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ORMANCES 2012-04-29 허원숙의 피아노 이야기"걸러내다"
2012-03-20 20:15:00
허원숙 조회수 3814

허원숙의 피아노 이야기 "걸러내다"

2012-04-29 오후 5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슈베르트 G 장조 소나타/ 이건용 여름빛에 관한 세가지 악상/ 브람스 피아노 소품집 op.118 &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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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팜플렛 내용)

연주에 앞서

 

1982년 오스트리아 빈 유학 2년차였던 저에게 편지를 주신 분이 계십니다.

 

“..... 중요한 것은 음악에 대한 이해가 어떠하냐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음악에 대한 이해가 보다 깊고 보다 많은 사

람들이 음악과 더불어 즐겁게 살며 자기네들에게 어울리는 음악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작

곡가 몇 사람이 실험적인 일을 한다고 해서 또 진취적인 음악회가 자주 열린다고 해서 그것이 세계의 음악사에 중요

하게 기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만일 그것이 그곳에 사는 많은 사람들과 일치된 호흡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

니라면 더욱 그렇지요. 그런 점에서 빈은 역시 좋은 고장일 것이 틀림없습니다. 다만 바라고 싶은 것은 너무 기죽지

마시고, 또 가능한 한 비판적인 태도를 잃지 마실 것. 돌아오실 때 빈 사람처럼 되어 오시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하

실 것 등이나, 뭐 그렇게 대수로운 일은 아닙니다. 잘 하시리라 믿습니다. ..... 오래지 않아 좋은 결실을 맺으실 줄을

믿으며 한국에서도 남달리 큰일을 해 주시리라 기대하여 의심치 않습니다....”

 

그 당시 그 교수님은

독일에서 갓 귀국하신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과 활기와 투지가 넘치셨던 분이셨는데

이제는 인생이란 여과(濾過)기를 거쳐

걸러지고 깊어지고 초월하신 큰 스승이 되셨습니다.

 

그 교수님이 오늘 저의 연주회를 위해 곡을 지어주셨습니다.

이건용의 “여름빛에 관한 세 개의 악상”이 바로 그 곡입니다.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건용의 여름빛에 관한 세 개의 악상을 중심으로

슈베르트의 유보된 인생처럼 애잔하고 사랑스러운 소나타 G 장조와

브람스의 영혼의 사리(舍利)와도 같은

마지막 피아노 소품 op.118, 119 두 작품을 함께 배열하며

느낀 생각.

 

...걸러냈다는 것. 여과.

 

  

program

 

프란츠 슈베르트: 소나타 G 장조, 작품 78. 도이치번호 894

Franz Schubert: Sonata in G Major, op.78. D. 894

1. Molto moderato e cantabile

2. Andante

3. Menuetto. Allegro moderato

4. Allegretto

 

 

이건용: 여름빛에 관한 세 개의 악상 (초연)

Geonyong Lee: Three Ideas on the Light of Summer (premiere)

 

intermission

 

요하네스 브람스: 피아노 소품, 작품 118

Johannes Brahms: Klavierstücke, op.118

1. Intermezzo. Allegro non assai, ma molto appassionato

2. Intermezzo. Andante teneramente

3. Ballade. Allegro energico

4. Intermezzo. Allegretto un poco agitato

5. Romanze. Andante

6. Intermezzo. Andante, largo e mesto

 

요하네스 브람스: 피아노 소품, 작품 119

Johannes Brahms: Klavierstücke op.119

1. Intermezzo. Adagio

2. Intermezzo. Andante un poco agitato

3. Intermezzo. Grazioso e giocoso

4. Rhapsodie. Allegro risoluto

 

 

작곡가의 작품해설

 

이건용: 여름빛에 관한 세 개의 악상

 

‘여름빛’이란

보들레르의 가을의 노래의 첫머리에 나오는 표현을 가져온 것이다.

즉 차디찬 어둠에 대비되는 계기이다.

 

보들레르가 살았던 여름은

내가 경험해온 여름과 다소 다르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밝고 투명하고 바삭거리는 것이었다.

그 때 받은 여름빛의 인상이 이 곡에 다소 반영되었다.

 

그러나 무엇이 크게 다르겠는가?

삶의 슬픔에 연유가 없듯이

여름빛의 찬란함과 힘참에도 대책이 없다.

원래 그런 것이다.

그것이 이 곡의 큰 그림이다.

 

- 이건용

 

 

이건용(李建鏞 LEE, Geonyong)

 

평남 대동군 생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및 동 대학원 졸업

독일 프랑크푸르트 음악대학 작곡과 졸업

효성여자대학교 및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 역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역임

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

 

 

에필로그

 

달려가는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멀리 보이는 나무는 제 자리를 지키고 또렷이 남아있는데

앞에 있는 들풀들은 휙휙 지나간다.

머무름과 움직임이 공존하는 사진이 되었다.

 

게다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이곳은

달려가는 기차 안.

유리창에 비친 기차 내부와 밖의 풍경이 섞였다.

현실과 꿈이 교차하는 사진이기도 하다.

 

‘걸러내다’

- (액체 속의 찌꺼기나 불순물을) 체 따위로 밭아서 말간 액체만 남기다.

사전에 나온 정의이다.

여기서 생각나는 과정들.

 

장소의 이동과

시간의 기다림.

 

눈물과 한숨과 사랑과 열정과 고뇌와 회한...

그 많은 이야기가 다 담겨진 곡들은

어떤 체에 밭쳐서 걸러졌을까.

 

아니면

달리는 기차에서 본 나무들처럼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던 건 아닐까.

 

 

 

피아니스트 허원숙 (許元淑 Hur, Won-Sook)

*서울음대 기악과 졸업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피아노과 졸업 및 동대학 실내악과 수학 *발세시아 국제 콩쿠르 1위 *비오티 국제 콩쿠르, 포촐리 국제 피아노 콩쿠르, 마르살라 국제 콩쿠르 입상 *루마니아 오라데아 국립교향악단, 상해방송교향악단, 팔레르모 유스 오케스트라, 충남교향악단, 마산시립교향악단, 천안시립교향악단, 강남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협연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 국제음악페스티벌 초청독주회, 북경 국제 여성음악가대회 초청연주, 금호문화재단 금호 스페셜 콘서트 시리즈, 이야기가 있는 음악회 <허원숙의 피아노 이야기>를 비롯한 독주회 50회 *KBS FM 기획 <한국의 음악가> CD *독주회 실황 CD 제1,2집(서울음반)

*실황 CD<바람아 너는 보았니...> (아울로스뮤직) *<Reflexion>, <Variations+> (MusicZoo Entertainment)

*소나티네 제1집 2CD 제2집 2CD (아울로스 뮤직) *Czerny 30 Etudes de Mecanisme op.849 (일송미디어)

*KBS FM 의 <이미선의 가정음악> 음악작가 (2000)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에서 <허원숙의 생활을 노래함>,<허원숙의 피아니스트 플러스> 코너 진행(2005-2008) *2007-2009 세종문화회관 세종예술아카데미 <클래식공감><클래식 원정대> 연주 및 해설 *현재 호서대학교 교수 *홈페이지 www.hur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