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56세, 전성기는 시작된다\"...빌헬름 켐프 2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7-09-15
2007-11-28 12:57:57
허원숙 조회수 2623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피아니스트 플러스>코너

2007년 09월 15일 원고....빌헬름 켐프 (2) “ 56세, 전성기는 시작된다”

(1895.11.25 Jueterbog - 199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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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이면서 오르가니스트, 또한 작곡가로서 독일을 대표하고 특히나 베토벤의 해석에 탁월한 진가를 발휘한 빌헬름 켐프.

그 분의 어린 시절은 다른 어린 피아니스트들과는 사뭇 달랐다고 볼 수 있는데요, 지난 시간에 말씀드린 것처럼 12살 때의 데뷔 연주회에서는 자기 자신이 작곡한 작품과 또, 청중들이 준 두 개의 주제를 가지고 즉흥연주를 하였고요, 그보다 3년 전 그러니까 9살 때 베를린 음대의 예비학교 입학시험에서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을 외워서 다른 조로 이조하여 연주해서 교수들을 놀라게 만들었다고 하죠.

그런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천재소년은 작곡과 피아노 두 부문에서 최고상인 멘델스존상을 받으면서 베를린음대를 졸업했고요, 1924년에는 29살의 나이로 슈투트가르트의 뷔템베르크 국립음악대학의 학장이 되었는데, 학장직을 수행하면서도 수많은 연주회로 바쁜 나날을 보냈는데요, 빌헬름 켐프는 1927년에 터키로 연주여행을 떠났을 때에는 터키의 아타튀르크(Atatuerk) 대통령이 앙카라에 새로 만든 음악대학에 어떤 음악가를 초빙하면 좋을지 이 분에게 조언을 구할 정도로 신망이 두터운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죠.

켐프는 연주활동이 너무 바빠서 1929년부터는 슈투트가르트 뷔템베르크 국립음악대학의 학장직을 사임하고 연주에만 매진하게 되었는데요, 이 때부터는 자유로운 예술가의 삶을 살면서 1932년에 독일 프로이센의 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되었는데, 흥미로운 것은 피아니스트로서가 아니라 작곡가로서 예술원 회원이 되었다는 사실이죠. 사실 그 당시에 교향곡, 오페라, 오라토리오 등등의 작품으로 이미 작곡가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피아니스트로서의 삶도 똑같이 병행을 하여서 1940년부터는 카라얀과 함께 연주하기 시작했고요, 1943년에는 파리에서 베토벤 페스티발을 개최하면서 알프레드 코르토, 자넷 니뵈 같은 연주자, 아벤트로트와 같은 지휘자와 함께 공연을 했습니다.

1945년에는 독일 민군에 소집되어서 대전차 로케트탄의 이론 교육을 받기도 했는데, 그 일 때문인지 미국인들은 미국 영역에서의 켐프의 연주회 출연을 자꾸 연기시키는 바람에 그 시기에 켐프는 피아노 연주 대신 작곡에 전념해서, 켐프의 많은 작품은 바로 이 시기에 나왔다고 하네요.

1950년이 되면서부터는 도이치 그라모폰과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녹음하기 시작했고요, 1951년 56세의 켐프는 런던을 비롯한 영국 순회연주를 기점으로 연주여행을 재개했는데요, 사실 그 전까지의 켐프는 기교파와는 전혀 거리가 먼 피아니스트였었는데, 이 때부터는 그 동안 불안정했던 연주는 대부분 사라지고 안정적인 연주 위에 특유의 투명하고 사색적인 연주를 선보이기 시작했다고 해요. 드디어 피아노의 명인이라는 평가를 50대 중반에 이르러 받게 되었는데요, 바로 이 해에 자서전도 출간되었죠. 켐프 스스로도 자신의 인생의 정리를 시작할 나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자서전을 출간했다는데요, 그런데 그 때부터 그의 전성기가 시작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음악 듣겠습니다.

브람스의 피아노 소품op.76 중에서 2번 카프리치오 B 단조, 3번 Intermezzo A flat 장조, 7번 Intermezzo A 단조 를 빌헬름 켐프의 1953년 녹음으로 보내드립니다.

(연주시간 3:33 + 2:33 + 2:59 = 9분 5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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켐프의 인생은 베토벤과 항상 함께 했는데요, 특히나 1957년부터 이태리의 나폴리 근교의 Positano의 자신의 별장에서 개최한 베토벤 연주해석을 위한 코스가 유명했죠. 1957년부터 죽을 때까지 계속 되었는데, 당시 이 코스에 참가했던 피아니스트 중에 이딜 비레트라는 피아니스트가 있었는데, 이 분은 터키의 피아니스트로 1953년에 11살의 나이로 파리의 테아뜨르 샹젤리제에서 58세의 대 피아니스트 빌헬름 켐프와 함께 모차르트의 2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을 연주한 바 있는 피아니스트인데, 바로 이 이딜 비레트가 회상하는 스승으로서의 켐프의 모습을 적어둔 글이 있어서 소개해 드릴께요.

 


“그 분은 굉장히 겸손한 분이었죠.

유명한 음악가라면 흔히 가질 만한 자기 과시라던가 상대를 무시하는 빛이 전혀 없었어요.

항상 레가토와 페달의 섬세한 효과, 단순성의 원칙을 강조하셨습니다.

과장이나 무감각 때문에 음악적인 선을 잃지 않는 것.

바로 그것이 그 분이 원하는 연주의 질서였습니다.

선생님께 레슨을 받을 때 나는 중요한 말은 연필로 악보에 적으려고 하는데

켐프 선생님은 그러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듣고서 자연스럽게 머리 속에 새겨지는 말이라면 적절한 충고가 맞지만

꼭 써놓아야만 외워질 가르침이라면 자기에게 맞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니

잊어도 상관없다고 말씀하셨지요....

‘음악 자체가 내적 논리를 통해 말하게 하거라.

음악 자체가 아닌, 연주자가 앞서서 화려하게 보이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그 분의 레슨은 피아노 기법 뿐만 아니라 인문학 전반에 대한  수업의 장이기도 했습니다.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문학에 두루 정통해서 정말 놀랄 지경이었죠.

그 분이 음악을 설명할 때에는 그리스나 로마의 역사, 철학과 신화가 마구 쏟아져 나오는 거였어요...”

 


멋있죠!

참,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과 노력과 내공이 필요했는지...

바로 이런 최고의 교양인의 모습을 사랑한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레너드 번스타인, 살바도르 달리, 미국 대통령이 되기 전의 로널드 레이건 부부 같은 사람들은 자청해서 이 분의 친구가 되었다고 하고요, 번스타인은 자신이 지금까지 만난 인물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람에 속한다고 말했죠.

 


음악 듣겠습니다.

빌헬름 켐프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바가텔 “엘리제를 위하여”와

베토벤의 소나타 제8번, 비창 중에서 제2악장 Adagio cantabile입니다.

빌헬름 켐프의 1955년, 1960년 녹음으로 보내드립니다.

(연주시간 3:24 + 5:15 = 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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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