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협주곡 60개, 피아노곡 300개\"...클라우디오 아라우 2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7-10-20
2007-11-28 12:59:27
허원숙 조회수 3953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피아니스트 플러스>코너

2007년 10월 20일 원고....클라우디오 아라우 (2) “ 협주곡 60개, 피아노곡 300개”

(1903.2.6-199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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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아라우의 어린 시절과 또 연주자로 데뷔하던 때의 이야기를 해 드렸습니다. 이미선 아나운서님은 휴가 중이셨는데, 혹시 들으셨나요?

조금 복습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지요.

 


피아니스트 중에는 독일 사람이 아니지만, 독일 음악에서 예술적으로 아주 깊게 영향을 받은 피아니스트가 두 명이 있답니다. 그 중 한 명은 페루치오 부조니, 그리고 또 한 명은 바로 클라우디오 아라우라고 하는군요. 부조니는 이태리 사람이지만, 사실 부조니가 태어난 곳 Bolzano는 이태리이면서 독일어권이라는 특색이 있는 것을 보면, 부조니가 독일음악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은 그리 신기한 일은 아니죠. 그렇다면 칠레에서 태어난 아라우는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아라우는 5살에 데뷔연주회를 할 정도로 재능이 뛰어난 음악영재였는데요, 칠레의 전국민으로부터 아주 특별한 사랑과 관심을 받았지요. 그 특별한 관심과 사랑이라는 것은 정말 대단해서, 국회에서 바로 이 아라우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서 유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논의가 되었고요, 드디어 10살에는 칠레 정부의 장학생으로 베를린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지요. 그래서 그런지, 어린 나이에서부터 외국에서 생활하고 음악가로 성장하면서도 자신의 조국은 칠레이고, 자신은 칠레의 아들이라는 생각이 투철했다고 하죠.

Martin Krause 선생님으로부터 베토벤으로부터 체르니, 리스트로 이어지는 정통 독일음악을 계승했는데요, 이 마르틴 크라우제 선생님은 리스트의 수제자로 교육방법이 아주 엄격했다는데, 특히 바흐의 평균율클라비어곡집의 48곡 전체를 이조해서 매일 연습하는 것을 시켰다고 해요. 아라우는 1927년에는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 1등을 수상하고 연주자로 데뷔하면서 많은 연주회를 개최했는데요, 특히나 1935-37년 3년 동안 바흐, 모차르트, 슈베르트의 전곡  연주회를 가지면서 피아니스트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특히나 12번에 걸친 바흐 전곡 연주회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는데, 아마도 학창시절에 마르틴 크라우제 선생님의 특별한 교육방법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음악 듣겠습니다.

베토벤의 소나타 F 단조, op.57 일명 <열정> 중에서 제1악장Allegro assai입니다. 1965년 클라우디오 아라우의 연주로 보내드립니다. (연주시간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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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피아니스트가 되려면 모든 시대의 모든 작곡가의 곡을 연주할 수 있어야 하고, 또 한 곡도 빼놓지 말고 다 잘 연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아라우 스스로가 말한 것처럼, 아라우는 독일 사람보다 더 독일적인 피아니스트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비독일계 작곡가들의 작품도 똑같이 연주를 잘 하는 피아니스트가 되었는데요.

특히나 아라우는 피아니스트의 백과사전이라는 별명처럼 기억력이 엄청난 분인데, 예를 들어서 머리 속에 항상 외우고 있어서 언제라도 꺼내 연주할 수 있는 곡이 협주곡 60여개, 피아노곡은 300곡이 넘었다고 하고요, 매년 전곡 연주를 비롯해서 150회가 넘는 연주를 소화했다고 하죠.

연주가라면 모름지기 모든 레퍼토리를 다 잘 할 수 있어야 하고, 한 두 작곡가에 편중된 레퍼토리를 갖고 있는 사람은 아마튜어라고 비난했지만, 정작 자신은 빌헬름 박하우스, 빌헬름 켐프, 에드빈 피셔를 존경하고 추종한다고 서슴없이 말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이 분의 뿌리는 베토벤, 브람스였던 것 같습니다.

베토벤에 대한 사랑은....

페터스 출판사에서 발행한 아라우가 편집한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에디션과, 또 1952년에 런던과 뉴욕에서 개최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가 있는데, BBC에서 이 연주회를 중계 방송했다고 합니다.

브람스에 대한 사랑은....

1968년에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에서 4회에 걸쳐 가졌던 브람스 협주곡 연주회가 있는데, 티켓을 판매한 지 2시간 만에 완전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웠던 연주회였고요, 또 말년에 오스트리아의 Muerzzuschlag에 브람스 박물관을 세우면서 그 개관연주회를 아라우가 맡기로 기획되었는데, 안타깝게도 세상을 뜨는 바람에 이루어지지 못했지요.

아라우는 1967년에는 클라우디오 아라우 재단을 설립해서 재능있는 젊은 음악가들을 후원하는 일을 했습니다. 평생을 연 150회가 넘는 연주회를 소화하면서도 후학을 양성하는 데에도 열정적이어서 제자 중에는 Donald Sutherland, Rafael de Silva, Roberto Szidon 같은 연주가가 있습니다.

수상...

젊은 시절 두 번에 걸친 리스트상, 바흐 상, 또 1927년 제네바 국제 피아노 콩쿠르 1등상을 받았고, 1978년에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50년을 함께 연주한 것을 기념해서 베를린 필하모닉이 수여하는 한스 폰 뷜로 메달을 받게 되고요.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평생토록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였는데, 저는 아라우의 80세 생일 기념 콘서트를 빈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무대에 작은 키 (167cm. 실제로는 훨씬 더 작음) 의 할아버지가 아장 아장 걸어나오셔서 연주를 하시던 모습... 무쟈게 틀리시면서 연주하시는데, 틀리는 음들이 연주를 듣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80년 살아온 연주가의 삶을 고스란히 비춰주는 생생한 장면이 되어서 저는 거의 눈물 범벅이 되어서 연주장을 빠져나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음악 들을까요?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3번 F 단조 op.5 중에서 제5악장, Finale. Allegro moderato ma rubato입니다. 클라우디오 아라우의 1971년 녹음입니다. (연주시간 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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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우가 남긴 음악의 흔적이 궁금하시면 음반을 찾아보세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베토벤 소나타 전곡, 브람스 협주곡 전곡, 쇼팽 연습곡 전곡, 쇼팽 협주곡 전곡, 녹턴, 왈츠, 프렐류드, 즉흥곡, 모차르트 소나타... 등등 전곡으로만 된 음반도 헤아릴 수 없이 많고요,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는 아라우를 기념하는 아라우 거리가 있다고 합니다.

아라우의 전기가 궁금하시면, 조셉 호로비츠가 집필한 아라우의 전기, <Claudio Arrau, 음악과 함께 하는 삶 Leben mit der Musik>이라는 책도 있습니다. 스위스 베른의 Scherz 출판사에서 1984년에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