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2007-11 음악춘추 인터뷰 원본
2007-12-02 14:42:42
관리자 조회수 3010

200711 음악춘추 인터뷰 질문지와 답글의 원본입니다.

기자의 상상력을 원본과 실제기사를 비교하며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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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숙 인터뷰 질문지 (음악춘추2007-11월호)


1. 우선 선생님께서는 많은 무대를 통해 청중에게 아름다운 연주를 계속해서 선보이고 계시는데요, 오는 11월 30일에 열릴 무대도 기대됩니다. 앞두고 있는 무대에 대한 소감과 무대 컨셉에 대해 궁금합니다.


올 여름 세종문화회관에서 주최하는 세종예술아카데미에서 5주에 걸쳐 렉쳐를 겸한 연주회를 가졌고 또 KT Art Hall 에서도 공연장 분위기에 맞게 이야기를 곁들인 연주회를 개최하는 등 방학도 없이 바쁘게 지냈습니다. 그래서 사실 이번 11월 30일 독주회는 공연을 앞둔 설레임보다는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지요.

독주회라는 말이 어쩐지 딱딱하고 어색해서 저는 항상 저의 독주회를 <허원숙의 피아노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불러왔습니다. 그런 관계로 렉쳐 리사이틀인 줄 아시는 분들이 많은데, 정격 연주회이고요, 보시다시피 프로그램도 가벼운 느낌은 전혀 없는 그런 곡들입니다. 단지 음악회에 함께 하다보면 말이 없어도 한 편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자 이렇게 항상 <피아노 이야기>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것 뿐이지요.


2. 프로그램 선정에 있어 어떤 부분을 제일 고려하셨는지요? 간단한 곡 소개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프로그램을 선정할 때에는 물론 전체적인 통일성, 다양성, 또한 음악회를 통해서 주고자 하는 메시지 등등이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내가 잘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죠. 아무리 프로그램이 환상적이더라도 완성도가 떨어진다면 좋은 연주라 할 수 없으니까요.

이번 연주회의 부제는  Hommage à Beethoven  입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베토벤을 위한 경의>라고 말하고 싶고요. 그렇다고 해서 모든 연주곡이 다 베토벤은 아닙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베토벤의 작품은 달랑 소나타 한 곡, 그것도 가벼운 소품과도 같은 G장조 op. 14-2입니다. 오늘의 연주는 1839년 독일에서 일어났던 어떤 운동, 베토벤의 기념비를 베토벤이 탄생한 독일의 본(Bonn) 에 세우자는 운동으로 촉발되어 탄생한 두 개의 작품, 즉 베토벤의 추종자였던 슈만의 환상곡 작품 17과 리스트의 소나타 B 단조를 중심으로 하고 그 주변에 베토벤의 소나타 G장조를 살짝 놓았습니다.


3. 선생님께서 느끼시는 피아노(혹은 클래식)의 매력이라면요?


클래식의 매력은 롱런(long run)입니다.

음반사에서 대중가요같은 음반을 만들어서 음반 시장에 내놓을 때, 몇 달이 지나도 반응이 시원치 않으면 전품 회수 및 폐기처분을 한다고 합니다. 짧은 시간 내에 승부를 걸고, 그 시간 안에 성과가 없으면 희망이 없다는 것이죠.

하지만 클래식은 다르다고 합니다. 음반시장에 깔아놓고 기다리는 시간도 길고요, 초반에는 반응이 미진하다가도 꾸준히 사랑받는 아이템이 생긴다는 것이죠.

단순히 음반시장 뿐만은 아닐 겁니다. 바흐의 음악이 수백년을 지나와도 어디 구닥다리라는 느낌이 듭니까? 그보다는 오히려 더욱 친근해지고, 또 전에는 몰랐던 부분들을 공부를 하면서 아니면 음악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하나씩 더 깨달아가는 부분도 생깁니다. 주변에 음악을 모르던 사람들 중에서도 ‘나이가 들수록 클래식이 좋아져요’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이 늘어납니다. 클래식이 점점 더 좋아진다는 것은 클래식과 함께 하고 싶다는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클래식은 long run 이다라는 말씀입니다.

아참, 피아노 이야기를 안 했군요.

‘피아노는 어렵다’ 으하하.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매력있습니다. 왜냐면 피아노는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정말 많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많은 청중에게 사랑받고 있는 음악인으로서 앞으로 계속해서 어떤 음악인으로 남길 원하시는지요?


3년전부터 KBS 클래식 FM의 <당신의 밤과 음악>이라는 프로에서 코너를 하나 맡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허원숙의 피아니스트 플러스>라는 코너인데요. 역사에 남는 피아니스트들의 음악세계와 또 개인으로서의 삶 같은 것들을 조명하고 또 그 분들의 음악을 들려주는 일입니다. 정말 천재적인 음악가들이죠. 훌륭하시고, 대단하시고, 존경심이 절로 나오는 그런 음악가들입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삶이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었죠. 천재이기 때문에 더욱 세상에 적응을 하지 못한 사람, 천재이기 때문에 더욱 더 자신은 바보라고 여겼던 사람, 천재이기 때문에 삶이 지루했던 사람.....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고 50이 다 된 나이에 비로소 대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고, 또 무대에서 손이 마비되어서 연주가 불가능한 시점까지 무대에서 최선을 다한 삶을 산 사람들입니다.

매주 토요일밤 그런 분들을 한 분 한 분 소개해 드리면서, 아, 나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하는 생각이 늘 들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어떤 음악인으로 남을 수 있을지...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교단에서는 가르치는 일에 충실하고, 무대에서는 연주에 충실하고, 방송에서는 방송에 충실하고... 교단에서는 무대 핑계대고, 무대에서는 교단 핑계대지 않는 사람. 뭐 그런 사람.....


5. 마지막으로 올 하반기 연주계획이 궁금합니다.


10월 27일에 KBS홀에서 당신의 밤과음악 25주년 특별음악회에 출연합니다. 그리고 11월 30일 독주회를 마지막으로 2007년은 끝납니다. 방송은 계속되고요.

2008년에는 뭔가 새롭고 커다란 일을 꾸미려고 계획중입니다. 그렇지만 비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