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특허왕이야? 피아니스트야?\" ...요셉 호프만 3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6-09-30
2007-11-28 10:11:00
허원숙 조회수 2461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생활을 노래함>코너

2006년 09월 30일 원고.... 요셉 호프만 (3) “ 특허왕이야? 피아니스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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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요셉 호프만이 발명한 것들 중에 한 가지를 소개해 드렸지요.

바로 모든 사람들이 애용하시는 자동차의 와이퍼인데, 그것은 메트로놈의 원리를 이용했다고 말씀드렸지요.

그런데 자동차 와이퍼 외에도 사실 호프만이 가지고 있던 특허만 해도 70가지가 넘는다고 해요. 그 중에는 문방구용품인 클립도 있고요, 천연석유를 연료로 쓰는 용광로도 있고요, 또  자동차에서 쓰는 충격완화장치, 이른바 쇼바가 있지요. 이런 많은 발명품들의 특허만으로도 정말 큰 부자가 되었다고 하는데...

하지만 음악가로서 더 중요한 발명품은 Touch Recorder라는 것인데요, 이것은 Reproducing Piano Roll의 결점인 다이나믹을 정확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장치예요.

Reproducing Piano Roll이라는 것은 피아노에 두루마리종이를 설치하고 연주하면 두루마리가 돌아가면서 구멍이 뚫리는 원리로 음악을 기록해서, 다시 기록된 두루마리를 돌리면 피아노가 자동으로 연주되는 장치인데요,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하기 전에는 피아노 음악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는 이 장치가 사용되었었죠. 하지만 어떤 음을 어떤 길이로 연주했다는 기록은 남겠지만, 강약이 정확하게 남지 않았기 때문에 그 결점을 보완하는 작업을 호프만이 한 것이죠.

 


이렇게 뭔가 만들어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음악은 만들지 않았을까요?

당연히 만들었죠.

호프만은 주로 피아노 살롱소품을 작곡했는데요, 자신이 작곡한 곡을 마이클 드보르스키 (Michael Dvorsky)라는 필명으로 발표했어요. 그런데 호프만이라는 이름의 뜻이 Hof(궁정)와 Mann(사람)이 합쳐진 것이잖아요. 뜻은 궁정사람 같은 것이구요, 그 이름을 러시아식으로 하면 Dvorsky가 된대요. 브람스와 함께 연주하러 다닌 바이올리니스트 중에 이름이  레메니라는 헝가리 사람이 있는데, 그 이름도 독일식으로 말하면 Hofmann 이라고 하는 것처럼요.

사람들이 호프만이 연주한 드보르스키의 작품에 대해서 물어보면서 혹시나 드보르스키와 호프만이 동명이인이 아닌가 하고 물어보았는데, 호프만은 정색을 하면서 드보르스키는 프랑스 작곡가인데 몸이 약해서 산 세바스티안에 있는 스페인 별장에 살고 있는 아주 흥미로운 작곡가라고 시치미를 떼었다지요. (이렇게 수년동안 자기가 드보르스키라는 것을 비밀로 했다고 하네요)

 


음악 듣겠습니다.

드보르스키라는 필명으로 작곡한 곡 중에서 Nocturne을 (1922-23년 녹음/연주시간 2:17)

들으시고요, 이어서 1937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데뷔 50주년 기념음악회에서 라이브로 녹음한 Hofmann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유일한 곡 Chromaticon의 일부를 들으시겠습니다. (5~6분만 들려주시면서 fade out세요)

크로마티콘 시작하기 전에 오케스트라에게 튜닝을 위해 A를 주는 장면을 주의깊게 들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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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확장된 차원을 나타냈다는 이 크로마티콘이라는 곡을 일부만 들려드린 이유는, 곡이 너무 허황되어서 끝까지 듣고 있기가 좀 힘들기 때문인데요, 이 곡을 작곡한 호프만은 이 곡에 대해 무지 자랑스러워했다고 하는데....

아무리 피아노의 천재이면서 발명왕이라고 하더라도 곡 쓰는 일은 별개의 일이라는 것을 잘  증명해 주는 예라고 할 수 있지요.

