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전쟁중이니까\"...마리아 유디나 2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7-03-17
2007-11-28 11:02:57
허원숙 조회수 2118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생활을 노래함>코너

2007년 03월 17일 원고.... 마리아 유디나  (2) “전쟁중이니까”

1899.9.10~1970.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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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가 회상하는 마리아 유디나의 모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유디나는 정말 굉장한 인물이었는데 워낙 기이한 사람이라 모두들 피했던 사람이라면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클리타임네스트라(남편인 아가멤논을 도끼로 살해한... @.@)를 연상시킬 만큼 대단했고, 언제나 검은 옷을 입고 다녔고, 연주회 때 운동화를 신기가 일쑤였고, 힌데미트, 크레네크, 바르토크를 연주했는데, 당시 소련에서는 이런 작곡가들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거의 금지되어 있었던 시절이었다죠.

그런 유디나가 스비아토슬라브를 어떻게 평했을까?....궁금하시죠.

“리히터? 글쎄! 라흐마니노프가 딱 어울리는 피아니스트지”라고 했다죠. 이 말에 리히터는 꽤나 섭섭했던지, 자기도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하면서 어떻게 이렇게 말할 수 있냐고 했는데, 유디나의 장례식에서 리히터가 연주한 곡은? 바로 라흐마니노프였다고 하네요. ㅋㅋ

 


전쟁 중에 열린 어떤 연주회에서 마리아 유디나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을 연주했는데 2권의 Bb 단조 전주곡 (느리고 관조적이고 명상적인...)을 포르티시모로 빠르게 해치웠대요. 연주회가 끝나고 나서 겐리흐 네이가우스가 축하해주려고 제자 리히터를 데리고 무대 뒤의 분장실로 가서 인사를 하고는 물어봤대요.

“그런데, 마리아 베냐비노브나. Bb 단조 전주곡을 왜 그렇게 극적으로 연주했어요?” 했더니 그 대답인 즉슨...

“지금 전쟁 중이잖아요!” ^.^

지금은 전쟁 중이니까 바흐의 작품에도 전쟁의 성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발상이 정말 유디나 답다고 리히터는 말하고 있죠.

그리고 또 이 마리아 유디나는 권총을 지니고 다니면서 누구든 만나면 그것을 꺼내서 보여주었다고 해요. “자아, 이것 좀 들어줘요. 하지만 조심해요. 장전되어 있으니까!” 하고 말하곤 했다죠.

 


음악 듣겠습니다.

마리아 유디나가 연주하는 브람스의 램소디 G 단조 op.79-2입니다. 1952년 53세 때 연주입니다. (연주시간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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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요?

기존의 연주자와는 확연히 다른 특이한 해석이지요?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는 유디나의 연주회에 참석하고 나면 머리가 아팠다고 해요. 그렇게 유디나는 청중을 학대했다고 해요. 무대에 등장하는 방식부터가 그랬는데, 마치 빗속을 걷는 것처럼 무대에 등장했고요, 또 언제나 십자가를 목에 걸고 다녔고 성호를 그은 다음에야 연주를 시작했다는데... 그게 뭐 그리 큰 센세이션일까 하지만, 당시 소비에트 러시아에서는 참으로 위험한 일이었다고 하죠.

유디나 주변에는 유디나를 추종하는 많은 사람들이 항상 따라다녔는데, 그 이유는 유디나의 예술적인 개성 때문이기도 하고 또 종교적 돌출 행동 때문이기도 했다고 해요. 연주회에서도 파스테르나크의 시를 낭송하기도 했는데, 그런 이유로 인해서 관계당국에 연주회가 취소된 것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하는데, 그 때마다 당국은 공연을 계속하고 싶으면 그런 종류의 도발을 삼가라고 요구했고,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고 또 자신의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계속 또 낭송을 하곤 했대요.

리히터는 유디나를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으면서도 유디나에 대한 존경심도 갖고 있었어요. 그것은 유디나가 가난한 사람들을 보살피고 집으로 맞아들여 거두었기 때문이라는데요, 사실, 유디나는 스스로도 정말 검소하고 어떻게 보면 부랑자로 보일 정도로 검소한 외모를 하고 다녔다고 하죠.

 


연주 듣겠습니다.

브람스의 간주곡 op.117 중에서 2 B 단조와 3번 C# 단조, 1968년 69세의 마리아 유디나의 연주로 보내드립니다. (연주시간 3:17 +4:35 = 7분 52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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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