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마지막 로맨티스트\"...블라디미르 호로비츠 3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6-11-25
2007-11-28 10:16:17
허원숙 조회수 2920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생활을 노래함>코너

2006년 11월 25일 원고....블라디미르 호로비츠  (3) “마지막 로맨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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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로비츠가 1965년에 12년만에 61세의 나이로 다시 무대에 선 이야기를 해 드렸지요. 그 때 뉴욕 타임즈의 음악평론가 마이클 월시가 한 말이 있어요.

“그는 모든 다른 피아니스트들을 뒤덮어 허둥거리게 만들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어- 그의 연주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정말 그랬다.”

호로비츠는 1965년에 12년만에 61세의 나이로 다시 무대에 서게 되고요, 그때부터 엄청 활발한 연주활동을 한 게 아니고, 가끔 연주를 했는데, 연주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연주 자체의 임팩트가 엄청난 그런 연주자였어요. 18살 때 옷이랑 음식을 개런티로 받았다던 호로비츠는 이제 천문학적인 액수의 개런티를 받았고요, 연주회는 1번이지만 TV와 제휴를 맺어서 추가소득도 많이 발생했고요, 아마도 호로비츠가 역사상 가장 비싼 음악가였을 거라고 해요.

지난 번에도 잠깐 지나가는 말로 말씀드렸지만, 호로비츠는 현대 피아니즘 역사상 가장 정직한 사람 중의 하나였는데, 이 말은 해롤드 숀버그라는 평론가가 한 말인데, 페달을 거의 쓰지 않고 손가락만으로 연주를 했다는 뜻이지요.

호로비츠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보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피아니스트의 좋은 자세로 생각하는 모습과 정반대의 모습으로 피아노를 쳤어요. 일반적으로 손은 주먹을 쥐었다가 살짝 푼 상태로 건반 위에 놓는데 호로비츠는 주먹을 쥔 상태에서 손가락만 편 모습으로 피아노를 쳤지요. 게다가 새끼 손가락은 항상 구부리고 있다가 칠 때만 코브라가 공격하는 모습으로 피아노를 치곤 했는데, 호로비츠가 피아노를 잘 치니까 그 자세가 좋은 줄 알고 따라하는 사람도 꽤 많았어요. 하지만 호로비츠의 자세로는 절대 좋은 소리가 날 수 없었는데요, 일단 호로비츠는 검지손가락에서부터 새끼손가락 (2~5번 손가락)까지의 길이가 거의 비슷했다고 해요. 그러니 그런 자세로도 고른 소리가 날 수 있었던 것이고요. “아니, 이런 나쁜 자세를 했는데도 왜 호로비츠는 소리가 좋았던 거지?”하고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는데, 정답은.... 호로비츠는 피아노를 잘 쳤기 때문에 그런 자세로도 칠 수 있었던 거다 라는 거죠.

흔히 호로비츠를 가리켜서 마지막 로맨티스트라고 말하는데, 이 뜻은 일반적으로 평상시에 쓰는 로맨티스트라는 말이 아니라, 피아노 연주하는 유형에서 나온 말이에요. 악보를 가지고 연주하는 방법에 있어서 악보 자체를 존중하며 그대로 재현하는 연주방법이 있는가 하면 악보는 그냥 참고사항일 뿐 자신의 상상 속의 음악을 추가해서 연주하는 방법도 있어요. 이것을 로맨티스트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인물로는 프란츠 리스트가 있지요. 그러니 낭만적 스타일이라함은 브라부라 스타일의 연주자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해요. 그 반대의 개념, 악보 그대로 존중하는 피아노 연주법으로 연주하는 사람은 지성적인 피아니스트라고 하죠. 요즘은 거의 다 악보 그대로 연주를 하는 시대가 되었고 호로비츠가 로맨티스트의 마지막 연주자였던 거죠.

오늘 들으실 곡은요, 호로비츠의 로맨티스트로서의 진수를 보여주는 연주를 들으시겠는데요,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중에서 일부를 듣겠습니다.

<아직 부화되지 않은 달걀속의 병아리춤, 사무엘 골덴베르크와 쉬밀레, 리모즈 시장, 카타콤브, 죽은 자와 죽음의 언어로, 닭다리 위의 오두막집, 키에프의 성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1947년도 연주로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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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로비츠는 방금 들으신 것처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교파 연주가인데요. 이런 호로비츠도 자기가 기교적인 피아니스트로 알려지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았다고 해요.

자신의 음악회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서 작곡한 곡들, 예를 들어서 Sousa의 성조기여 영원하라에 붙인 편곡, 리스트 랩소디 편곡 같은 곡, 그리고 방금 들으신 무소르그스키 같은 곡에는 자신의 화려한 카덴자라든지 장식음 같은 것들을 첨가했는데, 그렇게 음을 첨가한 사실이 이 작곡가의 의도를 해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만 그렇게 했어요.

하지만 그 외에 예를 들어 베토벤이라든가 슈만이라든가 하는 곡에는 자기가 음을 첨가하거나 고쳤을 때 원곡보다 나아지지 않기 때문에 절대 첨삭을 하지 않았고요.

말년에 인터뷰한 영화를 보면 모차르트에 음을 많이 추가하셨지요? 하면서 인터뷰 질문이 나오니까 정색을 하면서 나는 모차르트에는 절대 한 음도 더 집어넣지 않았다고 대답하는 장면도 있지요.

흔히들 화려한 음색, 그리고 엄청난 굉음과도 같은 크기의 소리를 호로비츠의 특징이라 말들 하지만요, 정말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호로비츠의 특징은 감성을 일깨우는 아름다운 음색과 노래에 있지요.

이제 그런 곡들을 들려드릴텐데요,

호로비츠가 연주하는 알렉산더 스크리아빈의 에튀드 op.2-1과 op.8-8. op.8-11 세 곡을 감상하시겠습니다.1962년과 1972년의 녹음입니다.  (연주시간 3:04 + 3:40 + 3:57 = 약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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