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예식을 올리다
2008-06-27 01:56:23
허원숙 조회수 2839

 

니콜라예바가 연주하는 쇼스타코비치 DVD 를 열었다.

보너스 트랙에 먼저 손이 간다.

클릭!

그리고 시작된 니콜라예바의 연주에 오버랩되는

기차를 타고 어딘가를 가고 있는 쇼스타코비치의 모습.

흑백화면 속의 쇼스타코비치를 추억하는 니콜라예바는

바흐 콩쿠르에서 쇼스타코비치를 만나게 된 사연을 이야기한다.

니콜라예바에게는 바흐 콩쿠르의 1등상도 소중하지만

그 콩쿠르로 인연이 된 쇼스타코비치와의 만남이 귀중하다.

하지만, 쇼스타코비치 또한 그녀에게서 동기를 부여받고

가장 은밀한 일기장과도 같은

마흔 여덟 개의 전주곡과 푸가를 작곡하게 되었으니...

그리고 그 귀중한 곡들은

원본 그대로 푸른 피의 피아니스트에게 전달이 되어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다.

아, 그랬구나....

나는 옷깃을 여미고 정좌하고서

니콜라예바가 연주하는

쇼스타코비치의 마흔 여덟 개의 전주곡과 푸가를 감상한다.

 

뜨개질도 못할 것 같은

두껍고 투박한 할머니의 손으로

그녀가 쇼스타코비치를 연주한다.

쇼스타코비치의 질곡의 세월은

그녀의 투박하지만 솔직한 손으로

숨쉬고 움직이고 빛을 내며

울고, 웃고, 달리고, 춤을 춘다.

감히 내가 그녀의 음반을 감상한다고 말할 수나 있을까.

무릎을 꿇고 귀한 하사품을 받는 것처럼

그녀의 음악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