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만든 파스타는 이런 맛이구나."
초짜 주방보조가 만든 파스타를 주방장이 먹어보고 하는 말이다.
드라마 <파스타>의 한 장면이다.
며칠 전 12회에 방송된 <파스타>에서는,
힘든 주방보조일에, 박봉에, 주방장의 그지같은 성격과 나름 배신감에
주방을 떠나기로 작정한 주방보조에게
주방장이 파스타를 만들 것을 제안하는 장면이 나왔다.
보조일하느라 정작 후라이팬은 한 번도 못 잡아본 것이 서운한 주방보조에게
그럼, 니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너의 파스타를 만들어주렴...
그리고 미련없이 떠나라....
라고 주방장은 말한다.
못 할 게 뭐있어! 내가 그동안 눈썰미로 본 것도 얼마나 많은데...
주방보조는 그동안 후라이팬 닦으며 눈물과 한숨으로 훔쳐본 파스타에 도전한다.
짜잔!
주방장 앞에 보란듯이 놓여져 있는 주방보조의 파스타는
그가 그토록 가고자하던 요리사의 길을 열망하며 옷장에, 방천정에 붙여놓은
파스타의 사진과 꼭 닮아있었다.
주방장은 포크를 들고 파스타를 휘감아서 자신의 입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천천히 맛을 본다.
아무말도 없이 또 다시 포크를 들고 파스타를 떠서 먹는다.
또 다시, 또 다시...
언젠가 그 주방장은 그랬었다.
"훌륭한 요리였다고 말하는 것보다, 말없이 비워져서 주방으로 돌아오는 그 빈 접시가 더 큰 찬사"라고.
그렇듯이 오늘도 이 주방장은 주방보조의 파스타 접시를 말없이 비운다.
'....거봐, 나도 요리사 될 자격이 있잖아!.....'
아마도 주방보조는 그 빈 접시를 보고 이렇게 속으로 외쳤을 거다.
주방보조의 파스타를 한 접시 다 비우고 난 주방장은 말한다.
"너의 파스타는 이런 맛이구나. 내가 영원히 기억하겠다."
그리고 주방을 나간다.
주방에 홀로 남겨진 주방보조.
한 마디 칭찬도 없이 이상한 말을 내뱉은 주방장에게 또 다시 빈정이 상해
후라이팬에 남겨진 자신의 파스타를 한가닥 손으로 들어 맛을 본다.
한가닥이 두 가닥, 열가닥....
마구마구 자신의 파스타를 입에 우겨넣고 바닥에 주저앉아버린다.
"드럽게 맛없네"
어우~ 눈물나.
그게 스승이다.
드럽게 맛없어도 제자가 만든 파스타를 끝까지 먹어주는 일.
얼마나 괴로웠을까...
맛도 드럽게 없는데.....
반항하며 떠나가는 제자를 극구 말리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깨달아 돌아오게 만드는 일.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
그 가시밭길을 지나야 제대로 된 길을 만날 수 있는데...
사실, 음악을 가르친다는 것도
드럽게 맛없는 파스타를 계속 먹어주는 일이기도 하다.
만들고 먹고, 만들고 먹고, 배는 띵띵 불러오는데
또 만들고 먹고, 드럽게 맛없는 걸로 채워진 배를
새로운 기대감으로 또 채워본다.
왜?
나도 그랬고, 그렇고, 그럴테니까.
내가 걸어온 길이었으니까.
바로 그게 과거의 나의 파스타 맛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