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피아노가 재미있어야한다
2007-11-27 13:35:22
허원숙 조회수 1976

음악춘추 기회:영 비기너 선생을 위한 어드바이스

 

"피아노가 재미있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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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한테 피아노 연습을 시키려면 어찌나 이리저리 도망치는지 내가 씨름을 해야 한다니까요."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라고 여겨지지 않으세요?
"어머나, 우리 집이랑 똑같네!"하는 어머님들 많으시죠?
아이에게 피아노 연습이 재미있는 놀이였다면, 과연 연습하기 싫어 이리 저리 핑계를 다고 도망치고 그랬을까 한 번 생각해 보세요. 하지만 아이의 마음에 지겨운 대상이 되어 버린 피아노라면 무언가 바꾸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무엇을 바꾸어야 할까요?

 

*일단 피아노가 재미있어야 합니다.

 

선생님의 가르치는 방식에 문제점이 없는지, 집에서 연습하는 과정에 엄마의 강요는 없었는지, 배우는 과제곡의 난이도에 문제점은 없는지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보다 훨씬 수준이 높거나 낮을 때, 그 일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립니다. 피아노를 처음 배우는 어린 아이라 할 지라도 개인의 성격, 취향, 소질이 다르기 때문에 각 개인에 맞는과제곡과 진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성취욕이 강한 아이의 경우는 조금 힘든 곡을 주며 완별하게 소화할 때까지 한 곡을 연습하도록 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에게는 재미있고 쉬운 곡을 주며 비록 외우지 못했다 할지라도 적당한 선에서 다른 곡으로 바꾸어 주어야 합니다. 또한 한 가지를 10번 또는 20번 반복연습을 강요하는 것은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여러가지 다양한 연습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반복학습에서 오는 지겨움에서 벗어나도록 해 주세요.

 

*상상력을 키워주기 바랍니다.

 

무엇을 설명할 때 적당한 비유를 통하면 훨씬 손쉽게 이해를 시킬 수 있습니다. 음악을 음악 자체로 이해시키는 것보다, 자연 현상이나, 시작적인 표현, 연극적인 요소를 사용해 보세요. 예로 드는 대상은 어린 아이가 경험했던 일 또는 어린이의 이해력이 따라주는 범위 내에서 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부분을 단순히 피아니시코로 고르게 연습하도록 반복 연습을 시키는 것보다는, 오히려 아기의 자는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든지, 고양이나 강아지의 부드러운 털을 상상하도록 하면 훨씬 더 음악적 표현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또 그 반대로 포르티시모를 연주해야 하는 부분을 가르칠 경우, 소리의 크기에 너무 집착할 경우 근육의 경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것보다는 어린이 큰 소리로 생각할 수 있는 대상 (코끼리, 천둥소리 등)을 상상하게 하고, 비록 어린이의 소리가 그것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외향적인 음량에 집착하지 않고 마음 속의 표현이 먼저 생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아이는 음악을 좋아하고 연습도 스스로 많이 하긴 하는데, 소리는 딱딱해서 아름다운 선율이 나오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좋은가요?"

 

어린이가 음악에 흥미를 갖게 되면 그 다음엔 자기 자신의 소리를 듣는 훈련을 조금씩 시작해야 합니다. 가냘픈 손가락에 조금씩 힘이 생기고, 빠른 부분도 제법 칠 수 있는 단계가 되면 이젠 자신의 음색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음표가 너무 많거나 복잡한 음악은 그 자체로 버거우므로, 비교적 음표가 많지 않고 느린 곡을 선택해서 한 성부씩 차근 차근 소리를 듣도록 훈련을 하기 시작하십시요.
무엇을 가르쳐 줄 때에는 "고르게 쳐 봐!"라든지, "그게 아니고, 더 작게, 아니 아니 더 작게라니까!"처럼 명령조 또는 훈계조로 하지 마십시요.
아름다운 음악의 사랑스런 선율을 표현하도록 가르치면서 그 과정에 무서운 호랑이 선생님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어린이에게서 사랑스런 음악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르치는 순간만은 무서운 선생님이 아니라 친절한 도우미라고 생각하십시요.
말로써 설명이 부족할 경우에는 선생님이 직접 연주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선생님은 이상적인 음악을 연주할 수 있어야 하지만, 잘 못 치는 학생의 흉내를 그대로 낼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 두 가지를 서로 비교하면서 어린이가 스스로 문제점을 발견하고 고쳐 나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아이는 아직 어려서 페달은 안 배웠어요. 나중에 수준이 높아지면 그 때 가서 하면 되잖아요?"

