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2008-10 월간 The Music 인터뷰 원본
2008-09-19 01: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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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더 뮤직 2008-10 <인터뷰 질문>

 

1. 이제 인생의 시속, 50km...

쉽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말입니다. 허원숙의 피아노 이야기 50탄(?)은 나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라고 부제를 다셨는데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들을 담고자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글쎄요....

제 포스터 보면서, 50살 미만은 관람불가 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하.

제 주변에 어떤 분은, “이제는 생일이 돌아와도 안 반가워. 늙는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날이 뭐 그리 좋은감?” 하시기도 하는데요.

제가 그랬어요. “그래도, 얼마 지나지 않아 생일이 돌아온다는 사실이 감사할 걸? 이만큼 건강하게 무탈하게 살아있다는 게 기적같이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가 올거야!”라고요.

 

저는 1958년생이고요, 1988년에 유학마치고 귀국하면서 바로 호서대학교에 몸담기 시작해서, 1998년에 10-20-40 이라는 타이틀로 독주회를 가졌어요. (귀국10년, 20회째 독주회, 그리고 나이 40이라는 숫자를 붙여쓴 것이었죠.)

그런데 그 후로 또 10년이 흘렀네요. 세월빠르죠? 그래서 이번에는 뭘 할까 생각하다가, 50은 한 번 짚어주고 가야할 것 같아서 (하하) 50이라는 숫자의 의미를 생각해보았어요. 논어의 지천명은 너무 과하고요, 아, 이젠 속도를 반으로 늦추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허원숙 50, 이제 인생의 시속, 50km 이렇게 적게 되었네요.

 

무슨 이야기를 담아내냐구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요.

사실, 50 이라는 나이가 경계선인 것 같아요. 정신은 이제 철들기 시작하는데, 몸은 잠들기 시작하는 나이. 그래서 30, 40에 느끼지 못했던 아쉬움이 절절해지는 나이.

그래서, 제가 좋아하고 즐겨 연주하던 곡들 중에서 이제 더 나이든다면 체력이 딸려서 치기 힘들 것 같은 곡들을 모았어요. 연주회가 잘 되면 음반으로 남겨볼 욕심에... 그러다 보니 두 개의 독주회가 되었네요.

 

10월11일에 하는 연주회는 발라드예요. 그래서 제목을 “나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라고 정했고요. 쇼팽의 4개의 발라드의 작곡 동기가 되었던 미키에비츠의 시, 브람스가 발라드를 작곡하게 된 배경이 되었던 에드워드 발라드, 그리고 또 리스트의 발라드 2번의 소재가 된 그리스신화 속 인물인 헤로와 레안드로스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 등등이 바로 “나의 이야기”인 셈이죠. 그러니, 이 제목은 제가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쇼팽, 브람스, 리스트가 서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저는 그저 전달해주는 심부름꾼에 불과하고요.

 

2. 그리고 12월의 겨울은 “그리고 또 하나의 ...” 라고 부치셨는데 그 동기와 또 하나의 다음에 나오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궁금하실 것 없어요.. 하하.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사탕 하나를 꺼냈는데, 그리고 나서 다시 호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또 하나의 사탕이 들어있는 것? 50살을 지내며 독주회 하나 준비했는데, 그러다보니 또 하나의 독주회가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니면, 이제 내 앞에 펼쳐질 또 다른 무엇에 대한 기대감? 글쎄요, 오이돈 교수에게 “그리고 또 하나의...”라는 제목으로 작품을 부탁했는데, 어떤 곡일지 사실 그것도 무지 기대되요.

 

3. 참 재미있고 의미 있는 부제들입니다. 역시 허원숙 교수님께서만이 부치실 수 있는 제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에 갖게 되는 두 연주회의 특별함이라고 할까요. 해마다 그것도 어김없이 자신과의 약속이라고 할까요. 기존의 연주회와는 또 다른 느낌이 아닐까 해서요.

 

글쎄요, 예전에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크레이지>라는 코너가 있었어요.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이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면서 그 제목을 다는 장면이 있었는데, 사진만 보았을 때에는 아무 반응도 없던 관중들이 개그맨이 사진에 토를 다는 순간 다들 까무러칠 정도로 박장대소하는 코너였어요.

제가 제목을 다는 이유도 바로 그런 것이죠. 뭔가 새로우면서 음악에 접근하기에 많은 도움도 주고, 또한 적극적인 감상이 되도록 만들어주는 활력소같은 것.

 

4. 주제에 따른 프로그램 선별 동기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셔요. 특히 오는 10월에 갖게 되는 연주회 프로그램들의 간단한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1번 질문에 대답했습니다.

 

5. 개인적으로 피아니스트 허원숙 교수님의 음악인생을 존경합니다. 늘 샘솟는 아이디어와 기지라고 할까요. 오늘과 내일의 준비를 늘 철저하게 준비하시는 선생님의 모습..모두 모두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자신을 위한 관리라고 한다면요.

연주자로서는 이렇게...

교육자로서도 이렇게...

그리고 평소의 나의 모습은 이렇게...라고 표현한다고 하면요.

 

관리요? 그런 거 안하는데요... 저는 관리 안 하는 게 관리예요. 하하.

 

연주자로서, 교육자로서 관리를 어떻게 하냐면요...

애들보고 연습해라, 연습해라... 말할 필요없어요.

그저 학생들처럼 나도 학교에서 밤까지 연습하면 됩니다. 늦은 시각까지 연습하다가 연구실에서 퇴근하는 선생님의 뒷모습만 보여주면 되지요. 그러면 애들은 자동으로 다음 날 새벽부터 연습실에 옵니다.

 

사족이 있다면, 귀국해서 한 가지 결심한 것은 있었어요.

무대위에서는 강의 핑계대지 말고, 수업할 때에는 연주회 핑계대지 말자.

 

6. 앞으로 그리고 싶은, 그려나가고 싶은 허원숙의 피아노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또한 어떠한 계획들이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는지도요.

 

글쎄요... 앞으로 그려나갈 이야기는 저도 몰라요. 이제 몸을 혹사하는 힘든 곡은 더 이상 잘 할 수 없을테니, 새로운 곡들을 찾아봐야겠죠?

 

7. 음악은 나에게 있어서 어떤 의미일까요. 음악을 그려 나가고 있는 후학, 후진들을 위해 좋은 말씀을 주셔요.

 

“음악이란.... 감동이다.”

참 좋아요, 감동적인 일이 직업이라서..... 어떤 직업이 그렇게 매 순간 눈시울이 적셔질 감동을 선사하겠어요.

 

후학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요.

음악을 시작했다는 것은, 특히 피아노를 선택했다는 것은, 화창한 날, 놀러나갈 맘을 억누르고 연습실에 나의 청춘을 묻어야된다는 것을 말하죠. 기나긴 연습으로 다른 모든 일이 차단된다는 것도 의미하고요. 그렇다면 그런 많은 것들을 희생해가면서까지 해야하는 이 일이 정말 즐겁고 기쁘고 행복한 일이 아니라면 절대 해서는 안되는 것이죠.

 

그리고, 요즘 학생들은 음악해서 성공하려고 하는데, 음악 자체가 목표가 되어야지, 음악을 도구로 삼아 무엇을 얻으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인생이 피폐해지고 음악이 초라해지니까... 하하. (끝)

질문자: 동경채 월간 더 뮤직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