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ORMANCES 1997-04-06 제16회 독주회 <나의 고통을 잠들게하는 노래>
2007-11-27 11:17:25
허원숙 조회수 2813

브람스 서거 100주년 기념
허원숙 피아노 독주회
<나의 고통을 잠들게 하는 노래>


1997-04-06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프로그램:


브람스 피아노 소품, 작품 119
브람스 피아노 소품, 작품 118
브람스 3개의 간주곡, 작품 117
브람스 환상곡집, 작품 116

 

<연주에 앞서...>

 

오늘 연주되는 일련의 작품들은 브람스가 피아노곡으로 남긴 마지막 작품들입니다.
이들은 모두 1892년에 작곡되었고 마지막 곡만이 이듬해인 1893년에 출판되었습니다.
대작을 많이 남긴 브람스의 마지막 작품들의 성향이 소품화되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습니다.
간결성과 함축성 그리고 상징성들은
세상을 하직하는 자의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정리와도 같은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 연주회의 타이틀로 제가 감히 붙인 '나의 고통을 잠들게 하는 노래'는
<3개의 내 고통의 자장가>라고 브람스 자신이 붙인
작품 117의 간주곡의 제목에서 빌어 온 것이며
이 곡에는 한 평생의 번민과 슬픔을, 감정의 절제와 승화로 마무리지은 그의 모습이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곡 서두에는
"잘 자라 내 아기, 잘 자라 편히 아름답게
너의 우는 모습을 보면 내 가슴이 아프단다"라는,
헤르더가 번역한 옛 스코틀랜드의 민요가 적혀 있습니다.
작품 117의 전 3곡을 통하여 극적인 묘사나 화려한 수식어 한 마디 없이
시종일관 상처를 어루만지는 듯한 노래들은 어쩌면 그의 전 작품들 중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작품 117과는 달리 환상곡과 작품 118,119의 피아노 소품에서는
내면적이며 절제력이 강한 간주곡, 로망스와 함께 어우러진
랩소디나 발라드, 카프리치오 등을 통해
가끔씩이나마 브람스 자신의 패기와 결단, 환희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