 

페달을 쓰는 적절한 시기는 아이의 음악적 진도에 맞추는 것보다 아이의 체격에 맞추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즉, 아이의 체격이 피아노에 앉았을 때 발이 페달에 닿을 시기가 되면 진도에 상관없이 페달을 사용하도록 가르칩니다.
페달은 리듬 페달과 같은 비교적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고 어느 정도 발 움직임이 자유로워지면 레가토 페달도 시도해 보세요. 자신의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자신이 낸 건반의 소리 뿐만 아니라, 페달로 남겨진 소리 전체를 듣는다는 것입니다.
오랜 기간 건반만으로 연주하다가 갑자기 페달을 사용하게 되면 미숙한 페달링으로 말미암아 지저분한 소리를 감당하기 어렵게 됩니다. 따라서 페달 교육도 조금 이르다 싶을 때부터 조금씩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페달을 사용하는 목적은 일반적으로 (1) 음을 길게 하기 위해서와, (2) 음을 크게 치기 위함인데,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3) 입체적인 음향효과를 주기 위해서, 그리고 (4) 베이스 라인을 잘 나타내기 위함이라는 것도 주지시켜야 합니다.
단순히 화성이 바뀌면 자동적으로 바꾸어 밟는 페달링에서 탈피해서 음악적인 효과를 위해 사용하는 페달링이 되도록 주의깊게 지도해야 합니다.

 

--"우리 애는 다른 것 다 끊고 피아노만 시켜요. 한 가지만 잘 하려고요."

 

자신의 아이가 얼마나 혼신의 힘을 다해 피아노에만 매달리는지 자랑삼아 부모가 하는 말입니다.
한 학생에게 곡을 주었습니다. 그 학생은 우리나라의 가장 좋은 예술학교를 다니는 학생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손가락이 잘 훈련되어 있어서 어떤 곡을 주어도 어려움없이 쳐 내는 학생이었습니다.
테크닉이 화려한 곡들을 잘 소화해 내는 그 학생에게 음악에 나타난 슬프고 고통스런 부분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생활 환경이 유복하여 어려움이란 것은 전혀 접해 보지 못한 그 학생은 그 음악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이리저리 설명을 시도해 보던 중, 게오르큐의 <25시>를 내어주며 집에 가서 다음 주까지 읽고 절망이 무엇인지, 좌절이 무엇인지, 희망이 없다는 것은 무엇인지 잘 느껴보고 피아노로 옮겨 보라고 했습니다.
드디어 한 주가 지나갔고, 그 학생은 <25시>를 다시 가져왔습니다.
아, 이제 이 학생에게서 깊은 슬픔과 좌절의 표현을 음악으로 들을 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물었습니다.
"책 읽은 소감이 어때?"
하지만 평소에 피아노 연습만 하던 그 학생은 말했습니다.
"무슨 소린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음악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일반 과목은 가르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음악은 음악 자체만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음악 안에 철학, 신학, 과학, 심리학, 미술, 건축, 연극 등 다채로운 다른 학문과 예술이 녹아져 있습니다. 단순히 건반의 기교만으로는 절대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음악입니다.

 

*음악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입니까?

 

감동을 나누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을 움직이고 가슴으로부터 끓어오르는 슬픔과 하늘을 떠다닐 것만 같은 기쁨과 같은 감동을 나누어 주는 것이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런 음악은 과연 CD안에만 존재할까요? 유명한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공연에만 존재할까요?
아닙니다. 동네 꼬마들의 작은 음악회에서도 그런 감동이 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음악을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에도 그 감동이 필요한 것입니다. 매 순간마다 매 선율마다 그런 감동이 있다면 당연히 연습하는 과정이 즐거운 놀이보다 더 행복한 시간이 되는 것이죠.
어린이를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바로 그것입니다. 감동하게 하는 것.
그 감동이 아주 어린 나이에는 재미나는 놀이로부터 시작하지만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성숙한 감동으로 자라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음악회장의 청중을 보면 대부분이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입니다. 그나마 그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음악회장에서 자취를 감춥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음악이 점수 따는 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음악은 항상 변함 없는 친구와도 같아야 합니다.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또한 내가 기쁠 때 함꼐 하는 친구처럼 말이죠. 그래서 평생을 나와 함꼐 동반하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음악회장에 가는 때가 되어야 우리 음악교육이 성공했다 할 수 있겠습니다.
음악을 가르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동을 줄 수 있는, 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음악을 만드는 것과, 또 아울러 언젠가는 선생 없이 홀로 서게 될 그날을 생각하면서 스스로 음악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깨닫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음악춘추, 2002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