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1996-01 음악춘추) 1996 내가 가장 기대하는 신세대 연주가
2007-11-26 13:20:37
관리자 조회수 1976
1996-01 음악춘추

1996 내가 가장 기대하는 신세대 연주가

음악 전반에 해박한 지식 소유
피아니스트 허원숙


글: 홍승찬 (한국에술종합학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 년 전 <음악동아>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음악가상에 허원숙을 추천했을 때도 같은 말을 했었다.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욕심많고 부지런한 피아니스트라는 말이었다.
피아니스트 허원숙에게는 피아노를 빼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피아노에 심취되어 혼기도 놓쳤고, 피아노 이외에는 아무 것에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에게는 꾸미는 일에 신경을 쓰는 것도 어색한 일이고 내숭을 떠는 것은 더욱이나 소름돋는 일이다. 그러나 자신에게는 그토록 까다로우면서도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배려만킁은 남달이 헤픈 것이 그의 결점(?)이기도 하다.

능력있는 피아니스트라고 추천해놓고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기교나 음악성을 따지는 것은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허원숙의 피아노 솜씨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피아노 치는 것 외에도 그는 빼어나게 잘 하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우선 글솜씨만 해도 평론가라고 행세하고 다니는 필자가 부끄러울 정도이다. 그는 피아노 음악에 관한 글들을 여러 차례 잡지에 기고한 바 있고, 지난 해에는 이보 포고렐리치의 연주회평을 쓰기도 했다. 그의 글을 읽노라면 음악 전반에 관한 해박한 지식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그는 다루는 레퍼토리만큼이나 사고의 폭이 넓고, 작품에 대한 해석이 치밀한 만큼 글 속에 담긴뜻도 깊고 그윽하다. 그의 연주가 늘 깔끔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것처럼 그의 글 또한 그러하다.
허원숙은 욕심이 많다. 그가 머리 속에서 그리고 있는 엄청난 크기의 음악 세계를 다 채우려면 아마도 평생을 해도 모자랄 듯 싶다. 안쓰러운 마음에 말리고도 싶지만 말린다고 들을 사람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죽고 못사는 무엇을 가졌다는 것이 그토록 부러울 수가 없다.
이렇게 그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지금도 그는 아마 피아노 앞에 앉아 있을 것이다.

홍승찬 (한국예술종합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