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인생은 60부터\"...호르헤 볼레트 Jorge Bolet 1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7-12-08
2007-12-08 22:47:25
허원숙 조회수 3219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피아니스트 플러스>코너

2007년 12월 08일 원고....호르헤 볼레트 Jorge Bolet (1) “ 인생은 60부터 ”

(November 15, 1914–October 16, 1990)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오늘 소개해 드리는 피아니스트는요, 이 분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인용되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바로 구스타브 말러의 이야기죠.

말러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사람들이 좋지 않은 평을 할 때마다, “나의 때가 올 것이다” 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는데요,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리는 피아니스트도 역시 그런 신조로 살았던 인물이지요.

가지고 있는 능력보다 덜 알려지고 덜 인정받았던 분인데, 데카 음반에서 이분과 처음 음반계약을 맺은 때가 63세 때. 그래도 늦게나마 살아있을 때 인정을 받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까....

쿠바 출신의 피아니스트이면서 지휘자면서 교육자였던 이 분.

아셨나요? 

바로 호르헤 볼레트입니다.

이 분의 이름은 종종 조르쥬 볼레 라고 발음이 되곤 하는데, 본인은 미국에 살고 미국에서 활동하면서도 George 의 쿠바식 이름인 Jorge (호르헤) 를 고집한 것을 보면 발음도 호르헤로 해 드려야 맞다고 생각됩니다.


호르헤 볼레트는 1914년 11월 15일 쿠바의 하바나에서 태어났는데,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에 대단한 재능을 보여서 아홉 살 때, 공개연주회를 가졌고요, 다음 해엔 하바나 필하모닉과 협연을 했고, 12살 때부터는 미국의 필라델피아의 커티스 음악원에서 수업을 받았는데, 기라성 같은 음악가들, 예를 들면 Leopold Godowsky, Josef Hofmann, David Saperton, Moriz Rosenthal, Fritz Reiner 같은 분들을 스승으로 피아노와, 지휘를 공부했죠.

볼레트를 19세기의 큰 물결이라고 할 수 있는 '위대한 비루투오조(great virtuosos)'의 마지막 계승자라고 부르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이 분의 스승 고도브스키와 로젠탈이 리스트의 직계 제자이기 때문이죠.


음악을 듣겠습니다.

프란츠 리스트의 초절기교연습곡 중에서 제9곡 Ricordanza (회상)입니다. 호르헤 볼레트의 1986년 (72세) 녹음으로 보내드립니다. (연주시간 10:52)


****************


볼레트는 1935년 네델란드의 암스테르담에서 데뷔를 하고, 1937년에는 유진 오르만디가 지휘하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협연무대로 미국에 데뷔하면서 이 때부터 루돌프 제르킨의 제자가 되었고요, 바로 이 무렵에 ‘나움버그 상’과 ‘요제프 호프만 상’을 받았고, 1939년부터 1942년까지는 제르킨의 조교로 커티스 음악원에서 있었지요.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에는 미국 육군에 입대했다가 일본으로 보내졌는데,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일본에 체류하면서 설리반의 오페레타 미카도 (Mikado)의 일본 초연을 지휘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에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서 피아니스트로 활동을 시작했는데, 1960년에는 리스트에 대한 영화 “Song without End" <끝없는 노래>의 피아노 사운드트랙을 담당하기도 했죠. 그런데, 바로 이 영화 때문에 볼레트 라고 하면 비르투오조의 대명사로만 알려지고, 그것이 오히려 이 분의 진가를 알리기에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잘 알려지지도 (인정받지도) 않고, 또 알려진다는 게 비르투오조라는 수식어와 함께 따라다녔던 1960년대. 볼레트의 음반은 마이너 레이블의 음반이 몇 장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수십년이 흘렀고요, 볼레트가 결정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카네기홀에서 있었던 1974년의 엄청난 연주회 덕분이었죠. 60세의 늦은 나이로 거의 데뷔나 마찬가지였는데요, 오래도록 무명의 세월을 지낸 한을 품은 볼레트는 그의 기량의 최고를 보여줄 수 있었고요, 이 음반은 필립스에서 발매한 위대한 피아니스트 시리즈에서 찾으실 수 있습니다.

그 후에 볼레트는 자신이 배운 학교, 커티스 음악원의 피아노과장으로 재직하면서 루돌프 제르킨의 자리를 이어받았는데요, 하지만 연주회를 계속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교수직을 사직하게 되지요. 그리고 다시 연주에 몰두하는 이 분의 모습을 보면, 미국음악비평가 협회의 회장이었던 해롤드 숀버그의 말을 빌면, 요셉 레빈의 말년의 모습 같았다고 하죠.

드디어 1978년 영국의 데카 음반에서 호르헤 볼레트에게 음반을 녹음하자는 제의가 옵니다. 그 때부터 볼레트가 숨질 때까지 그 분의 주요 레퍼토리 녹음을 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볼레트의 음반은 거의 60-70 대의 연주이지만, 사실 진짜 좋은 음원은 메릴랜드의  International Piano Archive at Maryland 에 테이프 형태로 보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거기에는 고도브스키가 편곡한 박쥐-패러프레이즈 (고도브스키에게 볼레트가 직접 배웠다고 함) 도 있다고 하네요.


음악 들을까요?

라흐마니노프가 편곡한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슬픔, 사랑의 기쁨 (Liebesleid, Liebesfreud).

호르헤 볼레트의 1986년 (72세) 녹음으로 보내드립니다.

(연주시간 5:01+6:25=11:26)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