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새해 선물
2009-01-08 00:20:49
허원숙 조회수 2272

새해 선물

 

내가 잘 아는 피아노 조율사로부터 새해 선물을 받았다.

온도와 습도를 모두 표시해주는 온습도계다.

사실, 피아노 관리를 위해서는 조율도 중요하지만

온도와 습도의 변화가 거의 없도록 신경을 써야만 한다.

여름철에는 제습기를 사용하고 겨울철에는 가습기를 틀어서

적정습도인 50%를 유지해야하고,

온도는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게 항상 신경을 써야한다.

그러니, 조율사 입장에선

자기가 아무리 조율을 잘 해 주어도

겨울철 반소매만 입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사는 아파트의

습도계가 20%를 가리킬때면

악 소리도 못 지르고 음향판이 짝짝 갈라져나가는 피아노의

처절한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안타까웠겠는가.

어떻게 보면, 식물한테 물주는 것보다

더 신경써야하는 게 피아노의 온습도조절이다.

그래서 그런지 조율사는 나에게 온습도계를 보내왔다.

 

그런데, 그 온습도계를 보다보니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

마치 수능을 앞두고 포크 선물은

시험 문제 잘 찍으라는 말처럼,

두루마리 화장지 선물은

술술 풀어내라는 말처럼,

온습도계를 보니,

“2009년 한 해는 따뜻하고 촉촉하게 사세요” 하는 덕담처럼 들린다.

그러고 보면 난 얼마나 지난 세월동안 쌀쌀하고 뻑뻑하게 살아왔는가.

 

조율사 선생님,

잘 명심하겠습니다.

2009년뿐만 아니라,

앞으로 쭈욱, 따뜻하고 촉촉한 사람으로 살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