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잡아주기, 놓아주기
2009-10-30 09:50:49
허원숙 조회수 5536

호서 졸업연주회 2009

학과장 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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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에 갔습니다.

그 날 오페라는 푸치니의 대표적 오페라인 투란도트였고

이탈리아 나폴리의 산 카를로 국립극장 오페라단을 초청한 공연이었습니다.

남자 주인공으로는 금세기 최고의 칼라프로 불리고 있으며

드라마틱 테너 마리오 델모나코 학파의 계승자인 테너 니콜라 마르티누치였는데,

칼라프를 사랑하는 류 역에는 호서 졸업생인 소프라노 성양현이 최고의 기량으로

이탈리아 성악가들과 훌륭한 하모니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자랑스런 호서의 동문의 모습을 확인하는 동안

내 머리 속에는 텔레비전 광고의 한 장면이 기억납니다.

화면 가득 유유히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여인의 모습인데

앞으로 달려나가는 모습이 아니라 화면을 거꾸로 돌려

뒤로 달려가는 모습입니다.

유유히 달리는 여인의 모습이 거꾸로 달려가자

그 여인은 고등학생의 모습이 되고

계속 거꾸로 달려가더니 중학생을 거쳐

비틀 비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앳된 모습의 초등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거꾸로 달려가는 장면의 끝은

바로 그 비틀거리는 자전거를 잡아주는 아버지의 손길이었습니다.

화면에서는 거꾸로 달려오는 자전거를 잡아주는 장면이었지만

사실 그 장면은 어린 아이 혼자 자전거를 타고 달릴 수 있도록

아버지가 뒤에서 밀어주고 자전거에서 손을 떼는 순간이었던 것이죠.

 

2009년 가을.

4년간의 기량을 선보일 졸업연주회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뒤에서 밀어주던 자전거에서 살짝 손을 놓는 마음입니다.

지금은 품을 떠난다는 사실이 불안하지만

이제 곧 머지않아 오페라 주인공처럼 유유히 달려나갈

호서의 또 다른 자랑스러운 동문의 탄생을 기대합니다.

졸업생 여러분, 연주를 축하합니다.

그리고 그 동안 가르침을 주신 교수님들과

믿음과 사랑을 주신 부모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09.10. 음악학과장 허원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