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ORMANCES 2003-10-26 제26회 독주회 <하늘도 담고, 꿈도 담고...>
2007-11-27 12:49:44
허원숙 조회수 2427

 

 

2003-10-21 대구 문화예술회관 소극장
2003-10-22 부산 금정문화회관 대공연장
2003-10-26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프로그램:
쇼팽 전주곡 op.45
베르크 소나타 op.1
리스트 단테를 읽고
드뷔시 영상 제1집
조인선 피아노를 위한 <투영> (2003)
라흐마니노프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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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물 내용:

 

<반 고흐, 영혼의 편지 - 글로 그린 영혼의 절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결코 그리지 않은 그림인지도 모르지….”
고흐의 그림 ‘실편백나무가 있는 별이 반짝이는 밤’을 보고 마음이 울렁거린 사람이라면
이 말,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결코 그리지 않은 그림이라는 말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나를 감동시키는 것은 자연 안에 모두 들어있다”는 고흐는
그림을 그리되 “단지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자기 희생과 자기 부정, 그리고 상처받은 영혼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동생이자 경제적 후견인이었던 그림판매상 테오에게 보낸 고흐의 편지를 보자.
“서로 보완해주는 두 가지 색을 결합함으로써 연인의 사랑을 보여주는 일,
그 색을 혼합하거나 대조를 이루어서 마음의 신비로운 떨림을 표현하는 일,
얼굴을 어두운 배경에 대비되는 밝은 색조의 광채로 빛나게 해서 어떤 사상을 표현하는 일,
별을 그려서 희망을 표현하는 일,
석양을 통해 어떤 사람의 열정을 표현하는 일….”
이 글만 읽어도 왜 고흐의 그림엔 과거 현재 미래가 한 폭의 그림으로
완벽하게 표현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고흐는 말한다.
“사람들이 우리의 그림을 보고 기술이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기술의 비밀을 잘 파악하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네.
다시 말해서 우리의 작업이 너무 능숙해서 소박해 보일 정도로
우리의 영리함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지.”
우리말 번역이 난해해 다시 설명한다면
테크닉이 예술성을 덮어버리지 않게, 테크닉이 없는 사람처럼 그리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의 말대로 농부는 예술에 대해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기 때문이란다.

“아, 망할 자식들!”
고흐는 욕설을 퍼붓는다.
그가 미치도록 사랑하고 존경하는 렘브란트, 마네, 쿠르베를 향해서다.
그들이 매춘부의 초상화를 진짜 매춘부답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게 그리고 싶어!”

그가 그림을 통해 절실히 원했던 것은 무엇일까.
고갱에게 쓴 편지에서 그는
“베를리오즈와 바그너의 음악이 이미 이룬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모르겠네.
쓸쓸한 마음을 달래주는 그림 말일세.”라고 말한다.
쓸쓸한 마음을 달래주는 그림이라….

고흐의 편지를 읽으면서 맑은 영혼의 외로운 절규에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내 평생의 스승의 가르침을 얻은 것 같아 가슴이 뻐근했다.
즉, 음악은 자연 그대로일 것.
연주는 테크닉을 자랑하지 말 것.
마음을 위로해주는 음악일 것.

허원숙 (2003.7.26.한국일보)

*항상 프로그램의 첫 장을 장식했던 <연주에 앞서>를 오늘은 이 글로 대신하렵니다.


 

*program

쇼팽 전주곡 올림 C 단조, 작품 45
F.Chopin Prelude in C sharp minor, op.45

베르크 소나타, 작품 1
A.Berg Sonata, op.1

리스트 단테를 읽고 -소나타풍의 환상곡
F.Liszt Apres une Lecture de Dante
-Fantasia quasi sonata

-intermission-

드뷔시 영상 제1집
C.Debussy Images I
물에 비친 그림자 Reflets dans l'eau
라모를 찬양하며 Hommage a Rameau
움직임 Mouvement

조인선 피아노를 위한 <투영> (2003)
In-Sun Cho Reflexion pour piano (2003)

라흐마니노프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 작품 42
S.Rachmaninoff Variations on a Theme of Corelli, op.42

 

*작곡자가 직접 전하는 작품해설

피아노를 위한 <투영> Reflexion pour piano (2003)

나무 위에 머물다가 사라지는 바람,
물위에 반짝이는 빛,
수없이 다양한 모습으로 흘러가는 구름,
해거름 시간의 침묵 속에 물들어 가는 하늘.....

