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숨질 때 할 일\"...타티아나 니콜라예바 2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7-03-03
2007-11-28 10:59:19
허원숙 조회수 3442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생활을 노래함>코너

2007년 03월 03일 원고.... 타티아나 니콜라예바  (2) “ 숨질 때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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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바흐 서거 200주년 기념 바흐 콩쿠르는 니콜라예바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은 계기가 되었는데요, 우선 바흐의 전문연주자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 동유럽에서의 연주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 그리고 이후에 서유럽까지 연주활동의 반경을 넓혀간 것입니다. 그 연주활동을 위해서 니콜라예바는 엄청난 규모의 레퍼토리를 준비하는데요, 그녀의 레퍼토리는 바흐에서 바르톡까지의 모든 작품을 총망라하는 것이었다고 해요. 그 작품 중에는 바흐의 평균율곡집 전곡, 베토벤의 소나타 전곡이 다 포함되었고요.

그 당시의 바흐 연주라면 거의 모두들 원전악기를 사용하는 것이 관례로 되었던 때라서, 현대식 피아노로 연주하는 것이 생경하게 느껴지고 받아들이기 힘든 시대였는데도 불구하고, 니콜라예바가 현대식 피아노로 연주하는 바흐는 비평계의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면서 새로운 바흐의 해석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그럼, 니콜라예바가 연주하는 바흐의 작품을 한 곡 듣겠습니다.

플루트를 위한 소나타 BWV 1031 중에서 Siciliano in g minor입니다. (연주시간 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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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예바가 바흐 콩쿠르를 계기로 정말 소중한 인연이 맺어진 사람이 있는데요, 그 분은 다름 아닌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였습니다. 쇼스타코비치는 바흐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위촉이 되어 니콜라예바의 연주를 듣고 감명을 받았는데요, 그 감명은 새로운 작품의 탄생이라는 결실을 맺게 되지요. 그 결실은 바로 니콜라예바가 연주하는 바흐의 평균율을 모델로 삼아 작곡된 24개의 전주곡과 푸가 op.87인데요 이 곡은 니콜라예바에게 헌정되고 1952년 12월 23일과 28일 니콜라예바의 연주로 레닌그라드에서 초연을 하게 되고, 이후로 니콜라예바를 따라다니는 수식어 중 바흐와 쇼스타코비치의 전문 연주자라는 타이틀과 함께 생애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녀의 애주곡(?)이 됩니다.

니콜라예바는 1955년에는 소비에트 러시아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의 인민 예술가가 되었고요, 1959년부터는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강의를 시작해서 1965년 교수로 임명이 됩니다. 하지만 서방에 그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6년에 (만 62세)  런던에서 있었던 연주가 처음이었고요, 그 이후 1990년부터 비로소 유럽 전역과 미국에도 알려지게 되었죠. 너무 늦은 나이에 서방에 알려졌다는 것이 참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50장이 넘는 음반이 남아있어서 바흐와 쇼스타코비치의 최고 해석가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음악 듣겠습니다.

니콜라예바가 연주하는 부조니 편곡, 바흐의 샤콘느 BWV 1004입니다. (연주시간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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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세요? 

섬세하고 지적이면서도 육중하며 깊은 심연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최고의 연주이죠.

 


이런 분의 마지막 삶은 어땠을까...

누가 그러대요. 무슨 일을 하면서 내가 이렇게 살다 죽었으면 좋겠다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정말 행복하다고....

니콜라예바는 1993년 11월 13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연주회 도중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9일 후인 11월 22일 세상을 떠납니다. 그런데 그녀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곡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그녀의 삶을 바꾸어놓고 평생 그녀를 따라 다닌 곡. 평생 동안 3번이나 녹음을 하고, 또 그 3번째 녹음은 1991년 그라모폰 상을 수상한 그 곡. 바로 쇼스타코비치의 24개의 전주곡과 푸가였습니다. 그 중 한 곡을 들으시면서 저는 물러갑니다. 

쇼스타코비치의 전주곡과 푸가 중에서 제1번 전주곡 C 장조입니다. (연주시간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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