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떤 친구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지금으로부터 아마도 30년은 족히 된 이야기다.
어느 날 밤, 길을 가고 있었단다.
밤이 늦었고 길엔 인적이 뜸했는데,
어디서 뭘 잔뜩 부수는 소리가 들렸단다.
뭐지....
그 친구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어느 술취한 청년이 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공중전화부스를 마구 부수고 있는 장면이었단다.
에구, 아주 박살을 내는구먼...
그 광경이 하도 기가막혀
헛웃음을 지으며 그 광경을 보고 있었는데...
누군가 신고를 했었는지
어느새 달려온 경찰.
실실 웃으며 취객의 난동을 보고 있었던 이 친구에게 다가와
"너, 공범이지?' 하더란다.
아닌데요!
아무리 난 그 사람을 처음 봤고, 기가 막혀서 웃었노라고 이야기를 해도
경찰은 들은 대꾸도 하지 않고 경찰서로 가자고 했단다.
경찰서에 끌려간 이 친구.
시간이 흐를수록 사태가 점점 심각해져오는데...
경찰은 공범이라고 단정을 짓고 취조에 들어가기 시작했단다.
그런데, 이 친구가 황당해 한 것은
자기가 공범으로 몰리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내"가 이 난동취객과 아무 관계가 없고 아는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길이 없더라는 것.
그러고 보면,
우리는 언제나
나는 저 사람과 어떻게 절친한지, 어떤 관계인지만을 증명해왔지,
저 사람과 나는 전혀 초면이며 무관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할 방법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구나.
그 친구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생각은 이렇게 삼천포로 빠져서
정작, 그 친구가 경찰서에서 어떻게 무사히 돌아왔는지는 듣지를 못했다.
사실 그게 정말 중요한 이야기였음에도 말이지....
안상태기자의 말투가 생각나네.
난~
난동취객이 공중전화부스를 부수는 장면을 보았을 뿐이고,
그 장면이 하도 기가막혀 웃었을 뿐이고,
경찰은 나를 공범으로 몰았을 뿐이고,
그와 내가 아무 관계도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길이 없었을 뿐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