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ORMANCES 1995-04-19 제14회 독주회
2007-11-27 11:10:09
허원숙 조회수 1897

1995-04-19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프로그램:


쇼팽 전주곡, 작품 45
쇼팽 자장가, 작품 57
쇼팽 뱃노래, 작품 60
쇼팽 소나타 내림 b단조, 작품 35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연주에 앞서...>

 

오늘 연주되는 쇼팽의 4개의 작품들은
모두 같은 음 (올림 C 또는 내림 D음)을 시작으로, 서로 다른 조성과 선율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관조하는 듯한 전주곡 작품 45의 선율은 단조롭지만 거부할 수 없는 압도감으로 다가옵니다.
단순한 화음으로 반복되는 왼손의 반주 위에, 다양하게 변주된 오른손의 간단한 선율을 가진 자장가는
잠들게 하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자장가의 마지막 음과 같은 음으로부터 솟구치듯 시작되는 뱃노래에는
우수와 함께 기대와 희망이 담겨있습니다.
쇼팽의 소나타 작품 35와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은,
중심을 이루는 소재는 장송곡과 죽은 친구의 그림 등 서로 비슷하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는 시각은 엄청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쇼팽의 소나타에서는 제 1,2 악장의 진취적이며 강렬한 노래가 제3악장의 장송곡을 지나고 나면
제4악장의 죽음 뒤의 황량한 바람으로 실려가 버립니다.
죽은 친구의 유작을 모은 전시회에서의 감회와 그 그림들을 소리로 묘사한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에서는 서로 다른 그림들의 단편적인 모습들이
발걸음 (promenade) 이라는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전람회로 향하는 기대에 찬 발걸음은,
괴상하고 흉측한 그림이나 슬픈 그림을 대한 뒤의 마음 추스림으로,
또는 기분좋은 그림을 대했을 때의 뿌듯함으로 변화되며,
'죽은 자와의 죽음의 대화'에서는 죽음의 행렬로 이어지지만,
'키에프의 성문'에서 마침내 의연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승화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