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잠시 쉬고 싶습니다.\"...빌헬름 박하우스 2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7-04-07
2007-11-28 11:26:35
허원숙 조회수 3449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생활을 노래함>코너

2007년 04월 07일 원고.... 빌헬름 박하우스  (2) “잠시 쉬고 싶습니다.”

1884.3.26.~196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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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세에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4000회 이상 콘서트에 출연했던 피아니스트, 박하우스가 그의 인생을 피아니스트로 자리매김하게 된 계기는 1905년 8월 파리에서 열린 안톤 루빈슈타인 콩쿠르의 우승이었다고 말씀드렸죠?

그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에 박하우스의 명성이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는데요, 박하우스의 연주 스타일은 어땠는지 당시 그 콩쿠르에서 2등한 피아니스트의 말을 빌리면, “박하우스는 정말 아름답게 연주했다”는데요, 그 2등 수상자는 (놀라지 마세요) 작곡가이면서 피아니스트였던 벨라 바르톡입니다.

건반위의 사자라면서 아름다운 연주라????

의아해 하시는 분들 많으시지요? 왜냐면 박하우스의 특징이면서 또한 장점이라면, “힘, 완벽한 기교, 다소 빠른 템포, 직설적인 표현” 이라고 알려져 있으니까요.

하지만 부드럽고 아름다워서 고귀하기까지 하다는 평을 듣는 음색과 깊은 서정이야말로 박하우스의 매력이라고 볼 수 있죠.

박하우스의 음반 중에서 딱 하나만 대표적인 음반을 꼽으라면 물론, 베토벤 소나타 전집을 꼽을 수 있겠는데, 이 베토벤 소나타 전집은 1958년에 시작해서 1969년까지 녹음한 것인데, 음반을 녹음하면서 마지막으로 남겨놓은 곡이 29번 함머클라비어 소나타였어요. 그 곡은 1970년(베토벤 탄생 200주년)에 녹음 스케줄이 잡혀져 있었고 그 곡을 마지막으로 음반 작업을 끝내고 대대적인 베토벤 탄생 기념 행사를 기획하였는데, 유감스럽게도 1969년에 박하우스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음반회사에서는 1954년에 녹음해 놓았던 것으로 대체해서 발매했죠.

베토벤 소나타 음반 중에서 최고의 연주를 꼽으라면 1966년에 녹음한 베토벤의 소나타 31번과 1961년에 녹음한 32번인데요, 특히 32번의 2악장은 어느 누구의 연주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숨을 죽이는 긴장감과 또 그에 대응하는 이완이 절묘하게 대조를 이루는 최고의 음반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그의 놀랄 만한 테크닉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는 항상 “단지 스케일 연습. 스케일과 플러스 알파”라고 말했다죠.

 


오늘 감상하실 곡은요,

박하우스가 연주하는 베토벤 소나타 31번 op.110 중에서 제1악장 Moderato cantabile molto espressivo입니다. 1966년 녹음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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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우스는 피아니스트의 전형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마우리치오 폴리니는 자기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크게 영향을 준 피아니스트를 꼽으라면 박하우스라고 말을 했고요, 또 코바세비치는 박하우스야말로  베토벤의 함머클라비어 소나타를 제대로 이해한 유일한 인물이라고 평했습니다.

박하우스가 85세의 수명을 다하도록 끊임없이 피아노와 삶을 같이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여유있는 마음과 나이들어도 녹슬지 않는 유머감각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박하우스가 83세 때, 지휘자 카를 뵘과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녹음할 때, 옆에 앉아있는 카를 뵘을 가리키면서 주위 사람들한테 말했대요.

“ 이 친구(카를 뵘)는 나이가 젊은데도 브람스를 잘 연주해”.

그런데 그 당시 카를 뵘의 나이가 몇 살이었는지 아세요?  73세.

그리고 빈의 음악제에서 빈 필하모니커와 공연할 때 청중뿐만 아니라 악단 전원으로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대요. 박수소리가 가라앉자 조금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박하우스 한 말이 있어요.

“나는 지금 다시 내 인생의 출발점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내가 12살 때 처음무대에 섰을 때 당시 사람들은 내게 말했지요. 그 나이에 대단하다고. 오늘도 역시 사람들은 똑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 나이에 대단하다고...”

 


박하우스는 1969년 6월 28일에 오스트리아 알프스 산기슭 Ossiach 호반의 Stifitkirche에서 연주 도중에 쓰러져서 세상을 떠나는데요, 이 때의 연주회는 <최후의 연주회>라는 실황 음반으로 남아있죠. 이 연주회에서는 모차르트의 소나타 11번, 베토벤의 발트슈타인 소나타가 연주되었고요, 이 연주회의 실황 음반을 들으시면 베토벤 소나타 18번이 나오는데, 연주 도중 심장발작으로 3악장까지밖에 치지를 못했어요. 연주 도중에 “Ich bitte um  eine kleine Pause (잠시 쉬고 싶습니다.)” 라고 말하며 연주를 중단하는 모습까지 음반에 담겨있고요. 힘내라는 관객들의 따뜻한 격려의 박수도 들어있고요.

4악장은 힘이 들어 치지 못하고, 대신 슈만의 환상소품집 작품 12의 1번과 3번을 연주했는데, 의사 선생님의 그만치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슈베르트의 즉흥곡 D.935-2를 치고는 쓰러져서는 1주일 후에 심장마비로 오스트리아의 Villach(필라흐) 의 병원에서 세상을 떠나 쾰른에 안장되었죠.

 


연주 듣겠습니다.

슈베르트의 즉흥곡 D.935의 2번과 슈만의 환상소곡집 op.12 중에서 제 3곡 Warum?(왜?)

빌헬름 박하우스의 연주입니다. 1956년도 연주 (4:21+2:59=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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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박하우스의 집에는 아주 슬퍼 보이는 광부 그림이 있었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그 그림을 보면 박하우스에게 런 그림을 왜 갖고 있냐고 묻곤 했답니다. 그러면 박하우스는 이렇게 말했다죠.  “왜냐면, 내가 그 그림을 볼 때마다 나는 내 일이 그보다는 힘들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