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철학, 사학, 언어학, 신지학, 건축학...\"...마리아 유디나 3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7-03-24
2007-11-28 11:03:20
허원숙 조회수 2910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생활을 노래함>코너

2007년 03월 24일 원고.... 마리아 유디나  (3) “철학, 사학, 언어학, 신지학, 건축학...”

1899.9.10~1970.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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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들려드린 마리아 유디나의 브람스 랩소디 G 단조 연주 기억하시죠?

정말 독특하고 잊을 수 없는 연주인데요, 이렇게 자신만의 세계를 갖게 된 마리아 유디나의 음악세계는, 물론 피아니스트로서 천부적인 재능도 한 몫을 하였겠지만, 철학, 사학, 언어학, 신지학, 건축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방면에 걸쳐서 많은 공부를 했고, 또 파스테르나크라든지 하는 수많은 천재 문인, 작곡가들과 교류하면서 쌓아올린 예술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혜안 같은 것들이 유디나의 예술세계가 다른 사람들과 뚜렷하게 차별화되는 피아니스트로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시적인 감수성이라든지 강인한 타건력, 독창성, 또 휴머니스트로 기억되는 마리아 유디나는 이렇게 여러 방면에서 다재다능한 능력을 갖고 있었던 분인데, 그러면서도 누구에도 못지않은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던 피아니스트였죠. 하지만 이렇게 피아니스트로서의 활동이 그녀의 삶 속에서 가장 중심에 있기는 했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밑에서만 진가를 발휘하는 피아니스트의 모습은 아니었구요, 사회에 참여하고 그것도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많이 한 피아니스트였는데요...

러시아 혁명 기간 중에는 도시마다 폭동이 일어나서 난민, 부랑자, 병자들이 많이 생겼는데, 그 사람들을 위해서 음악회를 개최하기도 했고요, 1941년에는 나치 정권이 러시아를 침공했을 때에는 레닌그라드에서 적군에 포위된 채로 몇 달 씩이나 공포 속에서 지내면서도 조국의 동포들을 위해서 연주회를 개최하고, 라디오 방송에서 음악회를 녹음해서 전쟁과 죽음의 공포 속에서 절망하는 동포들을 위로했다고 해요.

언젠가 라디오에서 들리는 마리아 유디나의 모차르트 협주곡 연주를 들은 스탈린이 유디나의 연주에 감동해서 당장 이 사람의 녹음을 구해오라고 했다는 일화 때문에, 스탈린이 좋아하던 피아니스트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런지 당시 러시아에서는 금지되었던 교회에 다녔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체포되지는 않았다고 하죠.

 


먼저 감상하실 곡은요, 슈만의 곡 중에서 3곡입니다.

먼저 숲의 정경 중에서 7번째 곡 <예언하는 새>, 그리고 환상소곡집 중에서 제6곡 <우화>,제7곡 <꿈의 얽힘>. 마리아 유디나의 1951-52년 연주입니다. (연주시간 3:07+2:48+ 2:36 = 8: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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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그라드와 모스크바 음악원의 교수로 있으면서 피아니스트로 활동을 하던 마리아 유디나는 1951년에는 스탈린 당국과의 불화로 이 자리로부터 강제로 해임되고는 그네신 음악학교에서 가르치고 연주회 열면서 또 음악에 관한 에세이를 쓰고 음악과 철학의 강연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고 하죠.

현대음악의 기수라고 할만큼 현대음악에 남다른 열정과 관심을 가졌던 유디나가 특별히 좋아했던 작곡가들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파울 힌데미트,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삐에르 불레즈, 칼-하인츠 슈톡하우젠이구요,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서유럽의 음악을 과감히 러시아에 소개하였고 사후 30년이 되어서야 그 가치를 인정받고 음반이 복각되어 출시되고 있다고 해요.

마리아 유디나의 마지막 공개 연주는 1969 5월이었구요, 그로부터 1년 6개월 지난 1970년 11월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얻게 된 당뇨병과 합병증으로 인해 71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마리아 유디나의 생애 최고 음반으로 꼽히는 음반은 숨지기 2년 전에 녹음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라는데요, 이 음반을 녹음하기 전에는 이 곡을 한 번도 무대 위에서 연주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아주 열정적이고 음 하나 하나 색채감이 있는 연주라고 해요. 이 음반은 완다 란도프스카와 글렌 굴드 사이를 이어주는 또 하나의 명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지성과 성숙함으로 강렬하고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같은 웅장함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이 음반을 들려드리고 싶었는데, 백방으로 찾아봤는데 못 구했어요. 흑흑...

 


그 대신 1958년 유디나가 연주한 베토벤 소나타 중에서 28번 A장조, 작품 101의 제1악장 Allegretto ma non troppo, 제2악장 Vivace, alla marcia 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연주시간 3:25+5:35= 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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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의 문화정책에 반대하였고, 자신의 신념이 확고한 예술가, 마리아 유디나의 삶과 음악.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