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ORMANCES 1998-10-22 제20회 독주회 <허원숙 10-20-40>
2007-11-27 11:20:46
허원숙 조회수 1940

<허원숙 10-20-40>


귀국 후 10년의 연주활동을 결산하며
20번째의 피아노 독주회로 꾸미는
피아니스트 허원숙, 40세의 진솔한 이야기

 


1998.10-14 인천 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1998-10-22 서울 세종문화회관 소강당
1998-10-27 호서대학교 천안캠퍼스 연주홀

 

<연주에 앞서>

 

얼마전부터 나의 연습실의 한 쪽 벽면에는 그림 한 장이 텅 빈 공간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그 그림에는 사람이 한 명 등장하는데 입고 있던 티셔츠를 머리 위로 벗는 도중이라 얼굴이 가려져 그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알아볼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의 등 뒤로는 금방이라도 그를 하늘 높이 솟아오르게 할 것처럼 하연 날개가 돋기 시작하더니 이내 활짝 펼쳐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가슴으로부터는 오래 전부터 소망하던 바램이 하얀 비둘기가 되어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날아가고 있습니다. 슬프도록 짙푸른 배경에는 그 사람의 이전 모습인 듯 또 한 명의 남자가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움켜쥐고 서 있습니다.

알에서 애벌레, 번데기를 거쳐 성충으로 가는 길은 아마 그림 속의 주인공처럼 고통을 이기지 못하여 얼굴을 움켜쥐어야만 하는 힘든 여정이 될 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탈바꿈하는 그 순간도 커다란 고통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합니다. 티셔츠 속에 가려진 그 얼굴도 새로운 날개를 달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흥분 속에서도 사실은 괴로워 찡그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1988년 귀국하여 강단에 선 떄가 바로 얼마 전 같은데 연주회장과 학교를 번갈아 다니는 동안 어느 덧 시간이 그렇게도 많이 흘러갔습니다. 가만 두면 시간은 또 그렇게 지나갈 것입니다. 그래서 흐리게나마 세로줄을 하나 그어 보았습니다. 혹시 이 세로줄이 나에게 탈바꿈의 소중한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으로.

오늘 연주되는 작품들은 모두 환상곡이라는 제목을 가진 작품들입니다. 푸가와 한 조를 이루는 곡도 있고 폴로네즈의 리듬과 풍을 환상곡이라는 자유로움으로 허물어버린 곡도 있으며 소나타 형식과 악장을 가진 환상곡도 있습니다. 유학시절부터 나에게 조언과 관심을 아끼지 않는 동료 채경주씨도 특별히 이 연주회를 위하여 작품을 써 주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 연주회의 마지막은 10년 전 귀국 독주회에서 연주한 전람회의 그림으로 장식합니다.

 


<프로그램>

바흐 반음계적 환상곡과 푸가 d단조 BWV 903
쇼팽 폴로네즈-환상곡, 작품 61
채경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1998)-허원숙에게 헌정함(초연)
슈만 환상곡 C 장조, 작품 17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