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ORMANCES 1993-06-20 제7회 독주회
2007-11-27 11:04:27
허원숙 조회수 2751

1993-06-20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프로그램:

 

바흐 전주곡과 푸가 내림b단조 (평균율 제1권)
모차르트 소나타 K.330
베토벤 소나타, 작품 101
쇼팽 녹턴 작품 32-2와 55-1
쇼팽 환상곡 f 단조
리스트 잊혀진 왈츠 제1번
리트스 장송곡

 

<연주에 앞서...>

 

오늘 연주되는 곡들은 거의 모두가 4박자를 기본리듬으로 한,
위풍당당한 행진곡이나, 부드럽고 애절한 노래나,
극도의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끝내 분출해버리고야마는 장송곡들입니다.

 

바흐의 평균율 중 전주곡에서는 베이스의 오스티나토가 암울한 장송곡으로 비추어지며
푸가에서는 5성의 장엄한 스트레토와 함께 슬픈 감정의 절제와 승화된 모습이 보여집니다.

 

베토벤의 소나타 작품 101번은 제1악장에서 A장조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다른 조를 떠돌다가
재현부에 가서야 드디어 A장조로 확립되는 모습이
슬픔을 외면하려는 소극적인 방관 또는 도피로 비추어지며,
2악장의 위풍당당한 행진곡을 거쳐
마지막 악장에서 1악장의 소극적인 도피나 방관이 적극적인 자세로 해결되는
정반합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바흐와 베토벤의 두 곡 사이에서 모차르트의 밝고 아기자기한 소나타가
극도의 슬픔을 완화시켜주고 있습니다.

 

쇼팽의 야상곡에서는 마음 속에 간직한 슬픔이 아름답게 장식되어 표현되어지며
깊은 시름 뒤의 무아경으로 이끌어가고,
환상곡에서는 어느 영웅의 죽음에 부쳐진 장송행진곡을 시작으로 영웅의 화려한 일대기가 펼쳐집니다.

 

빛 바랜 사진첩의 낡은 기억처럼, 리스트의 잊혀진 활츠 제1번에서는,
생각이 날 듯 말 듯한 아름다운 선율의 편린들이 뿌옇게 나타났다가는 이내 사라지고 맙니다.
그리고 처절한 슬픔으로 절제를 해도 못다하는 장송곡이 마지막을 장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