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1995-04 월간 객석) 봄 무대 주목받는 연주가 피아니스트 허원숙
2007-11-26 13:19:31
관리자 조회수 2179

연속 인터뷰/ 봄 무대 주목받는 연주가
피아니스트 허원숙

"음악에 대한 생각을 청중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글:유영민 기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쇼팽의 소나타 작품 35와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은 중심을 이루는 소재로 보면 장송곡과 죽은 친구의 그림 등 서로 비슷하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는 시각은 엄청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허원숙의 독주회를 가면 늘상 보게 되는 프로그램 해설이다. 오는 4월 19일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에서 독주회를 갖는 피아니스트 허원숙은 자신의 독주회때마다 프로그램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조용히 풀어 놓는다.

"빈에서 공부할 때 그 곳의 음악청중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할머니들이 지팡이를 짚고 공연장에 들어와 앉아서는 악보를 보며 음악을 듣는 거예요.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청중이죠.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음악회에 오는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곡을 연주하는지, 어떤 생각으로 레퍼토리를 정했는지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프로그램 앞면에 싣게 된 '연주에 앞서...'이다. 어떤 부분은 내용이 부실한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너무 전문적인 얘기가 실리기도 하지만 음악회 시간에 지각만 하지 않는다면 부담없이 한 번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그의 음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독주회에서는 반드시 쇼팽 소나타를 치고 싶었어요. 그리고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은 얼마 전 작곡가의 자필악보사진을 구했거든요. 자필악보를 토대로 한 악보와 초판을 토대로 한 악보 두 가지가 모두 있었는데 서로 다른 기호들이 많았거든요. 작곡가가 실수로 그려놓았겠거니 했는데, 자필악보를 보니까 그게 아니었어요. 필체가 그렇게 정확할 수가 없어요. 다르게 썼다가 지운 흔적도 있고 틀림없이 기호 하나하나에도 많은 고민을 했음이 틀림없어요."
그래서 두 곡이 정해졌고 쇼팽 소나타의 분위기까지 몰아오기 위한 곡으로 전주곡 C#단조, 자장가, 뱃노래를 추가했다. 4년 전부터 1년에 두 차례씩 꾸준히 독주회를 가져온 그는 공연 전부터 항상 이렇게 진지하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연습할 시간이 없을 정도"란다.

"오스트리아 유학 시절 실내악 공부를 한 것이 내 태도를 그렇게 바꾸어 놓았나봐요. 피아노곡만이 아니라 다른 장르의 음악에도 스스로 관심을 갖도록 만든 학습법이 인상적이었어요."
이 때 생긴 또 하나의 스승이 있다. 바로 '악보'이다. 피아노 악보뿐 아니라 다른 악기 악보, 오케스트라 총보까지 읽던 그는 그 때서야 음악이 달리 보이더란다.

"지금도 악보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요. 악보를 보며 작곡자가 왜 이런 조성, 이런 박자를 택했을까 생각해 보는거죠. 피상적으로 악보를 봐서는 안 되요. 악보 속에 묻혀있는 음악의 모든 것, 작곡자의 모든 생각을 읽어내야 합니다."

호서대 음대 교수이기도 한 허원숙은 학생들에게 그 점을 항상 강조한다. 그러나 절대 그의 생각을 주입시키지 않고 학생들 스스로 음악 속에서 뭔가를 발견하도록 유도한다. 지난 해에는 리스트의 소나타로 렉쳐 콘서트를 가진 적도 있다. 음악에 대한 생각이 항상 많아서인지 그 생각을 전해주며 스스로 너무나 즐거웠다고,
"바람직한 음악회란 연주를 통해 청중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 곡을 연주하더라도 그 음악을 통해 음악에 대한 내 생각을 청중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유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