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2008-11 월간 피아노 음악 허원숙 독주회평(문태경)
2008-11-09 14: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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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평

 

허원숙의 피아노 이야기 “나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2008년 10월 11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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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무르익어가기 때문이었을까. “나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라는 피아니스트 허원숙의 독주회 부제는 어딘지 속삭이듯 말을 걸어오고 있는 듯했다. 거기에 프로그램 또한 쇼팽과 브람스, 그리고 리스트의 ‘발라드’로만 채워져 있는 것까지 차가와진 날씨에 관객의 마음을 더욱 들뜨게 하는 레퍼토리가 아닐 수 없었고 말이다. 더구나 첫 무대부터 맑고 투명한 선율, 한없는 감성의 나락을 경험케 하는 쇼팽의 ‘발라드, no.1~no.4’가 아닌가.

 

건반에 마주 앉은 허원숙은 발라드 no.1 G 단조 op.23을 매우 집중해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주자는 흔한 감성적 유희를 허락하지 않으려는 듯 이내 격정적인 흐름을 드러냈다. 곱상한 정서로 치우치는 해석에 저항이라도 하듯 때론 거칠게 감성을 자극한 연주는 확실히 예상을 깬 것이었고 놀랍게도 그 이상의 효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유래 없이 과감한 발전과 파워풀한 전개는 더욱 돋보였다. no.2 F 장조, op.38은물론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아간 것이었다. 편안한 시작만큼이나 극도로 대조되는 폭풍과도 같은 열정이 반복되었고 이는 곡을 더욱 폭 넓고 광활한 것으로 만들고 있었다. 맑고 투명한 소리들마저도 힘 있고 자유롭게 빠져 들어간 no.3, op.47에 이어, no.4, F 단조, op.52는 정서적이면서도 확고한 연주자의 이상을 보여준 연주였다.

 

브람스의 4개의 발라드, op.10은 허원숙이 직접 곡이 탄생하기까지의 배경과 악상이 품고 있는 의미를 설명하며 이해를 도왔는데 특히 배우 박혜진을 초대해 이 곡에 영감을 준 헤르더의 시를 낭송케 해 심오하게 파고드는 악상을 매치시켰다. 카리스마 넘치는 낭송에 이어진 진중한 피아노의 음색은 상념에 젖어 고즈넉하게 읊조려간 제 4곡까지 깊이 있는 충만함으로 꽉 찬 무대였다.

 

리스트의 발라드 no.2 역시 풍부한 울림과 감정의 분출을 뚜렷하고 자유롭게 조절한 연주로 퉆은 완성도가 유지되었다. 진중한 흐름, 차츰 승화되어간 악상의 전개는 인상깊은 마무리와 함께 한참동안 무대를 맴돌았으며 이는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기에 충분한 힘을 지닌 것이었다.

 

글. 문태경

월간 피아노음악 2008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