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당신이 없으니 배가 아파\"...발터 기제킹 3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7-06-30
2007-11-28 12:53:41
허원숙 조회수 2821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피아니스트 플러스>코너

2007년 06월 30일 원고....발터 기제킹 (3)  “당신이 없으니 배가 아파”

1895.11.5~ 195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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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 2월 22일에 미국 데뷔 연주에 성공한 발터 기제킹은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피아니스트가 되었는데요, 그런 그가 1949년 미국에 다시 연주여행을 갔다가, 사람들의 항의 시위 때문에 연주도 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일이 생깁니다.

왜냐구요?

2차대전 때문인데요.

2차 대전 중에 기제킹은 웬일인지 다른 나라로 피신을 가지 않고 독일에 남아서, 독일과 나치에 협력한 프랑스를 중심으로 연주활동을 계속했는데요, 그 일 때문에 1945년 전쟁이 끝나고 나서는 나치 협력자라는 낙인이 찍혀서 수 년 동안 연주활동 자체를 금지당했어요. 1947년 독일에서 연합 재판이 있었는데 그 결과 공식적으로 나치에 동조했다는 의심이 풀리고 무죄가 확정되어서 국외에서 연주를 다시 시작했죠. 그리고 나서 1949년 2차 대전이 끝난 후의 미국 첫 방문으로 카네기홀에서 연주회가 계획되었는데, 미국의 재향군인회의 항의 시위 때문에 연주회를 취소하고 구설수만 남기고 씁쓸하게 귀국하는 사태가 벌어진 거죠.

하지만 기제킹을 제대로 알고 있었던 사람들은 2차 대전 당시 기제킹은 아주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말을 했는데요, 자신의 매니저를 유태인을 고용하고, 그 사람을 보호하고 또 재정적으로도 도움을 주었고요, 나중에 정치적인 이유로 그 매니저와 함께 일을 할 수 없었을 때에도 그 사람에게 월급을 주고 있었다고 하죠.

 


어쨌든 나치 협력자로 오인을 받아서 수 년 동안 연주활동을 금지당했던 기제킹은 그 많은 오해가 다 풀린 후 1953년 4월 22일, 다시 카네기홀을 시작으로 약 2개월간 미국을 연주 여행하였는데요, 이제는 다시 압도적인 환영을 받고 또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연주회에서도 진풍경은 벌어졌는데, 바로 경찰이 호위하는 가운데 연주회를 했다는 거죠.

 


기제킹의 2차대전 중에 독일을 중심으로 연주활동으로 인한 오해와 그로 인한 구설수.

딱 맞는 교훈이 있네요. 우리말에도 있죠?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바로하지 않으며 오이밭에서는 신들메를 고치치 않는다”

 


음악 듣겠습니다.

펠릭스 멘델스존의 무언가 중에서

25번 5월의 미풍, 30번 봄노래, 34번 물레의 노래, 47번 즐거운 농부

1956년 9월 발터 기제킹의 연주로 보내드립니다.

(연주시간 2:17+2:50+1:53+1:20= 약 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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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제킹의 음악을 들으면 군더더기없이 순수하고 간결하고 정확하고 예리하면서 다채로운 뉘앙스가 있지요. 악보를 정확하게 재연해내는 것이 연주자의 본분이라고 생각했고, 또 그런 이유로 이 기제킹 선생님이 한 말씀 하신 게 있는데요,

“악보를 변경시키는 사람은 별로 재능이 없는 연주가들이다!”

무섭죠. @.@

 


나비를 좋아해서 나비 잡으러 돌아다닌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어선지, 기제킹은 등산가였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는데요, 채식주의자였고 금연주의자였고  철학, 역사, 전기를 즐겨읽는 박식한 인물이었습니다.

 


기제킹은 악보를 그대로 스캐닝하는 것 같은 초인적인 기억력과 연주력 덕분에 거의 매일 연주회를 하거나 녹음을 하는 바쁜 일정을 보냈는데요. 그렇게 바쁘게 연주여행을 다니다가 독일에서 두 번이나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해요. 1951년과 1955년에 자동차 사고를 당했는데, 특히 두 번째 사고에서는 그의 부인이 현장에서 숨졌고, 기제킹도 재기 불능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로 큰 사고였는데, 다행히도 이듬해 봄에 건강이 회복이 되어서 다시 연주에 재기할 후 있었다고 해요.

그러던 1956년, 그러니까 교통사고 이후 다시 재기한 바로 그 해.

기제킹은 런던의 애비 로드 3번지에 있는 런던 EMI 스튜디오에서 베토벤 소나타 전집을 녹음하는 계획을 세우고, 녹음을 시작합니다. 1956년 10월, 베토벤 소나타 15번 중에서 1,2,3악장을 녹음하고 나서 기제킹은 갑자기 격렬한 복통으로 곧 바로 근처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예후가 좋지 못해 1956년 10월 26일, 6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납니다. 사인은 급성 췌장염이었고요, 베토벤의 소나타 15번의 4악장 녹음을 남겨 둔 채로 이렇게 떠났습니다. 이 음반은 이렇게 미완성인 채로 출시되었고요.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기제킹의 연주 듣겠습니다.

라벨의 모음곡 <거울> 중에서 제3곡 바다의 조각배, 제4곡 어릿광대의 아침노래입니다. 1954년도 녹음입니다. (연주시간 5:19+5:5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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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가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