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아직 살아있구나\"...블라디미르 호로비츠 6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6-12-16
2007-11-28 10:18:48
허원숙 조회수 2724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생활을 노래함>코너

2006년 12월 16일 원고....블라디미르 호로비츠  (6) “아직 살아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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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어떤 학생이 저에게 “선생님, 호로비츠 몇 살이에요?” 라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얘는.... 죽은 지 거의 20년이 다가오는 사람보고 무슨 소리니?”

황당 시튜에이션이라는 거 있죠. 바로 그 상황이었었는데....

며칠 전 음반 매장에 갔더니 새로운 호로비츠 음반이 또 나와있더라구요. 기존의 음원과 또 새로운 자료, 그리고 편집을 거치지 않은 쌩음반이라는 타이틀로 제작된 음반이었는데, 아, 이래서 애들이 호로비츠가 살아있는 사람으로 착각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더랬어요.

 


호로비츠가 녹음하는 방식은요, 항상 필요이상의 레퍼토리를 준비하고 녹음해서 그 중에서 버리기를 거듭한 끝에 최종 프로그램을 짜는 식이었다고 해요.

예를 들어서 스카를라티의 소나타 12곡을 녹음한 음반을 보면요, 음반 제작자인 Thomas Frost 의 말을 빌리면요,

“나는 보았습니다. 호로비츠는 그 음반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이 완벽한 선곡을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555곡의 소나타를 거의 모두 두 번씩은 녹음했을 겁니다.”

555곡의 소나타를 두 번씩 녹음하고 그 중에서 12개만 선곡해서 음반을 만든다.... 지독한 완벽주의죠. 그러니 12년씩이나 무대 위에 나오지 않았던 거구요.

하지만 마지막에 무대에 나오게 된 이유를 부인인 완다 토스카니니 호로비츠가 말하는 것을 보면, 마이크 앞에서 하는 연주에서는 맛 볼 수 없는 그 무엇이 무대 위에는 있었다는 거죠. 완벽도 완벽이지만, 직접적인 사랑과 관심이 더 중요한 것이었다는 말이겠죠.

 


호로비츠가 집에서 피아노를 연습하고 있으면 길 건너편에 살고 있는 동네 사람들은 호로비츠가 연습하는 것을 들으려고 창문을 열어놓고 지냈다고 해요. 말년의 호로비츠는 자신의 집 거실에서 음반을 녹음했구요, 그 음반은 DVD 와 함께 출시되었어요.

그 음반을 녹음하는 과정에서 거실 소파에 앉아 듣고 있는 부인에게 “모스코프스키 듣고 싶어?” 하고 묻는 장면이 나오는데 부인이 “no"라고 대답하는 부인을 아랑곳하지 않고 모스크프스키 에튀드를 치는 장면이 나오더라구요.... 부인도 남편도 도가 튼 사람들이라....^^

 


호로비츠와 완다 사이에 딸이 한 명 있었대요. 머리가 너무 좋고 또 5개국어에 능통한 수재였다는데, 1975년에 이태리에서 스쿠터를 타다가 사고로 죽었다고 해요. 그런데 그 사망소식을 듣고 사람들은 아마도 자살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하죠. 천재의 가문에도 말 할 수 없는 고민과 아픔이 있었던 거겠죠.

 


음악 듣겠습니다.

호로비츠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연주한 음반에서 골랐습니다.

쇼팽의 발라드 4번 f 단조, op.52입니다. 1981년도 77세의 호로비츠입니다.

(연주시간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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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로비츠가 미시건의 Ann Arbor라는 곳에서 호로비츠가 연주하고 난 다음에 어떤 사람이 무대 뒤로 호로비츠를 찾아와서는 “마에스트로, 당신의 piano와 pianissimo사이에는  20단계나 되는 다양한 소리가 나는데 어떻게 그렇게 소리를 만들 수 있나요?”라고 물었대요.

호로비츠의 대답은?

“고마워요, 젊은 친구, 그걸 알아내다니..”

굳이 이 열성팬의 질문이 아니더라도 호로비츠의 음색의 팔레트는 정말 화려했는데요, 이렇게 작고 다양한 소리에서부터 광기를 드러내는 큰 소리에 이르기까지 음폭과 표현의 방법이 정말 다양했지요.

차이코프스키 협주곡 3악장을 끝나고 간 후 무대에 남겨진 피아노를 보니까 도살당한 용을 보는 것 같았다고 말한 사람도 있고요, 호로비츠의 연주는 일종의 종교체험과도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요.

호로비츠가 마지막으로 공개연주를 한 것은 1987년 베를린에서의 연주회였구요, 그 후에도 음반 작업을 계속해서 마지막 레코딩은 1989년 10월 20일에서부터 시작해서 숨지기 4일 전인 11월 1일까지 뉴욕 맨하탄의 자택에서 녹음한 음반입니다.

Franz Mohr 라는 조율사가 있어요. 이 사람은 루빈쉬타인과 호로비츠의 피아노를 전적으로 담당하는 조율사인데, 그 사람이 하는 말이, 호로비츠가 숨지기 2주전에 호로비츠의 피아노를 조율하러 그 집에 갔었는데 호로비츠가 한 말이 있대요.

“요즘 내가 하는 일이 아침에 일어나서 뉴욕 타임즈를 보는 것이야. 그 신문을 펴고 부고난에 내 이름이 없으면, 아, 호로비츠 아직 살아있구나... 하고 기분이 좋아지지”

그러던 호로비츠는 어느날 저녁 식사를 하러 옷을 갈아입고 밖에 외출하러 나가려다가 쓰러져서 1989년 11월 5일 85세를 일기로 심장마비로 이 세상을 떠납니다.

그리고 밀라노에 있는 장인인 토스카니니의 가족 묘지에 묻히게 됩니다.

음악 듣겠습니다.

호로비츠의 마지막 음반 <The Last Recording> 중에서 한 곡 들려드립니다.

Wagner-Liszt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에서 <이졸데의 사랑의 죽음>입니다. (연주시간 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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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호로비츠를 보내야 할 시간.....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