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일루와 일루와 일루와\"
2007-11-27 19:03:59
허원숙 조회수 3232

코미디 프로 중에 “어디야?”라는 프로가 있다.

근백이라는 아이와 그 옆을 얼쩡이는 약간 덜 떨어진 아이가 나온다.

약간 덜 떨어진 아이는, 근백이라는 아이한테 늘 지곤 한다.

머리도 모자라고, 체력도 모자라고 아마도 경제력도 모자라는 듯하다.

그래서 그 덜 떨어진 아이는 항상 속상하다.

“우씨! 그래도 난 형 있어. 형~!”

약간 덜 떨어진 아이는 형이 있어 든든하다.

그 형이 뭔가 항상 가르쳐주고 조언을 해 주고 힘이 되어준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그 아이는 근백이한테 당했다.

“으아~앙! 혀어어어어엉!”

가슴에 근육이 조금 붙은 빼빼 마른 형은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센 사람이라고 떠벌이고 다닌다.

온 사방을 향해 주먹을 휘둘러대는데, 그 주먹질이 헛주먹질이다.

맞은 사람은 없고, 휘둘러대는 자기만 지친다.

그래도 그 아이에게는 형이 최고다.

“일루와 일루와 일루와....”

근백이한테 뭔가 또 지고 분해하는 동생에게

형은 묘수를 가르쳐준다고 불러낸다.

그리고 정말 말도 안 되는 묘수, 근백이를 이길 묘수를

가르쳐준답시고 침을 탁! 뱉는다.

“이거야! 이거!”

“이거야?” 동생의 침이 꼴깍 목구멍을 넘어간다.

“할 수 있어?”

“응!!”

짧은 대답에 굳은 결의라도 담겨있는 듯 하다.

아마도 이번에는 근백이도 나를 이기지 못할 것 이라는 확신이라도 서는 듯이.

그리고 바로 뒤돌아 근백이에게로 달려간다.

“근백아~!”

근백이 앞에 서 있는 덜 떨어진 그 아이는 형이 가르쳐준 묘수를 생각한다.

그리고 입 안의 침을 모아 뱉으려고 애쓴다.

그 사이 근백이는

“퉤!”

벌써 침을 뱉어버렸다.

아으, 이번에는 이겨볼까 했는데...

그 덜 떨어진 아이는 속상하다.

그래도 형이 뭔가 더 가르쳐 주겠지.

“일루와 일루와 일루와”

형이 부른다.

또 다른 묘수를 가르쳐 주겠노라고.

하지만 사실 형도 어떻게 근백이를 이길 수 있는지 모른다.

단지, 힘 자랑 좀 하고 싶고, 몸 자랑도 좀 하고 싶을 뿐이다.

단지, 자기를 전지전능한 신쯤으로 알고 있는

덜 떨어진 동생에게 실망을 주지 않으려고 

사방에 주먹질에다, 팔굽혀펴기, 가슴에 왕짜 새기기 등등을

하고 다닐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시간이 갈수록

형은 힘이 쭉 빠지고 지쳐버린다.

 


서론이 길었다.

한 편의 코미디를 보면서,

우리 시대의 수 많은 멘토들도 저런 형의 모습이 아닐까 했다.

남을 거론할 것도 없이

바로 내 모습이 저런 모습은 아닐지.

“일루와 일루와 일루와”하면서

말도 안 되는 비법을 전수하면서

폼 재고 뻐기고 다니지만,

그 형처럼 마지막에는 제풀에 넘어지는

약하디 약한,

그래서 그 덜 떨어진 아이보다

조금도 나을 것 없는 초라한 모습은 아닐지...

공부하자.

공부해서 남 주자.

공부해서 남 주고 또 공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