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RD 팔이 긴 페이지 터너가 필요하세요? ^^
2008-07-19 14:26:26
순이 <suni55@kebi.com> 조회수 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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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작은 음악회에 참여해서 연주자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

열심히 강의를 듣다보니 연주자 선생님이 나를 친하다고 느끼셨는지

아니면 음악에 대해 뭘 안다고 생각하셨나 봅니다.

바흐나 쇼팽 리스트 등 고전에 속하는 대부분의 곡은 악보를 보지 않고 연주를 하는데

현대음악은 암보가 어려워서 악보를 놓고 하시더군요.

히나스테라(Alberto Ginastera, 1916~1983)의 춤곡을 연주할 차례가 오자

악보를 넘겨 달라고 부탁을 하십니다.

20c의 탁월한 남미 작곡가로 인정을 받는 히나스테라는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난 음악가라는데

저는 처음 듣는 음악이고 연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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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시겠지....순간 몹시 당황이 되어서

"저는 악보를 못 읽어요." 손까지 휘저으면서  말씀 드렸습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가 되면 고개 짓으로 알려 주겠다고 도와 달라고 하시는데

전혀 자신 없는 일입니다.

대강이라도 악보를 읽어야 어디쯤인지 알고 따라갈 것 아닙니까?

오선에 콩나물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그림으로 보이는 까막눈인 사람에게

너무 많은 것을 선생님이 기대하시는 것 같습니다.

음악을 하는 분들이 음표라는 기호로 되어있는 콩나물을 읽어서

연주를 해 내는 것을 매번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볼 뿐

나에게 페이지터너, 넘순이의 기회가 올 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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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장조의 음표도 더듬더듬 읽는 실력입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아버지로 부터 음표 읽기를 배운 것이 전부거든요.

온음표와 2분 음표 4분 음표 8분 음표 16분 음표 쉼표 등을 음악에 관심이 많으신

아버지께서 사과를 그려가면서 자상하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솔 솔 라 라 솔 솔 미 솔 솔 미 미 래....

솔 라 솔 미 래 도 도 라 솔 미 미 도 래....

이 정도라면 혹시 넘순이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건 넘순이가 필요 없겠지만요. ^^)

그런데 #(샾)이 여러 개 붙고 b (플랫)이 붙으면 까막눈이 됩니다.

음악을 전공하신 분은 보통 사람들도 상식적으로  음표를 읽을 줄 아는 것으로 생각하시나 봅니다.

결국은 음악을 전공한 젊은 분이 계셔서 임시로 넘순이를 하셨는데

적당한 때에 악보를 잘 넘겨주어서 연주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평소에 피아노를 배웠거나 악기 하나 정도 다룰 수 있었다면

이런 경우 멋지게 넘순이를 해 봤을 탠데 속으로 많이 창피했습니다.

 

이청해의 소설-'악보 넘기는 남자'가 떠오릅니다.
연주자 옆에 앉아 악보 넘기는 '넘돌'이는 가난한 삶이지만 자기가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다른 잡념을 갖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으로 묘사됩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아직도 내가 음악과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안도해.
거기에 종사할 수 있다는 것이 기뻐." - 넘돌이의 고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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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돈이라는 분이 작곡한 해금과 피아노를 위한 한국풍의 살사를 들었습니다.

가까이에서 해금연주를 본 것은 처음인데 해금연주자가 얼마나 고운지

흔히 하는 말로 “선녀가 하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한복으로 만든 연주 복을 입고 왼손에 해금을 쥐고 오른손으로 활을 움직여

연주를 하는데 그야말로 환상입니다.


  

 

 

 

춤곡에 대해 연주하고 

영화 "오만과 편견"에 나오는 춤을 DVD로 잠깐 보기도 했고

샤콘 왈츠 폴로네즈 살사 우아팡고 같은 춤곡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춤곡에 대한 음악을 듣다보니 나도 춤을 좀 배워둘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악보를 읽지 못해 까막눈이고 춤을 못 춰도

춤곡을 들을 수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무식해도 음악을 엄청 밝히는 것이 웃기긴 해요.

까막눈 아줌마가요. ^^

 

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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