눈 오는 겨울 바다는 회색 하늘의 아픔을 담고 하얀 포물선을 그린다.
그리고, 끊임없이 소리를 만들며, 빛을 찾아 나아간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소리와 빛을 투영이라도 하듯이.....

빛과 빛이 부딪히면서 그려지는 또 다른 빛,
소리와 소리가 부딪히면서 흔들리는 또 다른 소리
존재하지만 볼 수 없는 소리와 들을 수 없는 그림자.....

마음 깊이 담겨진 빛과 소리 그리고 자연의 그림자를
피아노의 소리로 그리려고 한다.
빛과 소리는 마음에 투영되고, 마음은 빛과 소리에 투영되는 것일까?

.........이 작품은 피아니스트 허원숙의 위촉 작품으로 2003년에 작곡되었다.

2003.가을... 조인선

 

조인선 (Cho, In-Sun)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 (사사:김용진 교수)
*독일 쾰른국립음대 작곡과 졸업 (사사:Joachim Blume교수)
*쾰른대학교에서 음악학,철학 전공
*동아콩쿨과 독일 만하임 국제작곡콩쿨 입상
*쾰른,베를린,본,프라이부르크,뮌스터,모스크바,피우지,부다페스트,브레멘,뮌헨,
함부르크,웰링턴,마닐라,동경,베이징 등에서 작품 연주
*1990.1991.1998년에 개인 작곡발표회를 개최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
*서울음악제,KBS-FM,국립국악원,한국페스티발앙상블,실내악단<화음>의 위촉작품 발표
*독일의 예술후원단체인 Hoege의 'Artist- in- residence'에 초청
작품연주, 즉흥연주, 세미나 개최 (2000.여름)
*현재 중앙대학교 교수로 재직
*아세아작곡가연맹, ISCM (이사),창악회, 한국 여성작곡가회 (회원)

 


Epilogue

부르르륵~, 부르르륵~ ~
분장실 거울 앞에 놓아둔 전화기가 갑자기 울려댄다.
“원숙씨, 왜 그래? 정신 차려!”
“나, 죽을 것 같아. 어쩌지 -”
“반절이나 남았잖아. 며칠 전 리허설 땐 잘 쳤으면서. 어서 찬물로 세수하고 정신차리고 나와. 후반부엔 그 때처럼 잘 쳐야 돼.”
1년 전 이맘때. 그러니까 아프고 나서 새로 시작한 독주회. 이름하여, “_______다시 부르는 노래”를 연주하는 날 일어났던 실제 상황이다.
예상했던 것 만큼 연주가 잘 되지 못한 채 1부가 끝나고 분장실에 돌아와 허탈감과 공포에 정신이 나간 순간 , 핸드폰으로 응원 전화 걸어준 착한 친구 덕에 남은 2부는 조금은 정신을 차리고 연주회를 마칠 수 있었던 게 벌써 1년 전 일이다.
그리고 혼자 소나기 맞은 중 모양 중얼거렸었지. “내 다시 독주회 하나봐라.”
하지만 망각은 최고의 은총인지, 그 악몽을 다 잊고 또 무대를 마련한다.
뭘 들려주지...
아참, 들려주려고 하지말고 그냥 보여주자. 그냥 놔두자.
고호의 말처럼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결코 그리지 않은 그림인지도 모르잖아.
연주회의 중심에 reflexion 이라는 말을 집어넣었다.
투영이라....
비추는 것.
비추려면 뭔가 담겨 있어야지...
하늘도 담고 꿈도 담고.
아, 오늘은 친구가 분장실로 응원전화 하지 않아도 되었으면 좋겠다.

 


피아니스트 허원숙 (HUR,Won-Sook)

*서울음대 기악과 졸업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피아노과 졸업 *동대학 실내악과 수료
*비오티 발세시아 국제 피아노 콩쿠르 1위 * 비오티 국제 콩쿠르 입상 *포촐리 국제 피아노 콩쿠르 입상 *마르살라 국제 피아노 콩쿠르 입상 * 루마니아 오라데아 국립 교향악단, 상해 방송교향악단, 충남교향악단, 마산시립교향악단과 협연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 국제 음악페스티벌 초청 독주회 *독주회, 실내악 연주 다수 *KBS FM 기획 <한국의 음악가> CD 출반 *독주회 실황 CD 제1,2집 (서울음반) *실황 CD “바람아, 너는 보았니...”(아울로스 뮤직) 출반 * KBS 제1FM 음악작가 역임 *현재 호서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