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2012-04 음악춘추 인터뷰 원본 (이메일 원본)
2012-03-22 15: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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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 음악춘추 배주영 기자 인터뷰 질문과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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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독주회의 부제를 '걸러내다'로 정하셨는데요,

슈베르트, 이건용 선생님, 브람스의 작품으로 하루의 프로그램을 엮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슈베르트의 소나타는 늘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던 작품이었습다.

2028년이 슈베르트 서거 200 주년이 되는 해거든요.

1997년 슈베르트의 탄생 200주년 때에 슈베르트의 작품만으로 독주회를 한 적이 있었는데

제가 70살이 되면 슈베르트 서거 200주년 기념 음악회를 꼭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했었습니다.

슈베르트의 마지막 소나타 세 곡으로요. 그런데 그 날이 먼 훗날일 줄만 알았는데 자꾸 다가오는 게 아니겠어요?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70살에 슈베르트 연주회를 제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번 독주회에 G 장조 D. 894 로부터 시작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건용 선생님은 제가 늘 존경하는 스승이신데 1년 전 쯤 2012년 독주회를 위해 작품을 써주십사 부탁을 드렸었고

지난 2월 선생님으로부터 새로운 작품의 악보가 들어있는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완성된 선생님의 작품을 보고 나머지 두 곡 브람스의 피아노 소품 op.118,119 를 함께 묶게 된 것이죠.

 

2. 세 작곡가 작품들의 어떤 점에서 '걸러내다'라는 느낌을 받으셨는지요?


브람스의 마지막 피아노 소품들은 표현에서나 음향에서나 많은 것들을 덜어냈습니다.

격정은 초탈로, 흥분은 추억으로 삭혀낸 것들이지요.

슈베르트 또한 본인의 삶의 무게를 감당하면서도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애잔하게 그 느낌을 걸러내고 있습니다.

이건용 선생님의 <여름빛에 관한 세 가지 악상>도 보들레르의 시에서처럼

여름빛으로 비유되는 그 짧았던 젊음을 세월의   여과기로 걸러낸 작품입니다.

이건용 선생님의 작품 노트가 저의 이번 독주회의 타이틀로  "걸러내다"라는 제목에 이르게 했습니다.

 

3. 이건용 선생님의 '여름빛에 관한 세 개의 악상'은 선생님께서 직접 위촉하신 작품인가요?

 

네!

이 작품에 대한 연주자로서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많은 내용이 담긴 어려운 작품입니다. 또한 심플하기도 합니다.

정제된 표현과 함께 음향의 파편을 눈으로 보는 것 같은 곡이기도 하고요.

클라이맥스에서는 포효하는 듯한 고통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작품노트에서처럼 마지막은 달관자의 말처럼 놓아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순전히 제 주관적인 생각이긴 합니다만.

정말 좋은 작품을 만들어주셔서 기쁘고요.

그 감동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좋은 연주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지요.

 

4. 어떤 무대가 되었으면 하시나요?

 

 늘 그렇듯이 제 바람은 연주자나 청중이나 모두 소중한 것을 경험하고 간직하는 무대가 되기를 바랍니다.

 

5. 선생님께서 이번 독주회에서 생각하신 '걸러내다'라는 의미와 다른 질문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음악가로서 걸러내고 싶은 자신의 어떤 부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저요? 다 걸러내고 싶죠. 하하.가장 걸러내고 싶은 것은 "욕심"입니다.

이제 욕심을 놓아버릴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소리의 욕심.

테크닉의 욕심.

표현의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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