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RD 끄적끄적
2008-07-18 00:05:13
ㅊㅈ <> 조회수 970
220.88.32.130

정말 입 뻥긋 안 하고 선물 받은게 너무 이상해서...

제가 생각했던 상징을 먼저 풀어볼게요

 

영화의 초반에 안나가 돼지우리 같은 베토벤 집에서 제일 처음 하는 것이 청소에요

그렇게 단정 반듯하던 사람이 삘받아서 곡을 쓰기 시작하니까 청소는 온데간데 없죠

그 방치된 방 안을 3컷이 연속적으로 비추는데 깨진달걀-경쾌한 햇살이 들어오는 창문-창틀 위 사과에요

수녀틱한 범생이의 틀이 깨진 상징인데 이 모든 것이 지저분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신선해요

또, 베토벤이 다리를 뿌실 때 '이건 soul도 passion도 없다'고 악을 쓰는데

거기엔 없던 그 두 가지가 안나가 작업하는 피아노 위에 촛불과 와인인 거 같아요.

 

저한테 붉은 촛불? 와인같았던 연주라면 단연 둘째날 멘델스존이요.. 아직도 허우적대고 있어요

그 때 느낌을 리플레이해서 반복하고 싶은데 이미 공중에 흩어졌다는 거.. 그래서 더 아쉬워요....

햇살 밑에 사과 같았던 건 오늘 리스트요. 작곡자 몰랐으면 드뷔시라고 생각했을 거에요.

엔딩이 개구진 소년이 씽긋 웃고 있는 거 같았어요.

 

살롱음악회라는 건 처음인데 피아노와 가까워서 감동이 진한거 같아요.

사람 말할 때 등에 귀를 대고 있으면 소리만 아니라 그 깊은 곳에서 오는 진동이 전달되는 것처럼요.

스멀스멀 발밑에 깔리는 서늘한 공기, 미치도록 쉬크한 은발의 들썩임, 피부로 스며드는 찐득한 울림

이런 것들 기억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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