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2012-04 인터내셔널 피아노 인터뷰 (이메일 원본)
2012-03-22 15: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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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 피아노 4월호 인터뷰 원본 (이메일)...류현정 기자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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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활동을 비롯한 최근 근황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답...

1. 중앙대의 이혜경 교수님 제안으로 K-fingers 라는 피아노 앙상블 팀을 구성해서 재미있는 음악회를 했습니다.

올해는 드뷔시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기도 해서 첫 연주로 3월 15일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드뷔시의 피아노 앙상블 연주를 했습니다.

오리지널 작품도 있고 교향곡을 편곡한 작품도 있었습니다. 김영호, 김주영, 피경선, 윤철희, 임수연, 박휘암과 함께 무대에 올랐습니다.

2. 그리고 4월에는 제가 있는 호서대학교에서도 드뷔시 탄생 150주년 기념 음악제를 합니다.

출강하시는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꾸미는 드뷔시의 거의 모든 피아노 작품을 다루는 음악회이구요, 저는 전체를 총괄하는 임무와 함께 연주도 맡았습니다.

 

 

이번 독주회의 주제는 ‘걸러내다’입니다. 자료를 보니까 작품을 먼저 정하고 주제를 정하신 것 같은데요.

‘걸러내다’라는 주제가 나오게 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 드려요(각 작품에 대한 설명 혹은 곡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 등).

답...

작품을 먼저 정했죠. 당연히...

슈베르트의 작품을 먼저 떠올렸어요. 아니, 항상 머리속에 있죠. 제가 1997년에 슈베르트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슈베르트의 작품으로만 연주회를 구성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생각한 것이, 슈베르트는 워낙 짧은 생애를 살아서 내가 31년만 더 살면 슈베르트 서거 200주년도 기념할 수 있겠더라구요. (웃음). 그래서 그럼 그 때 내가 딱 70살 되는 해이니,

그 때 슈베르트의 마지막 소나타 3곡을 연주하자 라고 약속을 해 버렸어요. (젊어서 무식했죠. 저 말이요). 그런데 이제 나이가 50 중반으로 가게 되니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 거예요.

70에 D.958, 959, 960 세 곡을 연주하려면 이제부터 워밍업을 해야겠다는 거죠. 그래서 일단 G 장조 소나타 D. 845를 치려고 마음 먹고 있었어요.

그리고는 이건용 교수님의 작품을 받았고, 교수님의 작품의 영향으로 나머지 두 곡을 브람스의 피아노 소품 op.118, 119 를 고르게 된 것이죠.

그런데 이 곡들을 함께 올려놓고 보니 체에 밭혀진 알곡 같은 느낌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연주회 이름으로 적당하진 않지만, '걸러내다' 라는 제목을 쓰게 된 거죠.

 

 

평소 슈베르트와 브람스가 어떤 작곡가라는 생각을 하셨는지요?

답...

슈베르트는 젊었지만 늙은 작곡가.

브람스는 늙었지만 젊은 작곡가.

왜냐면, 슈베르트는 20대 초반에도 이미 인생을 포기한 사람이에요. 요즘말로 스펙이 너무 없어요. 직장도 없고요,

그래서 사랑하는 여인이 3년이나 기다려주었다는데도 눈물을 머금고 난 부족하니 너는 부자 남자한테 가라고 하면서 정말로 떠나보냈어요.

겨울나그네에 나오는 주인공과 꼭같은 삶이죠. 그 시를 슈베르트가 왜 골랐겠어요? 자기 마음이니까 그런 거 고른 거예요.

그리고는 마음은 항상 떠돌이가 되어 살았어요. 물론 음악친구들 많았지만...

그래서 슈베르트의 음악에는 항상 방랑하는 혼이 실려있어요. 음악의 구성이나 전개같은 것도 확실이 그래요. 한번을 말해도 확실하게 못하고

이리저리 주절대고 있어요. 그래서 슈베르트를 들을 때에는 결론이 뭐냐고 다그치면 안되요. 그냥 할머니 소싯적 이야기 들어드리듯이 그냥 하염없이 들어야 해요.

일종의 한풀이죠, 한풀이.

브람스는 정신적으로 조숙했어요. 어릴 때도 청년이었어요. 그러다가 정말 20대초반에 클라라 슈만을 만나고서는 평생 청년이었던 것 같아요.

