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나를 움직인 이 책] 반 고흐, 영혼의 편지
2007-11-27 13:29:35
허원숙 조회수 1503

글로 그린 '영혼의 절규'

 

허원숙/피아니스트ㆍ호서대 교수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결코 그리지 않은 그림인지도 모르지….”

 

고흐의 그림 ‘실편백나무가 있는 별이 반짝이는 밤’을 보고 마음이 울렁거린 사람이라면 그의 이 말,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결코 그리지 않은 그림이라는 말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나를 감동시키는 것은 자연 안에 모두 들어있다”는 고흐는 그림을 그리되 “단지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자기 희생과 자기 부정, 그리고 상처받은 영혼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동생이자 경제적 후견인이었던 그림판매상 테오에게 보낸 고흐의 편지를 보자.

 

“서로 보완해주는 두 가지 색을 결합함으로써 연인의 사랑을 보여주는 일, 그 색을 혼합하거나 대조를 이루어서 마음의 신비로운 떨림을 표현하는 일, 얼굴을 어두운 배경에 대비되는 밝은 색조의 광채로 빛나게 해서 어떤 사상을 표현하는 일, 별을 그려서 희망을 표현하는 일, 석양을 통해 어떤 사람의 열정을 표현하는 일….”

 

이 글만 읽어도 왜 고흐의 그림엔 과거 현재 미래가 한 폭의 그림으로 완벽하게 표현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고흐는 말한다.

 

“사람들이 우리의 그림을 보고 기술이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기술의 비밀을 잘 파악하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네. 다시 말해서 우리의 작업이 너무 능숙해서 소박해 보일 정도로 우리의 영리함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지.” 우리말 번역이 난해해 다시 설명한다면 테크닉이 예술성을 덮어버리지 않게, 테크닉이 없는 사람처럼 그리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의 말대로 농부는 예술에 대해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기 때문이란다.

 

“아, 망할 자식들!”

 

고흐는 욕설을 퍼붓는다. 그가 미치도록 사랑하고 존경하는 렘브란트, 마네, 쿠르베를 향해서다. 그들이 매춘부의 초상화를 진짜 매춘부답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게 그리고 싶어!”

 

그가 그림을 통해 절실히 원했던 것은 무엇일까.

 

고갱에게 쓴 편지에서 그는 “베를리오즈와 바그너의 음악이 이미 이룬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모르겠네. 쓸쓸한 마음을 달래주는 그림 말일세.”라고 말한다. 쓸쓸한 마음을 달래주는 그림이라….

고흐의 편지를 읽으면서 맑은 영혼의 외로운 절규에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내 평생의 스승의 가르침을 얻은 것 같아 가슴이 뻐근했다.

 

즉, 음악은 자연 그대로일 것. 연주는 테크닉을 자랑하지 말 것. 마음을 위로해주는 음악일 것.


 

한국일보 입력시간 : 2003/07/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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