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가까이 오지 마, 멀리도 가지 마\"...요하네스 브람스 3 방송원고:당신의밤과음악 06-07-29
2007-11-27 19:03:11
허원숙 조회수 2743

KBS FM 당신의 밤과 음악

허원숙의 <생활을 노래함>코너

2006년 07월 29일 원고.... 요하네스 브람스 (3) “가까이 오지 마, 멀리도 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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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목 눈물 나죠? 가까이 오지도 말라며, 멀리도 가지 말라니...도대체 어쩌란 말인지....ㅠ.ㅠ.

 


슈만이 죽고 나서 브람스는 황급히 클라라가 사는 뒤셀도르프를 떠나서 다시 함부르크로 돌아갑니다. 아마도 그 곳에 계속 있었다가는 자기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빠질 것 같아서 도피하는 심정으로 함부르크로 떠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월은 흘러서 1858년 여름 브람스는 요아힘과 클라라와 함께 괴팅겐으로 갑니다. 거기서 브람스는 괴팅겐의 대학 교수의 딸인 Agathe von Siebold 라는 소프라노 가수의 노래를 듣고 마음이 움직입니다. 그리고 그 여인을 위해서 가곡 op.14, 19, 20 을 작곡하고 약혼반지까지 교환하죠. 그러면서 둘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산책하는데, 그것을 클라라가 보았구요,  질투심에 가득 찬 클라라는 다음날 아침 황급히 괴팅겐을 떠났습니다.

그 일이 있고나서 브람스는 결혼의 구속이 두렵다는 핑계를 대며 아가테와 파혼합니다. 다시 frei aber einsam (자유롭게, 그러나 외롭게) 사는 생활이 시작되지요. 하지만 마음도 자유로워질 수는 없었는지, 곡을 하나 작곡했는데요, 아가테 6중주곡이라고 불리는 현악 6중주곡 제2번 op.36이 바로 그것입니다.

곡의 완성은 1865년인데요, 그보다 한 해 전에 브람스는 아가테 폰 지볼트가 살고 있던 고장의 성문 곁에 있는 집과 뜰을 감정을 억누르며 방문한 일도 이 곡에 관계가 있다는 말이 있고요, 친구인 겐스바흐한테 “이 곡에서 나는 마지막 연애에서 나를 해방시켰다”고 말했답니다.

이 곡에는 정말로 아가테가 숨겨져 있는데, 그거 아세요?

바로 제1악장의 Codetta부분인데요,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A-G-A-D-B(H)-E를 세 번 부르는 장면이 있지요. 아가테를 펼쳐읽으면 라-솔-라-레-시-미 인데요, 바이올린 두 대가 겹쳐서 연주하기 때문에 라-솔-라-시-미... 이렇게 들리는 부분이에요.

들어보실래요? :)... (연주시작한지 2분 45초 후에 나옵니다.)

 


브람스의 현악6중주곡 제2번 op.36의 1악장 Allegro non troppo입니다.

연주에는 Stuttgart Soloists입니다. (Naxos 음반입니다.) 연주시간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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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가 작곡한 모든 곡들은 클라라에게 보여주고 조언을 구했다고 하는데, 이 곡은 다 쓸 때까지 비밀로 했다는군요. 하하...

그래도 이렇게 곡으로 남기면서 마음 속의 부담은 덜어진 것 같아요. 그죠?

 


아가테 6중주곡을 쓰면서 아가테에 대한 마음 속 부담을 떨쳐내어버린 곡. 그 곡 외에 또 있습니다.

1874년 10월 23일. 브람스는 친구 테오도르 빌로트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자 이제 막 자신을 쏘려고 하고 있는 한 남자를 상상해 보게. 왜냐하면 그에게는 달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말야.”

그리고 또 1875년 8월 12일. 브람스는 Simrock 악보출판사에 새로 출판할 악보와 함께 편지를 보냅니다. 그 내용은 친구에게 썼던 편지와 비슷한데요.

“이 악보의 속 표지에 피스톨을 머리에 대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그리면 좋을 것입니다. 그러면 음악에 대한 개념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사진을 찍어서 보내드릴 수도 있습니다. 푸른 연미복, 노란색 바지와 부츠도 있으면 좋겠지요. 원색 인쇄를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곡이길래...

브람스의 피아노 4중주 op.60 인데요, 죽음 이외에는 상처를 달랠 방법을 찾지 못해 자살을 선택하려는 처절한 심정이 전곡에 나타나 있는 이 곡은, 브람스가 부끄러운 일기장처럼 간직했던 곡이었구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와 있는 것과 같은 감정이 이 곡에 녹아있다고 해서 베르테르 4중주곡이라고도 불리죠.

 


이 곡은 브람스가 25살이었던 해인 1858년에 구상되어서 머리 속에 가지고 있다가, 슈만이 죽은 지 10년이나 지난 1868년에 1악장을 스케치하기 시작한 곡인데요, 클라라, 로베르트 슈만과의 죽음이 얽힌 그 일이 아직도 마음 속에 남아, 아물지 못한 상처처럼 생생하게 남아있는 상태였죠. 물론 클라라와의 달콤하면서 쓰라린 관계, 멀리 둘 수도 가까이 둘 수도 없는 관계는 계속되고 있었고요. 그러던 곡을 다시 손을 보고 1875년이 되어서 발표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제 마음이 웬만큼 정리가 되고 객관적인 입장이 될 수 있어서 이 곡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음악 듣겠습니다.

자살 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고 느꼈던 젊은 날의 브람스의 절망의 일기장과 같은 곡.

피아노 4 중주 C 단조 op.60

1악장 Allegro ma non troppo입니다.

Jacob Lateiner (피아노), Jascha Heifetz (바이올린),

Sanford Schonbach (비올라), Gregor Piatigorsky (첼로)

1965년 녹음입니다. (연주시간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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