피아노 곡으로는 마지막 작품인 피아노 소품 118, 119에도 평생의 동반자였던 클라라에 대한 사랑이 꽉 들어차 있어요. 어떤 부분은 은밀한 사랑을 주고 받는 느낌도 있고요,

마지막 작품이라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파워풀한 곡도 있죠. 물론 많이 걸러지고 다듬어져 있지만....

사람들이 브람스는 답답하다고 하는데 그건 브람스를 오해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 나름 행복하고, 나름 에너제틱하고 그래요.

브람스가 바그너나 리스트는 아니니까 그걸 답답하다고 생각하니 그런 말이 나오는 거겠지요.

 

 

이건용 선생님의 곡이 초연되는데요. 선생님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1982년의 상황과 이건용 선생님이 편지를 주셨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요(보도자료에 일부 내용이 있는데,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답...

이건용 선생님을 처음 뵌 것은,

대학교 졸업하고 유학 떠나기 전의 몇 달 간이었죠. 그 때 막 귀국하셨던 것으로 알아요.

대학교 4학년 때에 서울대 동기를 중심으로 제3세대라는 작곡 동인이 생겼어요. 저는 그 동인의 작품 발표회 때 연주를 했고요. 그러면서 좋은 말씀도 듣고 했었죠.

그리고 저는 쾰른음대에 입학했는데 다니던 도중에 1년 뒤에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로 옮겼어요. 피아노를 좀 더 잘 쳐보겠다는 일념하나로.

쾰른 음대에 다닐 때에는 현대음악을 많이 접했었는데, 빈 국립음대는 굉장히 보수적인 학교인 거예요. 물론 도시 자체도 그렇고.

그런 내용을 안부인사 겸해서 이건용선생님께 편지를 드렸는데 정말 감동적인 답장을 받았던 거죠.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예전에는 봉함엽서라는 게 있었어요. B5 만한 하늘색 편지지를 3번 접어 풀칠하면 봉투 없이 편지지 자체가 봉투 몫까지 하는 건데요, 그 봉함엽서를

앞뒤 꽉 채워서 멋진 필체로 편지를 주셨어요. 그 내용은 제 독주회 당일, 팜플렛에 일부 실을 예정이에요. 그 중에 가장 기억나는 말씀은 "기죽지 마라"였어요. 제 평생의 모토죠.

참 좋으신 스승이셔요. 저는 제 학생한테 몇 줄 이상 이메일을 써 본 적이 없는데....

그래서 이번 독주회에 감히 부탁을 드렸어요. 선생님 곡을 연주하고 싶다고요. 흔쾌히 승락하셨고, 2월 10일까지 주실 수 있냐고 여쭸더니 정말 2월 10일에 이메일로 곡이 왔어요.

잘 쳐야 할텐데...큰일났어요.

 

 

쇼팽, 그리고 베토벤과 리스트로 구성된 ‘열정 그 처절함으로’에 이은 독주회인데요. 독주회의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시는 편인가요?

답...

머리로요.ㅋ.

대부분 곡을 먼저 떠올리죠. 중요한 곡을 가장 중심에 두고 그와 어울리는 곡을 배열해 봐요. 일단 조성음악이라면 조성이 서로 어울려야하구요, 길이도 중요해요. 연주회가 너무 짧거나 길면 안되니까요.

전반부 40-45분. 후반부는 35-40분 정도가 적당하더라구요. 거기에 앙코르 곡이 추가될 수 있으니 후반부는 조금 짧게 해요.

두 작품 정도 중심을 잡는 곡을 정하면 그 다음은 끼워맞추는 거죠. 그리고 제목 정하고, 포스터, 팜플렛 디자인하고...

저는 똑딱이 카메라로 사진을 즐겨 찍는데 그런 사진 중에 음악회 컨셉트와 잘 맞을 것 같은 사진들을 골라요. 그럼 그런 것들이 음악회를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정해주죠.

어떤 때에는 피아노치는 거보다 그게 더 재미있을 떄도 있고요...

 

 

피아노 이야기를 비롯해서 많은 글을 써오셨고 홈페이지에도 글을 꾸준히 올리고 계신데요. 이처럼 음악 외에 사람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는 개인의 음악에, 그리고 관객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답...

