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ORMANCES 1989-05-29 제1회 독주회 (귀국 독주회)
2007-11-27 10:46:16
허원숙 조회수 2364

1989-05-29
장소:세종문화회관 소강당

 


프로그램:
Beethoven Sonata op.10-3
Brahms Handel-Variations, op.24
Ravel Jeux d'eau
Mussorgsky Pictures at an Exhibition


연주평:김형주(음악저널, 1989-7)
서울대 음대를 거쳐 서독 쾰른 음대와 오스트리아 비엔나 음대에서 공부하고 현재 호서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신진 허원숙이 귀국 첫 선을 보여 주목을 끌었다.
이번 귀국 독주회에서 다룬 작품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라장조 제7번, 브람스 헨델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 라벨의 물의 희롱,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등 만만치 않은 난곡이나 대곡들이다. 이 레파토리 선택에서도 이미 짐작이 가듯이 이 작품에 대한 대결의식이 진지할 뿐더러 자신만만한 의욕이 연주에서도 느껴져 그 야심에 찬 강인한 의지가 부단히 분출된 정열과 더불어 연주를 박진감있게 이끈다.
무엇보다도 날카로운 감각을 훈련을 통한 통어력으로 억제하면서 견고한 구도 속에 마치 조각품처럼 섬세하게 그리고 정교하게 꾸며가는 솜씨는 놀랄만하고 강인한 타건력과 야무진 구성에서 공간조형감각이 명확하고 강렬하게 부딪혀온다. 그러나 그의 연주에서 설득이 잘 된 이유는 오직 작품 속에 뛰어들어 고뇌와 갈등에서 영혼을 불사르는 전력투구, 다시 말해서 몰아의 정신추구의 결과이며 이는 그의 이지적 사고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보아진다. 그러나 그의 연주에서 비쳐진 합리성은 자칫 차가운 바람을 일게 하고 경직된, 가까이 하기 어려운 감각을 주기도 한다. 보다 인간적인 체온이 느껴져야하고 깊은 서정적 따스함도 느긋한 낭만성과 더불어 여유있게 음미해보는 사고의 여백도 필요하다. 그러나 여성으로는 드물게 타건력도 있고 표현의 폭도 크다고 볼 때 앞으로 내용의 축적에 노력한다면 기대할 만한 연주가라고 보아진다.
베토벤의 소나타 제7번은 잘 다듬어진 음상으로 짜임새있는 구성력을 보여주었는데 제1악장의 예민한 감각과 기질이 빈틈없는 야무진 연주였고, 제2악장은 보다 정감적 표상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러나 제3악장은 아담하고 깨끗한 품위가 느껴지는 연주였고 제4악장은 유화하면서도 활기가 산뜻한 호연이었다.
그리고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포가는 후반부에서 약간 단조한 대목이 있기는 했으나 정밀한 구성과 다양한 기교로 변주의 본질을 잘 살려 정력적이고도 진폭이 큰 박력으로 잘 처리했고 푸가의 대비적 조화 속에 대선율의 균형있는 처리도 좋았다.
다음의 라벨의 물의 희롱은 감각적 조형감이 약간 미흡했지만 섬세하고 색채적 조형은 아주 야무지게 이루었다고 보아진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연주의 성과는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이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이 대곡을 다향한 곡상의 연줄과 다이내믹한 박력으로 괄목할만한 공감을 주었다. 특히 '소'의 힘차고 무거운 악상의 표현, '튀일리'의 귀엽고 세공적 치밀한 묘사, '병아리의 춤'에서의 코믹하고 재치있는 구성 등이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