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생활을 노래함>코너
2006년 04월 01일 원고.... 아르투르 베네데티 미켈란젤리 (2) 방황과 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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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리는 13살(또는 14살)에 밀라노의 베르디 콘서바토리를 졸업하고, 갑자기 의학으로 진로를 바꾸고서는 1939년까지 의학을 공부하다가 1939년 제네바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등을 하면서 “리스트의 재래”라는 코르토의 찬사와 함께 본격적인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했죠.
그 당시 미켈란젤리는 의학 공부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고 해요. 만일 제네바 콩쿠르가 없었더라면 위대한 피아니스트가 아닌, 의사선생님 미켈란젤리가 탄생했을런지도 모르죠. 피아노치는 솜씨로 미루어 생각건대 아주 완벽한 수술 솜씨를 가진 외과의사?
제네바 콩쿠르에서 1등을 수상한 1939년부터 1941년까지 미켈란젤리는 볼로냐의 마르티니 콘서바토리의 교수로 지냈구요.
그런데 2차대전이 절정에 다다르면서는 이탈리아 공군에 입대해요. 사실, 미켈란젤리는 군대에 안 가도 되는 사람이었어요. 브뤼셀 콩쿠르 때 인연이 되었던 벨기에의 여왕이 미켈란젤리같은 재주 많은 사람은 군대에 가지 않게 해 달라고 부탁을 해서 그렇게 되었기도 했고요, 또 미켈란젤리의 아버지가 street musician 노동조합에 아들을 등록시켜서 군대가는 것을 피했다는 말도 있어요. 어쨌든 중요한 사실은 굳이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는데도 자진해서 참전을 했다는 거죠.
이탈리아 공군의 전투기 파일럿으로 전장을 누비던 미켈란젤리는 대공포화에 추격되어서 포로로 잡히지요. 그리고 8개월 만에 포로 수용소를 탈출해서는 파시즘을 반대하는 지하 레지스탕스의 멤버가 되어서 활동을 하지요. 당시 이탈리아는 무솔리니같은 사람이 지배하는 무서운 시기였는데, 미켈란젤리는 독재와 불의에 항거하는 정의로운 정신을 지닌 사람이었죠.
2차대전이 끝나자마자 미켈란젤리는 연주를 다시 시작했구요, 1946년에는 영국에서, 1948년에는 미국 공연을 통해서 비로소 세계 최정상급 연주자로 인정을 받게 되는데요, 1952년부터 건강상의 이유로 연주활동을 중단했어요. 건강상의 이유라 하면 신장염이 있었고 폐에도 질환이 있었다고 하는데, 연주를 중단한 이후에는 거의 10년간을 수도원에 들어가서 약학대를 전전하며 다른 분야에 심취하다가 다시 긴 공백을 깨고 돌아와서는 연주활동을 재개했죠.
음악을 들어야겠죠?
미켈란젤리가 연주하는 그리그의 서정소품집 op.43의 제5곡 Erotik입니다. (3:18)
1942년 미켈란젤리의 22세 때 녹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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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요? 피아노의 연금술사라는 수식어가 부족해보이죠?
이 연주에 걸맞게 이 음반의 제목은 The Beginning of a Legend 예요.
1964년에 미켈란젤리는 러시아 연주여행을 떠납니다. 모스크바 콘서바토리에서 있었던 연주회에는 청중이 정원의 2배가 들어왔다고 해요. 청중들은 흥분의 도가니였구요, 도대체 끝을 알 수 없는 그의 재능과 또 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감각과 엄청나게 풍부한 소리에 넋을 잃었다고 해요.
어느 누구보다도 조국 이탈리아를 사랑한 미켈란젤리가 조국을 등지고 스위스로 망명한 사건 아세요?
볼로냐의 음반회사 BDM사는 당시 미켈란젤리의 전속 음반사였는데요, 1968년에 그 회사가 파산하면서, 재판이 열리고 판결이 났는데 이 음반사와 계약한 미켈란젤리에게 책임이 있다고 난 거예요. 거기에 따른 조치로 미켈란젤리의 피아노 두 대가 압류당했고요, 피아노 뿐 아니라 당시 이탈리아에서의 연주 수입이었던 8900만 리라 그 밖에도 미켈란젤리의 집과 전 재산이 넘어갔어요. 조국을 위해서 피아니스트라는 신분에도 불구하고 전쟁에 참전했던 미켈란젤리는 재산도 잃었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명예를 갈취당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서 결국 스위스로 망명했고요, 그 뒤로는 다시는 조국의 땅을 밟지 않았다고 해요.
그 뿐 아니라 모든 공연 조건에 이탈리아인이 입장할 수 없다는 토를 달았고요. 실제로 1975년 바티칸에서의 연주회에서는 8천여명의 이탈리아인을 모두 퇴장시켰고, 1993년 런던에서 4회 공연을 모조리 취소했는데요 그 이유는 주최측이 조건을 어기고 이탈리아인에게 티켓 80장을 팔았다는 이유에서였지요.
어때요? 무섭지요?
음악 듣겠습니다.
미켈란젤리의 연주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4번 op.40 중에서 제2악장 Largo와 제3악장 Allegro vivace입니다. Ettore Gracis가 지휘하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1958년 녹음입니다.(연주시간 6:01 + 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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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연주 들으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이런 사람이 의사 선생님 되었으면 어떡할 뻔 했어요!!!!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