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절정의 황금비율\"...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2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6-10-21
2007-11-28 10:12:18
허원숙 조회수 2590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생활을 노래함>코너

2006년 10월 21일 원고....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2)  “절정의 황금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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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가 모스크바 음악원에 다닐 때에는 정말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할 만큼 한번 들은 음악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았다고 해요. 한 번 들은 곡은 몇 년이 흐른 뒤에도 한 음도 틀리지 않고 피아노로 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악보를 읽는 것도 정말 빠르고 완성하는데까지 시간이 정말 조금밖에 걸리지 않아서, 예를 들면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단 이틀이면 외워서 훌륭하게 연주할 수 있었고, 스크리아빈의 C#단조 연습곡 op.42-5는 친구한테 말하기를, “이 곡 정말 어렵네. 완성하는 데 한 시간이 걸렸어.”라고 말했다고 해요.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니스트로서 이렇게 훌륭한 능력을 가졌고 또 피아노 경연에서 1등상을 수상했지만 그 당시에는 아무도 라흐마니노프를 피아니스트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요. 14살에 시작한 작곡공부는 라흐마니노프에게 작곡에 더 많은 흥미를 가지게 했고, 모스크바 음악원에 재학하는 동안에 이미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하기 시작했고요, (아시죠? 작품번호 1번이 17살에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 1번이라는 사실!) 피아노를 위한 소품 들을 작곡해서 남겼고요, 1892년 음악원을 졸업할 때에는 오페라 Aleko로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하면서 작곡가로서 명성을 쌓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피아노와, 작곡과 함께 음악에 푹 빠져 지낸 라흐마니노프도 자신의 작품 중에서 정말 싫어한 곡이 있었다는데요, 그것은 1893년에 작곡한 피아노를 위한 소품 op.3의 다섯 곡 중의 2번째곡 prelude C#단조입니다.

사실 이 곡 때문에 라흐마니노프가 정말 유명하게 되었는데요, 1898년 라흐마니노프를 영국에서 초청했는데, 그 주목적은 이 유명한 프렐류드를 작곡한 사람을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고 해요. 이 곡은 영국에서는 <불타는 모스크바>, <심판의 날>, <모스크바 왈츠>라는 제목으로 작곡한 당사자도 모르게 출판되고 있었다는데요, 라흐마니노프는 이 곡을 지겹도록 연주하러 온 세계를 누비고 다녔고, 급기야는 이 곡을 끔찍이도 싫어하게 되었다는데, 이 곡의 인기는 정말 하늘을 찌를듯해서 나중에 뉴욕에서 있었던 자선음악회에서 라흐마니노프가 직접 연주해서 백만달러를 모금하는데 성공을 거둘 정도였다고 하네요.

피아니스트이자 음악학자였던 Huneker는 1918년에 있었던 연주회를 회고하면서 글을 남겼는데요,

“라흐마니노프의 팬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프렐류드 C#단조를 연주해 달라며 박수를 치고 아우성이었습니다. 그들 중 한 떼거리가 라흐마니노프 쪽으로 움직이더니 무대 주위에 몰려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라흐마니노프는 그 곡을 연주하지 않았습니다. 박수를 치던 사람들은 몹시 서운해 했습니다. 왜냐면 마치 영국 신사들이 여성 사자조련사가 자기가 길들인 사자에 잡혀 먹히는 광경을 행여나 볼 수 있을까하는 기대에서 그녀의 모든 공연을 빠짐없이 참석하는 것처럼, 라흐마니노프에게 박수를 미친 듯이 쳐대는 애호가들 중 많은 사람들도 그가 치는 이 특별한 프렐류드를 들을 수 있을까 하고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 피아니스트를 쫓아다니는 추종자들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럼 우리도 잔인하게 이 곡을 들어야 하나요? ^.^

라흐마니노프가 연주한 라흐마니노프의 프렐류드 op.3-2와 함께,

파데레브스키의 미뉴엣 G 장조를 감상(녹음 1927)하시겠습니다. (연주시간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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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가 prelude op.3-2를 싫어한 것처럼, 이 파데레브스키의 미뉴엣도 파데레브스키가 싫어하게 된 자신의 히트곡이라고 하죠. ㅠ.ㅠ.

 


1898년 영국에서 대성공을 거두고 러시아에 돌아온 라흐마니노프는 이듬해 신경쇠약에 걸리게 되는데요, 그 원인은 1번 교향곡의 참패에 있다고 하죠. 심혈을 기울여 작곡한 교향곡은 참담하게 끝나고 가볍게 작곡한 프렐류드 C#단조는 그야말로 히트곡이 되어버리니... 제가 그 경우라도 신경쇠약에 걸렸을 것 같네요.

 


라흐마니노프의 연주스타일은 절대로 직감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곡을 일일이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의 입장에서 연구하였고 곡의 형식은 물론 감정의 본질적인 음악구조를 파고 들었다고 해요. 모든 곡을 연주할 때마다 극치의 순간 (이것을 the point 결정적 순간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하고요.

사실, 극치의 순간이라고 하니까 뭐 감각적이면서 본능적인 연주스타일이 아닌가 하고 착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요, 친구였던 마리에타 샤기난이 말하는 이 설명을 들으시면 라흐마니노프의 연주가 정확하게 계산된 건축물같은 연주였다는 것을 아시게 됩니다.

 


“그는 자신이 연주하는 모든 곡은 최고조의 순간을 중심으로 구성된다고 설명하였다. 아무리 시끄러운 소리도 정확히 계산된 소리여야 하고 각 소리의 깊이와 강도에도 단계적인 변화를 부여해야 한다. 절정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만 하는데 이 순간은 경기의 종착지점에서 리본을 끊는 순간의 음향과 광채를 발해야 한다. 그것은 마지막 장애물, 진실과 그 표현 사이에 가로 놓인 최후의 장벽으로부터의 해방감을 표출해야 한다. 곡 자체가 이 절정의 순간을 결정짓는다. 절정은 곡 맨 마지막에 올 수도 있고 가운데 올 수도 있다. 소리는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지만 음악가는 항상 정확한 계산 하에 곡에 접근해야 한다. 만일의 경우 그 절정을 놓치면 곡의 전체 구조가 허물어지고 작품 자체도 맥이 떨어지면서 희미해지며 청중들에게 전달되어야 하는 중요한 요소들을 전달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렇게 작품 연주 하나에도 완벽한 구조물의 형태를 갖출 수 있도록 절정의 황금비율을 환산해내는 라흐마니노프는 곡을 잘 연주하기 위해서는 곡의 구석 구석을 잘 살피고 모든 나사못을 다 풀어서 분리해놓고 그리고 나서 전체를 다시 짜 맞추어 조립하면 전체의 형태를 잘 잡을 수가 있다고 말했는데요, 그런 완벽주의자인 라흐마니노프도 자신의 연주회에서 소위 절정의 순간 (포인트)을 놓치기도 했다고 해요. 그리고서는 “내가 포인트를 놓친 것을 눈치채지 못했어? 어떻게 그걸 눈치채지 못했단 말야?” 하면서 화를 냈다고 하죠.

 


음악 듣겠습니다.

쇼팽의 소나타 2번 op.35 중에서 제1악장 Grave;Doppio movimento와 제2악장 Scherzo입니다. 라흐마니노프의 1930년도 녹음입니다. (연주시간 5:50 + 5:17 = 11분 7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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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