자신은 곡을 이렇게 밖에 쓰지 못하면서 라흐마니노프로부터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헌정받고도 연주를 한 번도 해주지 않았는데요. ‘형식에 결함이 많아서’ 라는 이유에서였다고 하는데... 우리가 보기에는 자기 곡보다 훨씬 나은 것 같은데.... 나 원 참!!!

 


하지만 라흐마니노프와는 절친한 친구이면서 또한 피아니스트의 양대산맥으로 불렸는데요, 한 번은 라흐마니노프가 Philadelphia Bulletin 의 음악평론가인 Henry Pleasants 와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요, 그 평론가는 라흐마니노프보고 물었대요.

“지금 현존하는 피아니스트 중 누가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입니까?”

그랬더니 라흐마니노프가 생각에 잠기더니

“글쎄요, 호프만이 있지요.” Well, there is Hofmann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조금 생각에 잠기더니,

“그리고 나도 있죠.” and me 라고 대답하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하죠.

하하

 


라흐마니노프는 며칠 전 신문에도 났지만 미르팡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기형일 정도로 키가 크고 손이 큰 사람이었는데, 대조적으로 이 호프만은 완전 조그마한 사람이었어요. 손도 거의 옥타브만 닿았다고 하고요, 그런데 그렇게 피아노를 잘 칠 수 있었던 것은 천부적인 소질과 테크닉이 없이는 가능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지요.

스타인웨이사에서는 호프만을 위해서 특별히 건반 사이가 좁은 피아노를 특수제작해주기도 했다고 하죠.

 


호프만은 어린 시절 아동학대방지협회의 일로 인해서 베를린으로 갔다가 공부가 다 끝나고 18살 성인이 되어서 베를린에 본거지를 두고 활동하다가 1차대전이 일어나고는 미국으로 건너가 연주활동을 하면서 커티스 음악원의 설립 멤버가 되었고요, 1924년 커티스 음악원이 창립되자 피아노과 초대 과장으로 있다가 1927년에는 총책임자 (President)가 되었구요, 1937년에는 미국에서 열린 가장 유명한 음악회 중의 하나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데뷔 50주년 기념음악회를 했구요. 1938년까지 은퇴할 때까지 커티스에서 가르치면서 많은 제자들을 배출했는데, 그 중에 우리가 잘 아는 Shura Cherkassky, Jorge Bolet 같은 유명한 피아니스트도 있지요.

 

 

 

음악 듣겠습니다.

이 음반은 아까 설명해드린 reproducing piano roll로 만들어진 음반인데요, 들어보시면 느끼시겠지만 음질이 참 깨끗해요. 실린더녹음이나 SP 음반은 음악소리보다 계란후라이 튀기는 것 같은 엄청난 잡음이 계속 나잖아요. 그런데 이 피아노 롤은 옛날에 제작했어도 새 피아노에 끼우면 새 피아노 음질이 난다는 장점이 있구요, 단점은 그 시대의 진짜 음향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이겠지요. 템포나 리듬에도 왜곡이 있기도 하고요.

 


요셉 호프만의 연주로 쇼팽의 폴로네즈 op.53 (영웅 폴로네즈) 감상하시겠습니다.

1922년 녹음입니다. (연주시간 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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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만의 개인적인 삶은, 1905년에 마리 유스티스와 결혼했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살다가 어찌된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1927년에 이혼하고, 가뜩이나 조용한 성격이 점점 우울하고 과묵한 성격으로 바뀌어서 나중에는 술에 많이 의존하게 되고 연주보다는 다른 것들을 발명하는 데에 삶의 위안을 찾았다고 해요. 마지막 연주회는 1946년 (70세) 때였는데, 황홀한 연주를 들려주기도 했지만 군데군데 엄청 무너지는 모습도 보여주었다고 하죠. 그리고는 알콜 중독자가 되어서 1957년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는데요.

어린 시절 그렇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천재도 말년에는 이렇게 외롭게 생을 마감하는구나.... 행복은 재능도, 돈도, 명예도 아니구나... 그런 생각이 드네요.

행복은 적당한 재능, 적당한 명예, 적당한 건강, 적당한 물질....

 


아! 나 무지 행복하다.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