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입시전략 이렇게 말한다. (2009-11-16 Music Today)
2009-11-30 13:19:48
허원숙 조회수 5513
 

Music Today 2009-11-16

전공 영역별 교수 ... 입시전략 이렇게 말한다.


피아니스트 허원숙

(호서대학교 음악학과 교수)


“연습을 꾸준히 하되 새로운 마음으로

정신적인 환기를 하라”


과제곡이 정해지고 어느 정도 연습이 진행된 상태에서, 사실 매일 몇 시간씩을 같은 곡을 반복해서 연습한다는 것은 큰 고통일 수 있습니다. 악보 읽는 상태는 이미 끝났고, 이제는 그 곡을 좀 더 갈고 닦아야할텐데, 더 이상 나아질 방법은 없고, 시험곡은 이젠 지겨워지기 시작할테고... 그 상태는 단지 입시생의 경우만은 아닙니다. 연주회를 앞두거나 콩쿠르를 대비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요. 물론 저도 그런 경험이 아주 많습니다. 제가 쓰는 방법을 말씀해드리지요. 연습을 하되 새로운 마음으로 정신적인 환기를 하는 방법입니다.


(1) 시험곡에서 풀려나와 다른 곡을 연습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2) 다른 곡을 연습할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은, 시험 곡을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겁니다. 즉, 아주 느린 템포로 과장해서 연습해보세요. 악보에서 놓치고 있는 점은 혹시 없는지, 음표, 아티큘레이션, 다이내믹, 프레이징 같은 것을 아주 과장해서 연습해 봅니다. 그러면 그동안 내가 간과하고 있었던 점이 발견되면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됩니다.


(3) 다른 사람의 연주를 들으세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듣는 것도 좋고 실황으로 연주회에서 듣는 것도 좋습니다. 훌륭한 연주를 들으면 배울 점이 많지만, 잘 치지 못한 연주를 들을 때에도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적어도 나는 저렇게 치면 안 되겠구나 하는 것을 깨닫는 거죠.


(4) 시험곡이 아닌 다른 곡 (쇼팽 에튀드라면 내가 시험곡으로 준비하는 곡이 아닌 다른 에튀드) 을 듣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베토벤 소나타의 경우에도 다른 소나타를 들어봅니다. 혹은 심포니를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런 곡들은 새로운 귀를 열어주지요.


(5) 그리고 나서 다시 나의 곡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면 내 음악의 많은 부분이 바뀌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다시 연습할 의지와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건강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합니다. 성악하는 사람은 감기가 가장 무섭습니다. 하지만 악기를 하는 사람에게도 감기는 치명적입니다. 항상 옷은 얇은 옷을 여러 겹 입어서 더우면 벗고 추우면 덧입어 체온을 조절하도록 하세요. 특히 기악하는 사람은 손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합니다. 칼, 손톱깎기, 바늘 같이 뾰족한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종이에도 손을 벨 수가 있습니다. 항상 손을 조심하고 이제 겨울도 다가오니 장갑을 꼭 끼고 다니도록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하지만 악기를 한다고 손만 조심해서는 안 됩니다. 목이 뻣뻣하다든지 속이 더부룩해도 자신의 기량을 다하지 못할테니까요. 스스로 몸을 아껴야합니다. 무리하지 말고 욕심내지말고 과식하지 말고, 그렇다고 적게 먹어도 안 됩니다. 에너지가 필요한 직업이니까요.

실기 시험 전 날은 무리하지 마세요. 시험이 아침 일찍이면 그 전날 충분히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지요.

시험 당일에는 아침식사를 꼭 합니다. 속이 비면 더 떨리는 법입니다. 그리고 금방 지치지요. 실기시험은 순서를 알지 못하므로 내가 몇 시에 치게 될지 확실히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 적당히 아침을 꼭 먹고, 중간에 에너지를 보충할 간식 같은 것을 꼭 준비합니다.

시험 전에 충분히 근육을 풀도록 하세요. 손이 뻣뻣하거나 몸이 굳은 상태에서는 좋은 연주를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따라서 시험 전 연습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곳도 많습니다. 그러니 자신만의 방법으로 손가락을 풀고 시험장에 들어가야합니다. 손가락 스트레칭 같은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습니다.

시험 장에 들어가기 전에 마음의 정리를 합니다. 앞의 학생이 나와 다르게 치더라도 겁먹거나 흔들리지 말고 내가 배우고 준비한 대로 연주하세요.

유학시절, 콩쿠르를 앞두고 걱정이 많은 나에게, 나의 선생님이 그러셨습니다. “심사위원들은 네 연주를 듣고 점수를 깎으려는 사람들이 아니다. 심사위원들은 가장 우수한 음악가들이기 때문에 네 연주를 듣고 가장 먼저 감동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너는 그들을 믿고 그들이 감동할 수 있게 멋진 연주만 하면 되는 것이다.”

여러분도 실기시험을 그렇게 생각하십시오. 심사위원은 감동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