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the great adagio pianist\"...아르투르 슈나벨 2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7-11-24
2007-11-30 14:39:04
허원숙 조회수 3667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피아니스트 플러스>코너

2007년 11월 24일 원고....아르투르 슈나벨 (2) "the great adagio pianist”

(1882.4.17 ~ 195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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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레세티츠키 선생님으로부터 “피아니스트가 되려하지 마라, 이미 너는 음악가이다”라는 평가를 받고, 또 선생님으로부터 리스트 헝가리 랩소디 같은 곡 치지 말고 슈베르트 소나타를 쳐 봄이 어떻겠니?”라는 진심어린 조언을 잘 받아들여서, 음악가일 뿐만 아니라, 피아니스트로서도 자리 매김을 한 아르투르 슈나벨의 이야기를 해 드렸습니다.

이미 슈나벨은 어린 시절에 브람스(1833-1897) 로부터 “분명히 놀라운 일을 하게 될 소년”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고요, 레세티츠키 선생님의 수업을 받을 때에는 선생님을 대신해서 동료들을 가르치기도 했다는데요, 그렇게 피아노를 공부하면서도 비르투오조 피아니스트가 되겠다는 생각이나 관심은 전혀 없었고, 피아노라는 악기를 단지 위대한 음악을 표현하는 전달도구로만 여겼다고 하죠. 악기를 전달도구로만 생각하고, 음악의 본질에 관심을 두고 더욱 더 그 본질을 향해 다가가게 되면서 슈나벨은 1919년~1924년까지 수많은 음악동료들과 함께 활동을 하던 시기에 베토벤을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도 깨달았다는데요, 바로 그 시기에서부터 슈나벨은 수년간을 베토벤 소나타 편집에 몰두합니다. 그래서 출판된 악보가 현재도 피아노 전공하시는 분들이 애용하시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의 슈나벨-에디션이지요. (어찌나 세밀하고 치밀한지...)

이렇게 몇 년에 걸쳐 연구하고 또 자신도 준비를 하고 나서 그 다음에 슈나벨은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를 갖게 되지요. 처음에는 1927년 베토벤의 서거 100주년 기념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였구요, 그 후에 2차례 더 베를린과 런던에서 1932년, 34년에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를 갖게 됩니다. 이 때가 슈나벨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화려한 정점이라 할 수 있지요. 그 베토벤 소나타로 또 1933년에는 영국의 맨체스터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고요.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하면서 그에 대한 음반 녹음도 병행해서 1935년에는 전곡 레코딩도 마쳤습니다. 이 슈나벨의 베토벤 소나타 음반은 테크닉 적으로는 단점이 많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베토벤의 핵심을 뚫고 있다는 점에서 가히 시금석이라 불릴만한 비중있는 음반이 되었고요, 이 음반을 들은 라흐마니노프로부터 “the great adagio pianist"라는 찬사를 들었습니다.


그럼, 여기서 그의 음악을 들어야지요?

베토벤의 소나타 중에서 작품 13, <비창>소나타의 제2악장 Adagio cantabile 와 제3악장 Rondo Allegro를 아르투르 슈나벨의 연주로 보내드립니다. 1933-34년의 런던의 스튜디오 녹음입니다. (연주시간 6:04+4:08=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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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가 격찬했다는 the great adagio pianist 실감하셨죠? ^^

1927년에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를 가진 이후 1932년에 베를린에서 다시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연주했는데요, 1933년에 나치당이 집권하면서 히틀러를 혐오하였고 또 유대인이기도 했던 슈나벨은 베를린 음악원의 교수직을 사임하고 베를린을 떠나 런던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그리고 그 곳 런던에서도 34년에 다시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회로 또 한 번의 감동을 선사하지요. 그리고 1939년 미국으로 망명하기 전까지 연주자로 많은 활동을 하면서 또한 영국과 이탈리아의 코모의 Tremezzo에서 매스터클래스를 열었습니다.

제가 얼마전 우연히 신문을 보다가 이런 기사를 읽었는데요, 제목은 “히틀러, 유대인 음악 몰래 들었다”입니다.

기사 내용은요, 독일 나치 정권의 아돌프 히틀러가 유대인 음악가들의 연주 음반을 몰래 들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히틀러 컬렉션이 공개됐다. 영국 가디언은 유대인과 러시아인을 비하했던 히틀러가 이들의 음악을 즐겨 들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면서, 히틀러는 순수 아리아인의 혈통을 지닌 음악가의 음악만 들어야 한다고 선전했고, 또 히틀러가 바그너의 음악을 사랑했다는 것은 유명한 얘기이지만 실제 히틀러의 음악 취향은 이보다 더 다양했는데 이 사실이 러시아의 정보 장교가 1945년 5월 히틀러 집무실에서 발견했던 축음기 음반 100여장이 공개되면서 알려졌다고 하죠. 이 컬렉션에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보로딘 등 러시아 음악가의 음반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그 음반들이 닳고 긁힌 흔적이 남아있는 것으로 미루어 히틀러가 이 음반들을 자주 들은 것 같다는데, 겉으로는 히틀러가 러시아인을 인간 이하라고 비난했었다죠. 그러면서 유대인 연주가들의 음반도 찾아냈는데, 거기에 폴란드 출신의 유대인 바이올리니스트 브로니슬라브 후베르만이 연주한 차이코프스키 협주곡 음반과 또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대인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슈나벨이 연주한 음반도 있었다고 하네요. 히틀러가 자신의 저서 “나의 투쟁”에서 예술의 두 여왕, 즉 건축과 음악은 유대인들로부터 얻을 게 없다고 말했다는데....

이 기사를 읽고 느낀 게 있어요.

“그러게, 모든 것은 단정지어서 생각할 게 아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있지요.

“슈나벨의 음악이 정말 훌륭했구나.....”

이렇게 히틀러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공식이 작용하는 것을 보니..... ^^


음악 들을까요?

다시 베토벤입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op.57 <열정> 중에서 제 1악장 Allegro assai. 아르투르 슈나벨의 1934년 런던에서의 녹음입니다. (연주시간 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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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