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RD 편지의 길이는 저의 애정과 흥분에 비례합니다. (취자님의 편지...펌)
2008-07-12 00:40:31
hurws <mysonagi@hanmail.net> 조회수 1488
221.147.36.87

취자님의 메일 감사합니다.

취자님, 여기에 올려도 되는 거죠? 싫으시면 도로 내릴께요.

허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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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진중권의 '서양미술사1'라는 책을 읽고 갔었거든요?

그 중 흥미로웠던 건 중세의 '상징'에 관한 거였어요

그냥 그림 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 밑에 숨겨진 뜻을 찾아내는 것이 너무 재밌어서..

그런데 음악은 미술보다 찾아낼 상징이나 숨은 은유나.. 뭐 그런 건덕지가 없다고 생각했었거

든요..그래서 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어제 공연에서 보니까 음악도 노다지던데요!!!

"중세인이 즐겼던 Acrostic 도 텍스트의 형상화와 관련있다. 우리의 삼행시처럼 각 문장의 첫 문자를 세로로 읽으면 다른 텍스트가 나타나는 형상시다. 원래 텍스트는 선형적으로 읽고, 이미지는 공간적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Acrostic은 선형적 텍스트를 공간적으로 읽을 것을 요구한다. 이렇게 이미지를 '보는' 방식으로 텍스트를 '읽으면', 불현듯 감춰져 있던 새로운 텍스트가 출현한다. 이는 보이는 것 속에 은밀하게 의미를 감추어 놓았던 중세의 취향과 딱 맞아 떨어진다."

제가 평소에 예민하게 열광하는 부분이 있길래 필사했놨었어요.

"불현듯 감춰져 있던 텍스트의 출현!"

Bach의 푸가도 악보를 선따라 읽지 않고 공간적으로 보니까 붉은 십자가가 두둥!

책반납하기 전에 맘에 든 그림 찍어논 것도 보내요^^

하나는 수태고지인데요. 비가시적인 '고지'의 장면을 두루마기 휴지 풀어논 것처럼

가시화해놨어요. 전 웃기던데.. 하나는 날고 기는 명화보다 제가 이 책에서

제일 예쁘다고 생각한 그림이에요. 6백몇년 경에 그려진 그림이라는데 색감이나 도안이

너무 현대적이에요. 사진이 덜 예뻐요 ㅠ

그림의 XP가 그리스도를 의미하는 거래요. 전 window xp만 알았지 그런 줄은 몰랐어요.ㅎ

사실 공연 가기 전에 음악을 들었을 땐 Frank의 멜로디가 이뻐서 기대했는데

막상 가서는 멘델스존에 반해버렸어요. 처음 연주를 시작하실 때부터 저 숨이 턱 막혔어요.

밀도가 진해서, 질식할 것 같은...빨라지면서는 단어가 생각이 안 나는데 raw하면서

섹시하다는 느낌까지..거의 끝에서야 숨통이 트인 거 같아요.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어요.

그렇게 긴장을 끌고 갈 수 있는 카리스마! wow~~! 진짜 대단하세요.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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