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인간의 연주\"...빌헬름 켐프 4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7-10-06
2007-11-28 12:58:39
허원숙 조회수 2666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피아니스트 플러스>코너

2007년 10월 06일 원고....빌헬름 켐프 (4) “ 인간의 연주 ”

(1895.11.25 Jueterbog - 199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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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켐프의 마지막 시간입니다.

일본에는 Kempu-san 이라고 하는 작은 섬이 있다고 해요. 일본사람들이 빌헬름 켐프를 기념하기 위해서 붙인 이름이라는데요, 발음도 일본식 발음에 편하게 켐푸상 (켐프씨)라고 수정을 했습니다. 사실 Kempff는 전세계적으로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이니까요. *.*

1936년 켐프는 일본에 처음으로 연주여행을 갑니다. 그 시절 일본에서 열화와 같은 환영을 받았는데요, 그 전에 켐프가 발매한 베토벤의 음반이 이미 일본에도 많이 알려져서 열성팬들이 일본에 많이 있었다고 해요. 그 열기로 이름도 없는 섬 하나가 켐푸상 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이죠. 그리고 그 이후로 켐프는 1936년부터 1979년까지 총 10번에 걸쳐서 일본을 방문해서 연주했습니다. 특히나 1954년에는 독일의 쾰른 시가 히로시마의 평화교회에 파이프오르간을 기증했는데요, 그 오르간의 첫 연주회를 바로 빌헬름 켐프가 담당하게 되었지요. 이 연주회는 특히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희생자를 위한 연주회로 개최되었는데, 연주 실황이 일본 국영방송에서 녹음되어서 나중에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음반으로 제작 발매되었습니다.

 


켐프에게는 어려서부터 즉흥연주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오르가니스트, 피아니스트, 또 작곡가로 활동을 하면서 한가지에 몰두할 시간이 사실 많이 부족한 관계로 피아니스트로서는 테크닉에 문제있다는 평가를 받았었는데, 1951년 런던을 비롯한 영국 순회연주 때 최고의 찬사를 받으며 비로소 명인의 반열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가 56세인데요, 이 분이 카네기 홀에 데뷔한 나이는 혹시 아시는지요? 1964년 그러니까 69세 때의 일입니다. 카네기홀에서의 데뷔 연주로 “센세이션한 사건”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은퇴를 하실 나이에 데뷔를 하셨으니.... 그것만으로도 센세이션은 이미 충분하겠지만, 그 음악의 깊이라는 것은 젊은 사람의 연주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음악을 듣겠습니다.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D단조, 작품 15 중에서 제3악장 Rondo, Allegro non troppo.

빌헬름 켐프의 피아노, Franz Konwitschny(프란츠 콘비취니)가 지휘하는 Staatskapelle Dresden 의 협연입니다. 1957년 (62세) 녹음입니다. (연주시간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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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켐프는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60년 동안이나 음반을 녹음하고 발매했는데요, 1975년에는 도이치그라모폰에서 켐프의 베토벤의 황제 협주곡의 음반 (LP) 이 25만장 판매된 것을 기념하는 골드디스크를 선사합니다. 그 때가 80세인데요, 이태리의 Positano 에서는 명예시민증을 수여받고, 또 파리에서는 프랑스의 예술문학훈장을 받게 되지요.

그런데요, 그로부터 5년 뒤 1980년 (85세) 켐프는 또 다시 음반 녹음에 들어가는데요, 바로 J.S.바흐의 평균율곡집 1,2권의 녹음이죠. 바로 이 녹음이 켐프의 마지막 음반이 되는데요, 1980년에는 이 음반 녹음 뿐 아니라 연주회도 많이 가져서 취리히, 플로렌스, 빈,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만하임, 베를린, 뮌헨에서 연주회를 개최합니다.

그리고 1981년에는 Deutscher Schallplattenpreis 독일음반상을 수상하고, 두 번째 자서전 “Was ich hoerte, was ich sah. Reisebilder eines Pianisten (내가 들은 것, 내가 본 것. 피아니스트의 여행일기)이라는 책을 출판하고요. 

또 그 해에 마지막 연주여행을 앤트워프, 브뤼셀, 파리에서 가졌는데, 그 때 연주곡은 베토벤의 소나타 18번, 슈베르트의 소나타 D. 845 그리고 슈만의 교향적 연습곡이었습니다. 바로 이 연주여행이 큰 무대에서의 고별연주가 되었는데, 그 때 켐프는 파킨슨씨병을 앓고 있었다고 해요. 그리고 다음 해 1982년 Ammerland 근교에서 마지막 연주회를 끝으로 무대에서 완전은퇴하고요, 해마다 Positano에서 개최하던 베토벤 세미나도 끝을 내게 되지요.

1984년 켐프는 독일 바이에른시로부터 피아니스트로서, 또 작곡가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막시밀리안 문화 예술 훈장을 받게 됩니다.

켐프의 건강을 염려하던 부인은 1986년 켐프보다 먼저 세상을 뜨게 되고 켐프는 별장이며 세미나장소였던 포지타노의 집으로 거처를 옮겨 그곳에서 마지막 생애의 5년을 보냅니다. 그리고 심장마비로 1991년 5월 23일 생을 마감하고요.

 


켐프의 인생은 단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꽉찬인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계속 노력하고, 힘든 상황이 되어도 물러나거나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그래서 시벨리우스가 말했듯이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아니라 “인간의 연주”를 들려준, 외경심이 절로 나와 고개를 수그리게 되는 그런 피아니스트. 인생의 멘토와도 같은 삶입니다.

 


음악 듣겠습니다.

슈베르트의 피아노소나타 B플랫 장조 D.960 중에서 제2악장 Andante Sostenuto입니다. 빌헬름 켐프의 1965년 녹음 음반으로 보내드립니다.

(연주시간 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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