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2009년 5월 23일 세 번의 눈물
2009-05-24 01:35:36
허원숙 조회수 4443

오늘은 2009년 5월 23일.

아침부터 스산한 소식이 들린다.

봉화마을 부엉이바위에서의 비극.

착잡한 마음을 뒤로 하고 수원행 기차를 탔다.

3시와 7시반에 있을 김선욱의 베토벤 협주곡 1,2,3,4,5번의 대장정이 있기 때문이다.

 

수원의 경기도 문화의 전당

3시의 1부 베토벤 2,1,4번 연주가 있었고,

7시반의 2부 베토벤 3,5번 협주곡 연주가 있었다.

김선욱. 스물 한 살.

어리지만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오는 연주다.

마지막 음이 끝난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국민 의례할 때에도 이렇게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난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모두들 끝없는 박수로 넓은 홀을 가득 메우던 순간,

무대에선 스물 한 살 청년이 두 손을 가리고 눈물을 흘린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진실의 소리를 울려퍼지게 한 푸른 청년은

무대에서 울컥하는 눈물로 그 모든 마음을 다 이야기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

수원역 앞에 간이 천막이 세워져있다.

사진 속 노무현대통령은 아직도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 모습이 눈에 밟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국화 한송이를 들고 조문을 했다.

밤이 깊어 모든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던 시각이었지만,

그 천막 앞에서는 차례로 줄을 서고 침묵이 소통된다.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고 뺨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늦은 시각.

집에 돌아와 TV를 켜고 뉴스를 다 보았다.

뭔가 미진한 생각이 들어 인터넷 검색을 시작하니 눈에 띄는 귀절이 보인다.

뉴스에 나오지 않는 유서가 있다는 글들이 도처에 즐비하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 이하 누락 부분 ---------------

사는 것이 힘들고 감옥같다.

나름대로 국정을 위해 열정을 다했는데 국정이 잘못됐다고 비판 받아 정말 괴로웠다.

지금 나를 마치 국정을 잘못 운영한 것처럼 비판하고 지인들에게 돈을 갈취하고,

부정부패를 한것처럼 비쳐지고,

가족 동료, 지인들까지 감옥에서 외로운 생활을 하게 하고 있어 외롭고 답답하다.

아들 딸과 지지자들에게도 정말 미안하다.

퇴임후 농촌 마을에 돌아와 여생을 보내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아 참으로 유감이다.

돈 문제에 대한 비판이 나오지만 이 부분은 깨끗했다.

나름대로 깨끗한 대통령이라고 자부 했는데 나에 대한 평가는 멋 훗날 역사가 밝혀줄 것이다.

------------ 이상 누락 부분 -------------------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그런데 왜 보도지침에는 중간 부분은 생략한 유서를 전문이라고 밝혔을까...

그리고 유서를 왜 컴퓨터로 썼고, 서명도 없을까...

그리고, 자살하는 사람이 왜 양쪽 팔이 골절되었을까...

몸이 망가진 사람을 왜 119를 부르지 않고 경호원이 업고 내려왔을까...

등등....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들이 흉흉하다.

 

또다시 눈물이 흘러내린다.

 

2009년 5월 23일 오늘.

세 번의 눈물이 있다.

 

감사의 눈물.

회한의 눈물.

그리고 두려움의 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