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나이 90에 할 일\"...얼 와일드 1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8-02-16
2008-02-21 01:40:37
허원숙 조회수 2762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피아니스트 플러스>코너

2008년 02월 16일 원고....Earl Wild (1) “나이 90에 할 일 ”

(1915.11.26.피츠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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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89세에 심장 발작을 일으켜서 대대적인 수술을 받았다면 1년 후에 할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대답: 잘 쉰다.

그렇죠?

그런데 오늘 소개해 드리는 피아니스트는 정말로 89세에 심장발작으로 대대적인 수술을 받고 1년 후에 완전하게 회복이 되어서 미국 전역을 돌며 연주회를 가졌다네요. 누굴까~요!

 

1915년에 미국 펜실바니아의 피츠버그에서 태어난 피아니스트 얼 와일드입니다.

이 분은 아직도 살아있는 피아니스트의 전설이자 산 역사라고 할 수 있는데요,

90살이 되던 2005년의 연주회 일정을 보면요,

7월에 미국 매네스음대에서 독주회를 갖고 이튿날 매스터클래스에서 강의를 하고요,

9월에는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에서 독주회,

10월에는 시카고와 뉴욕에서,

11월에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와 코네티컷에서 독주회를 가진 후,

11월 29일 카네기홀에서 대대적인 90회 생일기념 음악회를 가졌는데 그 프로그램은 자기 자신의 작품과 또 베토벤의 소나타 7번, 리스트의 순례의 해 중에서 에스테 별장의 분수, 쇼팽의 발라드 3번이었다고 하죠.

얼 와일드가 89세에 심장 수술 후에 결심한 것이 있다면 “연주를 중단하지 않는 것”이었다는데요, “평생 해 온 일이 연주인데, 연주를 할 수 없다면 왜 사는가 하고 생각했다”고 하죠.

그래서 90살이 되던 해에는 “살아있는 역사”로 불리는 57번째의 음반을 내었는데요, 그 음반에는 얼 와일드가 평생토록 한 번도 녹음하지 않았던 곡들....바흐의 파르티타 1번과 스크리아빈 소나타 4번, 슈만의 환상곡이 들어있습니다.

 

음악 듣겠습니다.

프란츠 리스트의 메피스토 왈츠 1번을 얼 와일드의 연주로 보내드립니다. 1967년 (54세) 연주입니다. (연주시간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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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연주를 들으셔서 짐작하시겠지만, 얼 와일드는 낭만주의 음악의 전통을 이어받은 피아니스트입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수퍼-비르투오조 피아니스트이면서 80년을 넘게 연주가의 삶을 살아왔고요, 아직도 살고 계신 분이죠. 살아있는 음악의 역사라고나 할까...

1915년 에 태어났으니까 올해는 94세 (만 93세) 인데, 어릴 적에 부모님이 에디슨의 축음기로 오페라 감상을 자주 했는데, 그 때마다 이 세살바기 어린 얼 와일드는 피아노로 다가가서 축음기에서 나오는 바로 그 음을 정확하게 집어냈다고 하죠. 그러니 이렇게 절대음감을 가진 어린 꼬마가 이제 할 일은.... 피아노 배우기.^^

6살이 되고서는 테크닉도 많이 늘고 악보를 아주 쉽게 읽게 되었구요, 12살부터는 훌륭한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많이 받았는데, 예를 들어 리스트의 제자인 유진 달베르의 제자인 셀마 얀슨 (Selmar Janson), 파데레브스키의 제자인 파울 도게로, 부조니의 제자인 에곤 페트리,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시몬 바레레의 부인인 헬렌 바레레, 생상의 제자인 이시도르 필립의 제자 볼랴 코싹... 이런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받았으니 낭만주의 음악의 대가가 되지 않을 수 없었겠죠?

 

그러니 이렇게 좋은 스승과 함께 피아노를 배우고, 곧 바로 화려한 피아니스트의 삶을 살았을 것 같은데요, 사실은 그렇지 않았어요.

얼 와일드는 피아노 연주 뿐 아니라 작곡에도 소질이 아주 많아서 어릴 적부터 작곡한 곡들도 아주 많았고요, 오리지날 작곡작품 뿐 아니라 다른 작곡가의 작품을 개작한 piano transcription도 많이 썼고, 또 지방 라디오 방송국의 실내악단을 위해서 정기적으로 편곡도 많이 해주었는데, 그것을 계기로 피츠버그 라디오 방송국에서 12살에 연주를 하게 되었고요, 14살에는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일하게 되었는데 바로 오토 클렘페러가 지휘하는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피아노와 첼레스타를 연주하는 단원이 된 것이었고요, 그렇게 오케스트라의 피아니스트 단원으로 함께 연주를 하다 보니 연주를 하는 능력 뿐 아니라 앙상블을 잘 하는 능력도 더해져서, 10대 초반에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디미트리 미트로풀로스의 지휘로 미네아폴리스 심포니오케스트라와 공연을 했는데, 리허설도 없이 곧바로 공연으로 들어갔다고 하죠.

 

그러다가 1937년에는 NBC 네트워크의 멤버가 되었는데, 그것은 피아노 솔로도 하고 앙상블도 하지만, 또 한가지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피아니스트 단원으로 들어가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그렇게 NBC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그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바로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였고, 바로 이 범상치 않은 피아니스트를 눈여겨 본 토스카니니와 1942년에 거쉬인의 랩소디 인 블루를 연주하게 되었죠. 이 두 사람에게 랩소디 인 블루는 처음으로 연주하는 곡이었는데, 특히나 얼 와일드는 이 연주를 통해서 거쉬인의 작품의 대표적 연주자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그러면서도 1937년부터 44년까지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NBC 라디오와 TV 방송 일을 했습니다.

 

한편 2차대전 중에는 미국 해군에서 복무를 했는데, 해군군악대에서 제4플룻주자로 연주하기도 하고, 백악관에서 루즈벨트 대통령을 위해서 수많은 피아노 독주회를 했고요, 해군군악대와 피아노 협주곡을 21곡 연주했고, 또 루즈벨트 대통령의 영부인이 연설할 때 연설 직전에 미국국가를 피아노로 연주하는 일을 했었다고 하죠.

그러니 오로지 피아니스트로서 전력을 하지는 않았지만, 작곡이든, 오케스트라 단원이든, 심지어 군악대 단원이든,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렇게 한 일들이 모두 합해져 좋은 결실로 맺어지는 대표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죠.

 

특히나 얼 와일드처럼 오랜 세월 (80년동안이나) 피아노와 함께 하는 삶을 산 피아니스트들의 대체적으로 비슷한 공통점이 있는데, 한 방으로 아찔한 성공을 한 것이 아니라, 꾸준히 장시간에 걸쳐 완만하게, 그렇지만 절대 중단하지 않는 길을 걸어갔다는 것이죠. 참 신기하죠? 그렇게 꾸준히 가노라면 그 길 속에 예상치 않았던 도움과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

 

음악 듣겠습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C 장조 K.467 중에서 제1악장 Allegro mastoso 를 얼 와일드의 피아노와, Anthony Randall 이 지휘하는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의 연주로 보내드립니다. 얼 와일드의 카덴차입니다. (연주시간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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