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ORMANCES 1992-09-07 제6회 독주회
2007-11-27 11:02:35
허원숙 조회수 2694

1992-09-07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

 

프로그램:


베르크 소나타, 작품 1
라벨 쿠프랭의 무덤
리스트 소나타 b단조

 

<연주에 앞서...>

 

사람에 따라서 문화를 수용하는 방법이 각기 다르듯이
음악에 있어서도 작곡자에 따라 전통과 형식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다양합니다.
오늘 연주되어지는 작품의 작곡자들은 음악의 전통적인 양식을 자신의 곡에 사용하면서
혹자는 전통에의 계승 및 발전으로, 혹자는 전통의 초월로 각자 그 의도를 달리합니다.

 

알반 베르크는 그의 스승 쇤베르크의 영향으로 12음기법 또는 음렬주의의 음악으로 가는 과정에서도
그의 소나타 작품 1에서는 전통에 입각한 소나타 악장을 고수하였습니다.
하지만 반음계적 진행, 4도 병행, 두꺼운 화음층, 농축된 표현들은
곡 시작과 마지막의 나단조의 조성을 이탈하여 무조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같은 인상주의에 속하면서도 드뷔시의 후광에 가려지지 않을 수 있었던 라벨의 힘은 바로
전통을 지키며, 색채와 개인적인 인상의 강조보다는 좀 더 객관적이며 설명적으로 음악을 풀어나갔던
그의 음악적 경향에서 확실히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총 6곡의 모음곡으로 구성된 쿠프랭의 무덤에서 라벨은
포를랑느, 리고동, 미뉴에트와 같은 춤곡에 프렐류드, 푸가, 토카타와 같은 절대형식의 곡을 묶어서
인상주의의 화성과 기법을 바로크적인 형식 안에 집어넣어
형식적인 완전미와 함께, 토카타에서는 그의 특유의 화려함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리스트의 경우는 베르크, 라벨의 경우와 현저히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리스트의 거의 모든 곡이 그렇듯이 밖으로 뻗어나가려는 원심력이
단 하나의 소나타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목은 소나타이지만 괴테의 파우스트 대본을 바탕으로 한 표제음악이라는 점과,
제시부 발전부 재현부 제1주제 제2주제의 통념을 깨고 곡 시작과 함께 쏟아부어놓은
여러 개의 주제들을 변형시키고 조합하여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이끌어 나갔다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