의미가 있을 수도 있고요, 없을 수도 있어요.

음악도 언어라서, 음악이라는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외계인의 언어나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설명해줘야 하는 거에요.

하지만 과도하게 설명하면 오히려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어요. 편협된 시각을 강요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조금은 걸러주어야해요.

그래서 제가 전하는 말은 대부분, 관객들에게 열쇠를 보여주는 정도로 하고 있어요.

열쇠를 보어주면 그 중에 맞는 열쇠를 찾아서 열고 들어가는 것은 관객의 몫이죠.

 

 

요즘 자신의 전공 외에도 음악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학생들도 많은데요. 선생님의 경험에 비추어 그런 학생들에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지요?

답...

피아노라는 악기는 하루의 3분의 1을 연습에 쏟아부어야하는 악기예요. 조금 소홀하면 바로 응징에 들어가요. 참 질투심이 많으시죠.

그래서 피아노 치는 학생들 보면 정말 피아노에만 올인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다보니 책도 안 읽고, 자연을 감상하지도 못하고 골방에서 하루종일 연습벌레가 되는 거죠.

그러다가 갑자기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고 음악관련 분야에서 일하려면 정말 모르는 게 많을 거에요.

그래서 제가 권하는 말은,

1. 연습은 정말 많이 해봐라. 하루 14시간 정도? 정말로 숨만 쉬고 피아노치면 돼요. 어렵지 않아요.

2. 그러면 연습의 노하우가 생길 것이다. 그렇게 해서 발견한 노하우로 이제는 연습을 요령껏 해라.

3. 요령껏 하고 남는 시간은 독서, 취미 생활, 공부하라. 그 경험이 너의 음악세계를 더욱 깊게 해줄 것이다.

4. 너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라. 글로 써봐라. 말과 글로 전달을 잘 하는 사람이 연주도 잘 한다.

5. 그런 사람이 일도 잘 한다.

6. 피아노를 진짜 열심히 한 사람은 일도 잘 한다. 왜? 피아노가 가장 어려운 악기니까.

7. 혹시 다른 관련분야에서 일하게 될 지도 모르니 수강신청 시 관심을 더 가지고 접근하라. 학점 잘 나오는 과목보다 너에게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라. 점수 잘 안나오면 재수강기회가 있다.

8. 내꺼다 싶으면 잡아라.

9. 대학은 취업알선업체가 아니다. 그렇게 얻은 직장은 곧 떨려난다.

10. 스스로 찾아내라. 스스로 유지할 힘이 생긴다.

뭐 이런 것들이죠.

 

 

앞으로의 독주회에서 연주하고 싶은 작품이나 공연 형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답...

독주회에서 하고 싶은 곡은 많지요.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는 자신의 공연일지를 기록했던 피아니스트인데, 그 분의 책을 보면 피아노 문헌의 거의 모든 작품이 그분의 레퍼토리였더라구요.

그렇게 되고는 싶으나 능력은 모자라니, 제게 맞는 곡을 연주해야겠지요.

공연 형태로는 좀더 감동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무대가 뭘까 고민하는 중이에요. 악보를 놓고 공부시켜가며 연주할까, 아님 신나는 놀이같은 음악회를 할까...

아무래도 후자보다는 전자쪽이 저에게 더 맞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어떤 형태가 되더라도, 융합이 되더라도, 진정한 감동이 전해지면 좋겠는데, 점점 볼거리와 서커스식의 공연으로 가는 것이 참 안타깝죠.

 

 

청중에게 늘 어떤 연주자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답...

감동보장 연주회를 만드는 사람.

저사람의 연주회 가면 뭔가 뿌듯한게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연주자?

2012년이 시작되면서 어떤 계획을 세우셨는지 궁금합니다. 올해 꼭 이루고 싶은 일과 앞으로의 연주 스케줄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답...

올해 특별한 계획은 없고요, 차근 차근 70살까지 연주공력을 쌓아서 꼭 슈베르트 소나타 세 곡을 연주하고 싶습니다.

 

 

질문 이외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남겨주세요.

답...

엄써요.

참, 이정도 답하면 길이가 충분한가요?

수고하셨어요.

허원숙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