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2008-10 피아노음악 <내마음속의 사과나무>
2008-10-13 00:22:08
관리자 조회수 2658

내마음속의 사과나무...허원숙

 

책갈피에 꽂힌 한 장의 꽃잎같은...

 

허원숙...50...걸어간다는 것, 그길을 힘들게 걸어가야만 길 끝에펼쳐진 또 다른풍경에 대해 감사와 눈물이 있다....내 인생도 이제 50,행복한쉰 살,새로운 걸음을 걷는다.

- 허원숙피아노 독주회 프로그램 노트 중-

 

행복이란 무엇인가? 똑같은 일을 해도 어떤 마음을 갖고 하느냐에 따라 우리 인생의 빛깔은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 자신의 50이라는 인생에 ‘행복한 쉰살’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이 둥그래진 느낌이에요. 20년 전의 패기보다는 작은 것을 깊이있게 들여다보고,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것 같아요.”

 

10월 11일 오후 7시 30분 세종 체임버홀에서 피아니스트 허원숙 (호서대 교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발라드이다. 쇼팽의 4개의 발라드 (Ballade No.1 in G minor, op.23, Ballade No.2 in F major, op.38, Ballade No.3 in A flat major, op.47, Ballade No.4 in F minor, op.52) 와 브람스의 4개의 발라드 (Balladen, op.10), 리스트의 발라드 2번 (Ballade No.2 in B minor). 이 날은 특별히 연극배우 박혜진의 시낭송도 함께 이루어질 예정이다. 12월 7일 오후 3시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에서도 그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계속된다.

 

“인생의 환희, 아픔을 노래한 발라드는 작곡가마다 자신들의 감성과 이야기들을 음악 속에 다양하게 그려놓았죠. 그 사랑 안에는 기쁨도 있지만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에 대한 슬픔, 사랑하지 말아야 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죄책감 같은 여러 마음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삶과 똑같이 그렇게 아프고 기쁜 순간들이 그려져 있는 것이죠.”

 

KBS FM <이미선의 가정음악>의 음악작가 (2000),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에서 <허원숙의 생활을 노래함>, <허원숙의 피아니스트 플러스> 코너 진행 (2005-2008) 은 불특정 다수라는 대중 속에서 전문 피아니스트의 깊이있고 따뜻한 음악해석과 새로운 이야기들을 나누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허원숙의 피아니스트 플러스>는 많은 마니아층에게 사랑받아왔고, 전공자나 비전공자 모두에게 공감할 수 있는 흥미로운 주제로 관심을 모았다.

 

“방송 매체에서 보여지는 피아니스트의 모습은 화려하게만 비춰지지만, 실제로 피아니스트란 일상을 끊고 연습하며 자신과의 피나는 싸움을 견뎌야만 하는 사람들이에요. 무대에서 뿐만 아니라 방송에서 실제로 이야기하며 소통하면서 그런 고정관념을 많이 버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랐지요. 나의 음악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면 그것은 정말이지 감사한 일이에요. 반면 저는 스스로 연습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많이 위로를 받아요. 악보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연구하고 연습하며 하나씩 알게 되는 그 기쁨, 소리를 찾아가는 그 과정이 행복하고 감동적이에요. 그것은 아픔을 잊게 하고, 감사하게 하고, 삶의 의미를 찾게 하죠. 많은 직업들이 있지만 이렇게 매순간 감동을 받는 일이 어디 있겠어요?”

 

여고시절 내 마음에 새긴 ‘금언록’

 

순수한 꿈 하나만으로도 아련한 추억의 향기가 전해지는 여고시절, 그녀의 여고시절은 아름다운 이화의 교정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소중히 간직해오다 가지고 나온 낡은 공책의 첫 페이지에는 ‘74.3.5 이화1,정,32 허원숙’ ‘금언록’ 이라고 쓰여 있었다. 귀여운 팬더 공책의 페이지를 열자 하루하루마다 소중한 명언들이 예쁜 글씨로 가득했다. 옆에는 그녀가 직접 그린 재치있는 컷도 함께 그려져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인수 선생님께서 담임 선생님이셨는데, 언제나 아침에 학교에 가면 선생님께서 칠판에 이 명언들을 매일 써 놓으셨어요. 그러면 저희들은 각자의 공책에 적어놓았구요. 선생님께서는 국어 선생님이셨는데, 인품이 훌륭하신 분이셨죠. 가끔 그 금언록 공책에 편지도 써 주시곤 하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친구들도 그 때의 그 기억을 모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더군요.”

 

그 때는 몰랐던, 그러나 지금 다시 읽어봐도 참으로 가슴에 새길 만한 언어들이 30년을 훌쩍 넘은 세월을 거슬러 다시 되살아나는 듯했다. 삶과 음악 앞에 언제나 진실하게 우리에게 따뜻한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그녀의 성품은 여고시절에도 여전했던 것인지, ‘한결같이 진실한 네 성격을 칭찬한다. 한결같은 마음, 그것이 가장 소중한 것이니라’ 라고 손수 쓴 담임 선생님의 편지도 눈에 띄었다.

 

“그 때는 참 선생(先生)과 참 제자(第子)가 있었던 시절이었어요. 선생님은 저희가 모두 집에 돌아간 후 교실에 남으셔서 손수 명언을 칠판에 쓰셨습니다. 선생님의 그 마음가짐, 그 태도는 지금 생각해도 존경스러워서 마음에 깊이 남아요. 이화여고 졸업 30주년 기념식을 계기로 동창회 카페도 생겨서 그 때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어요. 세월은 흘렀지만, 모두들 마음만은 그대로더군요.”

 

그녀의 금언록 노트는 동창회 카페에도 알려져 너무도 많은 친구들이 그 때의 추억을 나누며 행복해 했다고 한다.

 

“여고 시절 이후 지금에 있기까지 삶이 기쁨으로만 가득찼던 것은 아니었어요.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삶은 때로는 슬픔과 상처와 좌절도 주었고, 몸이 많이 아파서 힘들었던 시련도 있었지요, 하지만 어려움을 겪고 나면 정말 소중한 것들에 대해 다시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시련을 겪은 시대의 피아니스트들이 더 좋은 음악가가 되는 것처럼, 인생은 어쩌면 그 앞을 알 수 없기에 더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인지도 몰라요. 매일 매일 성실하게 살다보면, 언젠가는 그 열매들이 맺어질 거라 믿고 있어요.”

 

우리의 삶은 시련 속에서 더 견고해지고, 아픔 속에서 더 아름다워지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자신의 금언록에서 “나는 나의 생명을 다하여 나의 오늘에 할 일을 그 오늘마다에 다해보려고 힘쓰고 있습니다. -안창호-” 라는 글이 참 좋다고 말한다.

 

“이제 시속 50km로 제 인생은 달려가겠지요? 그리고 계속 달려가다 70세가 되는 때에는 슈베르트의 소나타를 연주하고 싶어요. 그 해가 마침 슈베르트 서거 200주년이 되는 해여서 더 의미가 깊을 거예요. D.958, D.959, D.960 음악 속에 담긴 인생의 깊은 의미를, 아팠던 우리를 다독여주는 따뜻한 위로의 그 이야기들을 들려 드릴게요.”

 

글_국지연기자 사진_윤윤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