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나비처럼 날아서\"...발터 기제킹 2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7-06-23
2007-11-28 12:53:18
허원숙 조회수 2587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피아니스트 플러스>코너

2007년 06월 23일 원고....발터 기제킹 (2)  “나비처럼 날아서”

1895.11.5~ 1956.10.26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기제킹의 말을 들어보면요....

“나는 테크닉 연습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것은 전혀 불필요한 것이다. 만일 한 학생이 스케일이나 아르페지오 또는 피아노 테크닉의 기본적인 것들을 한번이라도 배운 적이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무엇 때문에 손가락에 스트레스를 주고, 또 지겹게 만드는지..

어쨌든 난 음악원에 입학한 이후로 스케일이나 손가락 연습을 한 적이 없다. 또 그런 숙제를 받은 적도 없다.”

그러니까 이런 기제킹의 테크닉은 배워서 이룬 것이 아니라 천부적인 것이었는데요, 그러면서도 하노버 시립 음악원의 라이머 교수에게 가르침을 받은 5년간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자신이 피아니스트가 되게 가르쳐 준 라이머 교수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라이머 교수를 만나기 전에는 어느 교육도 받은 적이 없었지만, 라이머 교수를 만나면서도 모든 사람들이 다 연습하는 체르니 연습곡 같은 고된 연습곡 대신 자신이 습득하고 깨우친 새로운 테크닉으로 피아노 연습에 있어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는데요. 강요와 전수가 아닌 존중과 이해로 이루어진 기제킹과 라이머의 관계는 선생과 학생으로서의 관계를 뛰어넘어 우정으로 발전되어서 후에는 공동으로 피아노교육 시스템을 발표하게 되었는데, 바로 이 책이 1930년에 나온 <현대 피아노 주법 Modernes Klavierspiel>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의 가장 중심은 relaxation에 있는데요, 근육의 완화가 가장 중요하고요, 그밖에 이성적인 연주법, 자신에게 적합한 레파토리를 선택하는 법, 터치를 경제적으로 하는 법, 체계적인 청음과 암기훈련, 상상 훈련, 기보의 완전한 이해 같은 내용들이 실려있지요.

그러면서 자신의 연습 방법을 설명하는데...

“나는 열차 안에서 악보를 읽고 그 악보를 사진처럼 머리 속에 집어넣습니다. 그러면 그 악보가 내 머리 속에 자리 잡아서 전혀 빠져나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한 번 악보를 전체적으로 읽고 나면 아주 정확히 내 기억 속에 자리잡아 한 음도 내 기억 속에서 빠져 나가지 않습니다. 손가락은 어떠냐구요? 손가락은 내 머리가 명령하면 움직입니다. 물론 움직여야만 하는 방식으로 움직이죠.”

나 원 참!

이래서 기제킹은 정말 많은 연주를 하는 피아니스트가 되었답니다. 거의 매일 연주를 하다시피 했다죠. 그리고 레파토리도 정말 많았다죠. 끔찍할 정도로요. 그리고 정말 아주 빠르게 곡을 익혔는데, 예를 들어 그리그의 발라드 op.13은 정말 딱 한 번 읽고 무대에서 연주하였다죠.

 


음악 듣겠습니다.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영국 조곡 제6번 D 단조 BWV 811 중에서 Prelude, 발터 기제킹의 1953년도 음반으로 보내드립니다. (연주시간 08:00)

 


*******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군대에 자원입대해서 군악대에서 복무한 기제킹은 전쟁이 끝난 후에는 어려워진 집안의 가계를 돕기 위해서 반주자로, 실내악 연주자로, 또 오페라 코치로 활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조금씩 피아니스트로 입지를 넓혀서, 이제 유럽을 순회하면서 연주 여행을 시작할 정도로 인정을 받는 피아니스트가 되었고요, 1922년에는 piano roll 로 녹음을 시작했고요, 1926년 2월 22일에는 미국 데뷔 연주에 성공하면서 전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1928년 파리에 데뷔하면서는 프랑스 인상파 음악의 연주로 주목을 받았는데, 그의 연주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드뷔시와 라벨의 연주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하죠. 특히나 단순히 작은 소리가 아닌 오묘하면서도 섬세한 뉘앙스를 나타낼 수 있는 작은 음색으로 작품의 색채를 다양하게 표출해 낼 수 있었는데, 그런 점들이 기제킹을 드뷔시와 모차르트의 대가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피아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기제킹의 드뷔시와 모차르트는 필수라고 하죠.

 


이렇게 섬세한 소리를 잘 내는 기제킹의 손 크기는?

기제킹은 손이 엄청 커서 마치 장갑을 끼고 피아노를 치는 것 같았다고 하죠. 그리고 거대한 체구는 피아노가 작아 보일 정도였다고요. 그런데 그렇게 큰 손과 큰 체구를 갖게 된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으니까, 기제킹의 대답은,

“제가 어려서부터 나비를 잡으러 다녀서 그렇게 됐지요.”라고 말합니다.

악보를 뚫어져라 쳐다보면 연습이 되고, 나비 잡으러 다녔더니 손과 체격이 커졌다는 이 분 말씀, 무슨 부처님 선문답도 아니고... 당최 무슨 말인지....하시겠지만요,

나비라면...

기제킹의 아버지는 의사이면서 곤충학자였다고 하죠. 그런데 이 아버지는 곤충에 미치다시피 하여서 이리 저리 곤충 채집하러 돌아다녔는데, 살림이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었고, 그나마 가족들을 먹여살릴 수 있었던 것은, 잡은 곤충을 박물관이나 개인 소장가들에게 배달하는 일을 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런 곤충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바로 그 아들인 피아니스트 발터 기제킹에게 영향을 미쳤는데요.

발터 기제킹은 나비를 사랑해서 나비류의 채집과 분류에 열중하였고요, 나비에 대해서는 아주 열광적인 수집가가 되는 것도 부족해서, 나비의 종을 분류하는데 2가지나 기제킹이 이름지은 것이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기제킹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비스바덴 박물관에 기제킹의 누이가 기제킹이 수집한 나비들을 기증했다고 하죠.

연습은 안하고 나비만 잡으러 다녀도 피아노 잘 치고... ㅠ.ㅠ.

 


음악 듣겠습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9번 E flat 장조 K.271 “죄놈”중에서 제3악장 Rondo입니다. 발터 기제킹의 피아노, Hans Rosbaud 가 지휘하는 베를린 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1936년도 녹음입니다. (연주시간 9:06)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