에 서는 것은 딴 이유보다도 그저 매년 조금씩 나아져야, 또 그치지 말고 계속해야 그때가서 제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죠."

 

97년의 마지막 토요일 (12월 27일), 세종문화회관 소강당에서 그의 독주회가 열린다. 지난 4얼에 있었던 '브람스 서거 100주년 기념' 연주 이후 독주회로선 두 번째다. 짬이 나면 다음에 있을 지도 모를 연주회 프로그램을 짜보곤 한다는 별난 취미의 프로그래머 허원숙이 곡목 구성에 있어 고려하는 점은 두 가지. 전체적으로 그림이 그려지고, 청중들이 계속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구성인가 하는 것이다. 이번 독주회에는 슈베르트의 네 작품 (즉흥곡 op.90-3, 내림 사 장조, op.142-3 내림 나장조, 방랑자 환상곡 op.15, 소나타 사장조op.78)을 내놓았다. (지난번엔 브람스의 마지막 네 작품 (op.116~119)을 연주했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천안에서 지내요. 귀국 후 10년 가까이 꾸준히 연주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알고 보면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유학시절의 생활패턴이 이어졌기 때문이죠. 요즘은 리게티의 에튀드를 연습하는데 너무 어려워서... 오랜 시간이 걸릴 거예요."

 

유학시절 KBS향과 쇤베르크의 협주곡 연주를 꿈꿀 정도로 적극적인 사고의 소유자인 그에게 요즘 가장 욕심나는 일이 무엇이냐 묻자 서슴없이 나온 그의 답변은 "책을 내고 싶어요. 2000년 경에 '피아노 교육' 수업을 맡게 되는데, 지금까지 테크닉이나 문헌서들은 많이 출판됐지만 실제로 수업하는 데 있어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자료는 없더라구요. 제 자신도 배우지 못했던 것들, 선생님이 지레 학생들이 알 거라 생각하고 간과한 근본적인 물음부터 자료를 모아 알기 쉽게, 음악을 이해하는 방법부터 짚어나가려 합니다."

 

귀국 후 가졌던 수 차례의 독주회 실황 녹음 중 몇 곡을 추려 작년에 음반 1,2집을 출반하기도 한 그는 올 한 해가 독주회, 루마니아와 서울에서의 협연을 비롯, 강의 등으로 눈코뜰 새 없이 바삐 지나갔다는데... 그런 그가 내년에는 정말 무모한(?)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1958-1998'. 1998은 그가 불혹에 접어드는 해이자 귀국한 지 10주년 되는 해로, 이제까지의 독주회 분량의 두 배 정도 길이로 음악회를 구성하여 가능하다면 생일날 연주회를 갖고 싶다고,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잡혀있진 않지만 매번 독주회 때마다 싣던 연주자의 변도 넣고 이제까지의 독주회 개최일과 프로그램, 평 등을 모두 모아 싣는 등 해보고픈 작업이 많단다.

 

얼마 전 개인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겪으면서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그는 연주자로서 가장 보람되고 중요한 것은 평생동안 성실히 노력했다는 점이라 생각한다고. 그의 이런 마음가짐이 지금의 피아니스트 허원숙을 있게 한 출발점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