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돌아오라, 나에게로\"...스타니슬라브 네이가우스 1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8-03-08
2008-03-12 11:21:24
허원숙 조회수 2791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피아니스트 플러스>코너

2008년 03월 08일 원고.... 스타니슬라브 네이가우스 (1) “ 돌아오라 나에게로 ”

(1927-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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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떤 기구(?)한 어린 아이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 아이의 이름을 편의상 스타씩 (Stasik) 이라고 하죠. Stasik 의 나이는 이제 다섯 살. 한창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커야 할 나이에 부모의 이혼. 그리고 그들의 각자 새로운 결혼. 어머니를 따라갔던 이 아들  Stasik은 새 아버지 밑에서 자랍니다. 그리고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6살에 들어간 음악원에서 이제 3학년이 되었을 때, 처음으로 Stasik의 친아버지가 그의 연주를 듣습니다. 자신이 버리고 간 아들의 음악적 재능이 너무 훌륭한 것을 알게 된 친아버지는 아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준 선생님으로부터 강제로 아들을 빼냅니다. 그 이유는?

“내가 가르치려고.”

왜? 

“내가 최고의 선생이니까!.....”


누군지 아세요?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스타니슬라브 네이가우스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아버지는?

맞습니다. 바로 겐리흐 네이가우스.

우리가 아는 겐리흐 네이가우스는 최고의 선생이면서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죠.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를 포함해서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의 아버지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에게는 이랬었네요. 하긴 부부의 문제였지, 아들은 사랑한 거죠...


스타니슬라브 네이가우스는 1927년생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겐리흐 네이가우스와 지나이다 니콜라에브나 네이가우스 사이에서 태어났고요. 스타니슬라브 네이가우스의 어린 시절은 행복하지 않았었는데요, 5살도 채 되기 전에 부모가 이혼했는데, 둘 다 새로 결혼을 했습니다. 엄마를 따라갔던 스타니슬라브는 엄마가 새로 결혼하는 바람에 새 아버지를 맞게 되었고요. 그 새 아버지는 <닥터 지바고>를 쓴 보리스 파스퇴르나크였죠. 파스퇴르나크는 겐리크 네이가우스의 둘도 없는 친구였고요... 아... 얘기가 복잡해지는데.... 여튼...

스타니슬라브 네이가우스의 형은 불치병으로 어린 시절에 세상을 떴고, 외롭고 어린 스타니슬라브는 의지할 데 없는 몸이 되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엄마의 집에는 새아버지가 있고, 아빠의 집에 가면 새엄마가 있고, 그들은 짝이 있는데, 내 단짝인 형은 죽었고.... 에구구....

새아빠가 친아빠의 절친한 친구였다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스타니슬라브 네이가우스는 엄마의 집에서 새아버지와 함께 삽니다.

어린 시절, 행복하고 천진난만해야 하는 시절을 이렇게 힘들게 지내서 그런지... 이 분의 음악에는 남모를 아픔이 녹아있습니다.


들어볼까요?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 C Major op.32-1, G minor op.23-5, D major op.23-4, D minorop.23-3 네 곡을 보내드립니다. 스타니슬라브 네이가우스의 1952년과 1955년의 녹음입니다. (1:06+3:47+ 4:37 + 3:44 =13: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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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니슬라브 네이가우스가 6살이 되었을 때, 엄마와 새아버지는 스타니슬라브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려고 Listova 라는 선생님에게 보냅니다. 그리고 음악학교에 들어가는데, 당시 아주 훌륭한 피아니스트이면서 교육자인 Belov 라는 선생님에게 배우게 되는데, 음악원에서 3학년으로 올라간 스타니슬라브는 클래스 연주에서 좋은 솜씨로 연주를 하게 됩니다.

우연히 그 연주회장에 있었던 아버지 겐리크 네이가우스는 자신의 아들이 이렇게 피아노를 잘 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습니다. 아들의 숨은 능력을 알게 된 아버지... 마음이 바쁩니다. 아들의 선생인 Belov 가 항의하거나 말거나, 아들이 불편해 하거나 말거나, 일단 재주 많은 아들을 자신의 클래스로 강제로 데려오죠.

부모의 이혼으로 아들의 재능을 알아보지도 못한 채 아들을 버려야했던 죄책감에서였을까요, 아니면 정말 최고의 피아노 선생으로서의 욕심에서였을까요...

아무튼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를 비롯해서 라두 루푸, 에밀 길렐스, 야콥 자크, 레프 나우모프, 알렉산더 베데르니코프, 베라 고르노스타예바, 예브게니 말라닌, 빅토르 에레스코, 블라디미르 크라이네프....이루 말 할 수 없는 기라성 같은 피아니스트들을 키워낸 아버지가 정작 자신의 재능많은 아들은 다른 선생님에게 맡긴다는 것은 자존심과 의무감으로만 보더라도 허락될 수 없는 일이었죠.

아무튼 아들 스타니슬라브 네이가우스를 자신의 클래스로 데리고 온 아버지 겐리흐 네이가우스는 비로소 아들과 함께 교감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고, 또 연주도 함께 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게 됩니다.

스타니슬라브 네이가우스는 아버지로부터 음악적 유산을 많이 물려받고 또 아버지를 최고의 스승으로 여기지만, 또 한 편으로는 블라디미르 소프로니츠키의 스타일을 좋아하고 따랐습니다. 스타니슬라브의 레퍼토리에는 쇼팽, 스크리아빈, 라흐마니노프, 브람스가 많이 포함되어있고요, 가끔씩 베토벤이나 슈만, 슈베르트도 연주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바흐는 전혀 치지 않았는데, 그 이유를 물어보면, “내게는 바흐를 칠 권리가 없습니다. 바흐의 음악은 신의 음악이니까요. 나는 오직 사람의 음악을 연주할 수 있을 뿐입니다.”라고 겸손한 말을 했다고 하죠.


음악 듣겠습니다.

눈물 겨운 아버지와의 만남인가요!

겐리흐 네이가우스와 스타니슬라브 네이가우스의 연주로,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K. 448 중에서 제2악장 Andante와 제3악장  Molto Allegro를 보내드립니다. (연주시간 9:40+5:37= 15분27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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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